정말로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을까요?
내가 귀엽다고 일방적으로 멍멍아~ 야옹아~ 하면서 말을 걸고, 어줍잖은 몇 가지 지식과 '추측'으로 동물의 상태를 요리조리 살피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사람과 대화하듯이 그들의 감정과 느낌을 느끼고 그들의 욕구를 이해하며 그들의 입장에서 '주고' 또 '받는' 대화란걸 할 수 있을까요? (누구처럼 엉터리 '소통' 말구요.)
며칠 전, 한 모임에서 예정된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었을 때 어느 분의 제안으로 <TV동물농장>에서 방영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동영상 몇 편을 함께 앉아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일방적인 혼잣말이 아니라 "진짜로" 동물과 대화하고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을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고 한다지요.
한국에서 방영된 몇 편과 일본에서 방영된 몇 편을 보았는데, 다 큰 어른들이 그 동영상을 보면서 눈물 쏙~ 뺐습니다.
그리움, 애정, 관심, 친근함, 서운함, 질투, 실망, 분노, 괴로움, 공감, 기쁨, 슬픔, 두려움...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의 밑바탕에 잔잔히 흐르고 있던,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사랑...
개나 고양이, 말, 심지어 동물원의 원숭이나 무섭게 생긴 '곰'까지도, 어쩌면 그렇게 사람과 똑같이 온갖 감정을 느끼고 서로의 관심과 사랑을 그리워하는 존재들이던지요.
동물 수준의 이해력 때문에 사람의 행동을 오해하여 발생한 에피소드도 있었고 (자기를 이뻐해주던 남자아이가 진학 문제로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자, 스스로 버림받았다고 오해한 고양이가 오랜만에 돌아온 그 남자아이에게 오랫동안 분노와 공격성을 표현), 여러 편 연속해서 보니 쇼프로의 뻔한 구성이 좀 거슬리기도 했지만, 어린아이들 같은 동물 주인공의 그 마음이 전혀져서 매번 가슴이 찡~ 하더군요. 그 바탕에 흐르고 있던 것은 사람의 그것과 똑같은 '사랑과 관심' 이었습니다.
동물원의 곰조차,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암컷을 기쁘게 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재롱을 떨었던 것이고
(좌: 레이코라는 애인을 옆에 두고 입을 헤~ 벌리며 천진난만하게 좋아하던 모습),
어느날 그 암컷이 죽자 자신의 슬픔을 '함께 나눌 대상이 없어서' 더욱 괴로워했던 것. (T-T)
'내 아픔 아시는 당신에게' 다가와 앞발로 가만히 하이디의 손을 쓰다듬으며 고마움을 표하던 곰.
아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이들 프로그램에는 '하이디(Heidi Wright)'라는 미국의 여성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동물 소통 전문가)가 등장합니다. 일본에선 '하이지'로 발음하구요.
문제가 있는 동물을 만나게 되면 쉽게 말을 걸거나 손을 대거나 '안녕?' 하는 형식적인 인사를 먼저 하기 보다는, 아주 정중하고 배려하는 듯한 태도로 조용히 다가서면서 순식간에 그 동물의 정서와 상태를 그대로 copy 해 버리더군요. 엄청난 집중력과 감수성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동물들의 사고를 이미지화하여 사람과 동물 양쪽에게 전달하는 하이디의 '초능력' 같은 의사소통도 물론이지만, 자신들의 마음을 이해받고 사람들의 사랑을 전달받은 동물들이 거의 즉각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장면들은 놀라움 그 자체더군요. 원인불명으로 누워만 있던 강아지가 주인 가족들의 마음을 전달받자 죽을 힘을 다해 '저 잘해볼께요' 하듯이 부들부들 일어서 걸어보려 애쓰던 모습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ㅠ.ㅠ). 동물들의 바디랭귀지를 사례별로 모으고 분석하여 '사람의 입장에서 동물의 행동을 추측'하는 여느 동물전문가나 수의사들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TV에서 한 편이라도 본 사람이 절반 정도 되었지만, 저처럼 TV를 잘 보지 않았던 분들의 호응으로 1시간 남짓 몇 편을 연달아 보면서 웃고 울고 특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한결 순화된 정서로 둘러앉아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구요. (1년 전쯤, SBS에서 6주간 방송했다고 하네요. '동물농장 하이디'로 검색해보시면 관련 자료들이 많이 나옵니다. 네, 뒷북이지요. ^ ^; 하지만, 아직 안보셨다면 꼭 한번 찾아 보시길 강추!!!합니다.)
