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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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밤,

이 곳에서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

『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

셸비 반 펠트 장편소설 / 창비






인간들. 대체로 멍청하고 어리석다.

하지만 한번씩 놀랍도록 똑똑한 생명체가 되기도 한다.



놀랍도록 행복해지게 만드는 소설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은 읽는내내 결국엔 해피엔딩일 것이며 모든 것이 다 잘 될것이라는 확신을 갖으며 읽게한 힐링의 시간이었다.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여정이란 끊임없는 인내심과 불행의 연속일 수도 있으나 어느순간 찰나의 행복으로 그동안의 슬픔이 지워지듯 다시 도약할 힘을 얻게 되는게 마치 인생의 순환처럼 이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고작 문어에게 대체로 멍청하고 어리석은 인간이라고 들어도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가끔은 똑똑한 생명체가 되기도 한다니 참으로 영악한 문어가 아닐 수 없다.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은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었을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면서 출간 즉시 인기를 끌었는데, 그만큼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긴 독자들에게 기적과도 같은 선물을 했다는 사실에 나 또한 공감의 하트를 누르고 싶었다는거... 늦은 저녁, 분주한 하루를 끝낸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는데 그 특별함 속으로 빠져보도록한다.





당신에게 헛된 희망을 주는 것은 아니다.

내 죽음은 임박해 있다.

하지만 아직 죽은 것은 아니다.

바다의 광활함을 누릴 정도의 시간은 허락되었다.

하루 어쩌면 이틀 정도, 해저 밑바닥 깊은 어둠을 한껏 즐길 시간이.



암흑에 가까운 어둠 속에 있는 마셀러스... 난 문어다.

이름은 아쿠아리움 관장의 딸이 지어준 것이고 수조밖에서 나를 보는 사람들은 보통 친구라고 부른다. 그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지능이 높기도 하지만 수조 너머의 사람을 관찰하며 그들의 언어를 듣기도 한다. 문제는 이제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뿐이다.

작은 마을 소웰 베이의 아쿠아리움... 이곳에서 야간 청소일을 담당하는 토바 설리번은 몇 해 전 아들 에릭을 잃고 혼자가 되었다.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도 깨끗하게 만들며 수조 안의 친구들 모두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하는데 눈치는 없는 듯... 그리고 또 한명, 매번 오해로 인해 인생이 허망하다 여기는 캐머런 캐스모어는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버려졌다고 생각했고, 그러던 중 아버지의 흔적을 찾게된 그는 그동안의 보상을 받기위해 소웰 베이로 향하는데...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마셀러스의 특별한 모험이 시작된다. 죽기전에 해결하고 싶었던 그들의 얽힌 상실을 찾아주고 싶었던 문어는 과연 그들이 찾지 못한 비밀을 찾아줄 수 있을지...



괴씸하지만 이토록 멋진 문어라니...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은 상실의 아픔을 아름답게 이겨내는 특별한 소설이었다. 마치 아침 산책을 하면서 이름도 모르는 풀꽃에게 인사를 하며 변함없는 일상속에 작은 소망을 심어주듯이... 이 책은 잔잔하면서 짙은 감동을 선사하는 소설이다.

너무나 큰 세상에 혼자남겨진 듯 하지만, 사실 큰 세상이란 작은 세상들이 하나하나씩 그물처럼 엮인 것이라고... 작은 우연들이 모인 조그만 세상에서 커다란 인연을 만들어 큰 세상을 보여줬던 힘 있는 소설이었다. 상실을 경험한 이들에게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을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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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스물셋 앤드 앤솔러지
김청귤 외 지음 / &(앤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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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 앤솔러지

『 이상한 나라의 스물셋 』

김청귤 외 / 넥서스








"나의 스물셋은 어땠더라?"하고 회상하게 만들었던 <이상한 나라의 스물셋>... 아마도 그때쯤에는 내 삶의 목표를 혼자만의 독립으로 쉼없이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늦은 시간까지 퇴근하지 못하고 자재과에 오는 거래처 사람들에게 커피를 타주며 조금만 버티면 작은 월세방을 얻을 수 있다는 일념하나로 버틴 젊은 시절... 다시금 생각해보니 스물셋이란 나이가 성인의 경계선인듯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군대를 제대하는 시기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스물셋즈음 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고 꿈꾸던 것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과 타협없는 거대한 절벽을 마주하기도 한다는거... 그럼에도 나아질 것이란 희망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스물셋, 한국단편소설 <이상한 나라의 스물셋>을 만나보시길...

<이상한 나라의 스물셋>은 8인 작가의 앤솔러지로 어디로 가야할지 헤매고 있는 스물셋에게 보내는 메세지다. 짧은 단편소설이지만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는 나의 이야기... 아니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꿈을 꾸었다




스물셋... 완전한 성인이 되어 무엇도 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는 시기... 하지만 현실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원하던 일을 하고 달달한 로맨스도 경험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고 내가 가는 길이 제대로 된 길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상한 나라의 스물셋>은 단편소설 앤솔러지로 변덕스러운 시기의 스물셋을 그려냈다.