자기 아버지가 늘, 몇 년씩 키우던 개를 아는 사람들에게 불쑥 그냥 줘버리곤 했다던 어떤 분은 그 개들이 얼마나 배신감과 당혹감을 느꼈을지를 이야기하며 울먹이셨습니다. 희한하게도 그런 개들은 대부분 비실비실 앓다가 죽거나 어디론가 도망을 가버렸다죠. 절대 원래 집으로 돌아오지도 않구요. '하이디'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면, 그 개를 물건 내버리듯 그렇게 남 줘서도 안되는 것이었고, 만의 하나 남에게 넘겨 주더라도 그 전에 충분히 시간을 들여 그 상황을 설명해주고 개 차원의 이해와 용서를 구해야 했던 겁니다. 직접적인 말과 행동, 무엇보다 진심을 담아서 말이죠. (후일담을 들으니, '하이디'의 출연 이후 SBS TV동물농장의 제작 방침도 좀 더 동물들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결국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들의 욕구와 감정에 귀 귀울여 공감해주고, 진심을 다해 용서를 빌고, 사람이 아닌 동물의 입장에 맞춰서 이해를 구하고,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심리치료 전문가도 몇 분 계셨는데, 대인관계/남녀관계/가족관계 등 사람들의 치유도 마찬가지 원리라 하시더군요. 공감했습니다. 머리로 원인을 이해하는 것도 마음 속으로 따뜻함을 품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쪽에서 먼저 마음을 열고, 용서를 구하고, 진심을 다해 그 마음을 '표현하여' 상대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감동적인 동물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절절하게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보는 내내, 몇 주 전 센트럴시티 영풍문고에서 우연히 만난 이 책이 떠오르더군요.
미국의 리디아 히비가 지은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
띠지가 없어서 몰랐는데, 인터넷에서 다시 보니 <TV동물농장>에 출연했다는 문구가 있네요. 2006년에 번역 출간되었으니, 2009년에 알려진 TV동물농장보다 훨씬 앞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는 용어를 쓰면서 실제로 동물과 소통하는 방법을 소개해 놓은 책입니다.
반려동물(애완동물) 뿐 아니라 야생동물, 집 나간 동물들 등 수십 건의 다양한 동물 일화와 함께 동물농장에 나왔던 '하이디'처럼 동물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간단한 연습들이 나와 있으니, 이쪽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찾아보시면 되겠네요. (자세한 관련 기사는 여기에)
번역하신 분은 한국의 TV에 소개되기 훨씬 전에 이 분야를 알게 되어, 자신이 직접 출판사를 만들면서까지 이 책을 번역/출간하신 분입니다. 실제 '동물과의 소통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계시구요. 열정이 대단하시죠.
필 받고 서점에 간 김에,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나 '동물과 대화하는' 사례를 다룬 책을 더 찾아 봤습니다.
앙증맞은 강아지 사진이 귀여운 <엄마 내 맘 알지?>는 TV동물농장에 소개되었던 그 '하이디'의 스승이 쓴 책입니다. 원서보다 한국 번역판의 표지가 더 사랑스러워 보이죠?
하이디가 순식간에 동물의 상태를 copy 해버리는 장면을 보고 혹시 '속임수인가?' 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런 능력을 투감, 투시, 투청, 보디스캔 등의 용어로 아예 구체화시켜서 챕터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것은 진짜 "초감각적 능력"이라는 뜻... ^ ^;)
과학 아니면 기독교만 숭배할 것 같은(?) 서양에서도 이런 특별한 능력을 인정하고, 특히 동물들의 치유에 먼저 적용해보고 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영화 <호스 위스퍼러>처럼 말이지요. 이미 TV동물농장을 통해 화제가 된 후인 2009년 말에 나와서인지 책 만듦새는 깔끔합니다.
흔치 않은 책을 내는 출판사 샨티의 <당신도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도 흥미진진합니다.
2007년 출간본으로, 역시 "진짜로" 동물과 공명/공감하여 의사소통 하는 방법과 사례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대화법을 '직관적인 의사소통' 방법이라고 표현해 놓았네요. 표준 판형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의 책인데, 개나 고양이 뿐만이 아니라 돌고래까지 다양한 동물과의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위의 두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의 저자는 원래 '합리적인 것만 믿던 과학자'였다고 합니다. 저런 종류의 '초능력'을 부리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저자 또한 처음에는 낮설게 느껴졌던 '직관적인' 대화법을 우연히 접하면서 차츰 배우고 익혀가는 내용들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오래된 책이라는 것이 알라딘의 책 이미지만 봐도 탁! 감이 잡히는 <내 친구 몰리>.
위의 책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자신의 개와 '영적교감'을 나누고, '삶의 의미'를 탐구해 갑니다.
개 '몰리'와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저자는 '몰리'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 답변을 경청합니다. 그런데, 꼬리치고 먹는 것만 밝히는 줄 알았던 그 개의 답변들이 기가 막힙니다.
사람 : 신이 개들에게 부여한 사명이 뭐니?
개 :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몸소 보여주라'는 거야.
설령 저자가 꾸며낸 이야기라고 해도 '거짓말!'하고 쉽게 내치기 어려운 의외의 통찰들이 엿보입니다. (다만, 품절된 책이라 관심이 있어도 대형서점, 공공도서관을 뒤져야 운 좋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센트럴시티 영풍문고에는 지난달에 1권 남았었나 그랬죠.)
사실 저 '개의 사명(=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라)' 이야기는 이 책 뿐만이 아니라 외계 지성체 또는 영적 존재와의 '채널링'을 다룬 다른 외국 서적에도 간혹 등장했던 내용입니다. 우리에게 눈을 맞추면서 끊임없이 기쁨을 주는 개들을 보면 이 말이 전혀 생뚱맞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죠 (고양이는 개보다 좀 더 자기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함). 뭐, 그런 쪽에서는 거미가 거미줄을 통해 우주의 존재들과 교류를 나누고, 남극의 펭귄들이 실은 굉장한 수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꽃들은 각자의 진동수가 다르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과 식물들은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3차원 지구 세계로 현신할 때 각자의 개성이 표현된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일견 황당하고 일견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 ^
동물에게서 삶의 철학을 배운다는 류의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고양이 그림이 사랑스러운 <일곱 마리 고양이가 들려 주는 삶의 지혜>나, 이 책을 제목과 삽화만 바꿔 새로 펴낸 <우리 고양이하고 인사하실래요?>도 마찬가지 입니다. 서로 다른 성격과 행동양식을 가진 고양이들을 키우면서 인생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미덕, 지혜를 배울 수 있더라.. 뭐 그런 내용이죠.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읽었던 <시튼 동물기>나 영화로도 만들어진 <하치 이야기>를 포함해 여러가지 동물이 등장하는 동화나 이야기들은 대체로 동물을 통해 뭔가를 배우거나, 동물에 빗대어 사람의 삶을 되돌아보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원숭이판 '오체불만족' 같은 <다이고로야, 고마워> 같은 내용은 또 얼마나 감동적이던가요? 실제로, 배우려는 마음만 가지고 보면 동물들은 존중, 믿음, 참을성, 순수함, 용서, 우정 등 우리에게 많은 모범과 지혜를 보여주는 고마운 친구들이죠.
"동물과의 대화"를 다룬 책들도 이미 있어 왔습니다. 서점의 <애완동물> 코너만 가도 종류별로 만날 수 있지요.
자폐형 천재 학자인 '템플 그랜딘'의 <동물과의 대화> 정도가 접근 방식에서 좀 독특합니다만, <동물과 대화하는 아이 티피>같은 류는 그냥 예쁜 사진과 동화같은 내용만 인상적이라는 평도 있구요,
최근 출간된 <감춰진 생물들의 치명적 사생활>을 포함하여 나머지는 대부분, 실제 "대화"라기 보다는 야생동물과 애완동물의 생태를 오랜 기간 관찰/기록하여 그 속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한 뒤 이를 소개하는 형식입니다. 고양이가 꼬리를 흔드는 모양이나 리듬, 패턴에 따라 '어떤 감정 상태다' 라는 식의 내용들인데, 이제 인터넷 카툰 같은 걸로도 널리 알려져 있죠.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에 등장하는 '개 심리학자'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리 천방지축 버릇없이 굴던 개라도 5분 안에 순하게 만들어버린다는 미국의 '시저 밀란'.
개가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의 행동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며, 주인의 표정과 감정, 행동을 학습하여 반응한다는 설명은 흥미롭습니다. 일본판 TV동물농장에서 다룬 '꼼짝없이 누워만 있던 강아지'의 사례도 이걸로 쉽게 설명이 됩니다. 이뻐하던 개가 원인불명으로 누워만 있으니 주인의 기분은 당연히 안좋고 염려스럽겠죠. 그런데, 그 개는
아픈 자기 때문에 주인의 기분이 나쁘다는 것까지는 추론하여 생각하지 못하고(이것이 개의 한계? 마치 어린애들 같죠), 단지 주인의 그 '우울하고 가라않은 감정' 자체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집안 분위기가 왜 이리 칙칙해? 혹시 나를 내버리려는 거 아니야?" 라고 겁먹어서 더 아파 누워 있었다는 스토리. ㅎㅎ;
그런데, 가만히 본문을 읽어보면 '시저 밀란'은 진짜로 개와 대화하고 소통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개의 습성을 잘 이해하고 그것을 잘 다룰 수 있는 특별한 바디랭귀지가 몸에 익은 전문가로 보일 뿐입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와 같은 수준은 아닌거죠. 자기 개가 귀엽다고 너무 오냐오냐 대해서 나쁜 '개버릇'을 들여놓은 여느 애견가들과는 달리, 그는 "개는 개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라고 확실한 선을 그어 버리고는 개가 사람의 태도나 동작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오랜 관찰과 남다른 감각으로 파악하여 적절히 대응했던 셈입니다. (개에게 사람이 확실한 '주인master'임을 인지시켜야 한다는 내용은 왠만한 개 훈련 책들에 다 나오는 기본 원칙.)
하지만,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등장하는 저 위쪽의 책들을 보면, 이렇게 '사람이 동물을 관찰하고 그 결과를 정리하여 만들어낸 설명'이나 '사람이 동물을 보고 느낀 점'을 적은 글과는 확실히 다른, 어떤 '날것의 느낌' 같은 것이 있습니다. 내가 '영희'를 바깥에서 관찰하여 '영희 너는 지금 이런 상태인 것 같애'라고 하는 것과, 그 영희가 직접 자기 얘기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엄청난 차이 이지요. 단지, 그 영희가 직접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의 말로 이야기하지 않고 나에게 이미지나 직감 같은 '텔레파시' 방식의 의사전달을 한다는 것이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의 설명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책 내용 중에 소위 '영적'인 내용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지도 모릅니다. 동물들이 영적인 존재여선 안된다는 법이 있을까요? 사람의 편견인거죠.)
심지어 동물 뿐 아니라 식물들도 나름의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고, 사람과 의사소통 할 수 있다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유명한 <식물의 정신세계> 같은 책이나 <장미의 부름> 같은 책들이 그런 쪽이죠. 직접적인 대화까지는 아니지만, 곤충들의 생태와 고대의 신화들을 조사하여 '벌레'라고 하찮게 여기던 것들이 실은 특별한 지성과 목적을 가지고 이 세계에 존재할 수도 있음을 일깨워주는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도 넓은 의미에서는 이 범주에 넣을만 합니다. 모두 신비주의나 신화, 신과학 등에서는 오랫동안 언급되었던 주제들이고, 고대의 샤먼이나 무당, 마법사, 성직자들이 나무나 꽃, 풀들과 대화를 나누고 신비의 약초를 발견하는 등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지요. 서기 325년경 '정치적으로 공인된 기독교'가 전 세계를 뒤덮기 전만 해도, 지구상 대부분의 민족들은 이런 사고방식을 '미신'이 아니라 오히려 '생활의 상식'으로 당연하게 여기면서 그들과 서로 교통했다는 단서들이 신화나 전설에는 풍부하게 존재합니다.
(생일상 앞에서 왜 이렇게 오묘한 표정인거냐...)
동영상으로 본 '하이디' 같은 경우, 특별한 말이나 행동도 별로 없이 대부분 조용히 있기만 하는데도 동물에게서 확실한 변화가 일어나는 '피드백'이 발생하기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가짜'라는 생각을 가지기 힘듭니다. 평범한 일반인들도 어떻게 하면 그런 능력을 계발할 수 있을까 그게 더 궁금할 따름이지요.
위에서 소개한 다른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이 쓴 책들에서도 하이디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그 내용에서 '사람이 추론하여 쓴 일반적인 동물책'들과는 다른 뭔지 모를 생생함이 느껴집니다.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 인지능력, 일부러 지어내려고 해도 힘들었을 갖가지 사연들이 등장하고, 몇 몇은 쉽게 예상되는 원인과 달리 의외의 반전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영적이기까지도 하구요.
사람 이외의 존재와 대화한다는 것이 진짜인지 어떤지는, 어쩌면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을 보고 읽으며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식물이나 동물, 곤충 같이 우리가 사람보다 열등하고 하찮게 여기는 존재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운 정서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의 행동과 감정, 심지어 그 동기까지도 눈여겨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말 못하는 미물' 따위가 아닌 것이죠. 사람이 '그들의 방식대로'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고 교만에 빠져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일반적인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영적인 동물/식물들의 이야기도 등장하니까요.
그리고, 대부분 문제의 해결책은 역시 "사랑"으로 귀결됩니다.
뻔한 이야기(?)니 뭐니 트집을 잡으려 해도 어쩝니까,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 세상의 진실인 것을...
사람을 포함해 뭇 생명을 낳고 키우며 평생을 그 안에서 그리워하며 살게 하는 힘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