제목에 이끌려서인지 개인적으로 김청귤 작가의 「마법소녀, 투쟁」이 가장 공감이 됐다. SF소설의 모습을 한 성장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어느날 지구에 나타난 그림자 괴물... 모든 사람들이 절망에 빠졌을 때즈음 생명의 기운을 담은 마법소녀가 나타나 그림자 괴물을 물리친다. 시간이 지나 정부가 마법소녀를 관리하며 키우기 시작했고 스물셋이 지나면 은퇴해야 하는 시기가 된다. 그림자 괴물과 싸우다 죽어도 어쩔수 없는 노릇에다 은퇴후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척박하기만 했다는 점... 마치 12년이상의 학업 전쟁을 치뤘음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마주했을 때의 현실이 녹록치 않은것처럼 말이다.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내가 무엇이 되리라~는 꿈이 어두운 현실의 그림자를 비추듯 불완전한 삶... 그런 이야기들이 단편소설로 들어있다.



남몰래 혼자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이서수 작가의 「청춘 미수」에서도 보여주듯이 대화없이 느꼈던 감정만으로 관계를 맺은 인연이 어떻게 보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성인이 되어 모든 책임을 감당하는 부담감보다 아직은 미숙한 성인이기에 기댈수 있는 누군가에게 손을 뻗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버거운 삶에 흔들리는 스물셋에게 단편소설 <이상한 나라의 스물셋>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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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소설
앙투안 로랭 지음, 김정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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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이야기가 현실이되고 일어나야 할 사건이 아직 남아있다는 전개가 무척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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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일의 밤 백 편의 시 - 일상을 충만하게 채우는 시의 언어들
이영주 지음 / 뜨인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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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편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 좋은 봄날입니다. 기쁨과 위로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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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3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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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223

『 속죄 』

이언 매큐언 / 문학동네






시간이 멈춰버린 뜨거운 오후,

소녀의 오해가 불러온 젊은 연인들의 비극

그리고 이를 되돌리려는

한 소설가의 평생에 걸친 지난한 속죄!



미루어 짐작하여 말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독자는 경험한 바 있다. 우리의 삶 속에 녹아있는 배려가 나의 선량한 의도일지라도 섣부른 판단만큼은 금물이라는 사실을... 상대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보였을지라도 그 사람이 말 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어렸을 때 저질렀던 자신의 죄를 씻어내기위해 평생을 속죄하고 살아야했던 작은 소녀... 지나간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죄를 가슴에 짙게 새겨 지극한 슬픔의 삶을 살아가면서 써내려간 이야기... <속죄>는 영화 '어톤먼트'의 원작소설로 이언 매큐언만의 문체로 깊은 울림으로 그려낸 내면의 언어로 탄생한 소설이다. 역대 최고의 소설이라 극찬받고 저자의 모든 것이 집약된 역작이란 메세지에 기대감을 안고 페이지를 넘겨본다.





진실은 허구만큼이나 붙잡을 수 없는 유령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브라이어니는 지금 당장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

우선 자신이 본 내용을 글로 옮기는 것,

즉 한낮에 집 바로 근처에서 발가벗다시피 한 언니의 충격적인 행동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글로 쓰는 도전부터 시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1935년 영국 상류층의 교외 저택...

오래도록 떠나있었던 오빠 리언의 귀향을 환영하기 위해 작가를 꿈꾸고 있던 작은 소녀 브라이어니 탤리스는 희곡 소설을 썼다. 우연하게도 가족의 내전으로 이모의 아이들이 집에 와 있었기때문에 '아라벨라의 시련'의 공연은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을거라 장담했다.

그러던 어느날... 서리 언덕에 황금빛 사자 같은 한여름 햇빛에 잠식되고 있던 장미정원의 트리톤 분수 근처에서 이상한 장면을 목격한 브라이어니... 아버지의 도움으로 공부를 하던 가정부의 아들 로비 터너가 언니 세실리아에게 청혼을 하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는듯했지만, 지켜볼수록 협박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더 컸다는 점... 그 모습을 본 브라이어니는 작품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한편 로비 터너와 세실리아는 우연한 실수로 골동품 화병을 깨뜨렸고 깨진 조각을 찾기위해 세실리아가 옷을 벗고 분수대로 들어갔다는 사실이 오해의 시작이었다는거... 또한 세실리아를 마음에 품고 있었던 로비는 그녀의 벗은 몸을 보고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오해로 말다툼을 하게 된 둘은 신경질적으로 헤어졌고 잘못 배달된 편지는 큰 파장을 맞게 된다.

브라이어니의 희곡 공연이 불발된 저녁 만찬 시간... 친척 쌍둥이 형제가 실종되고 그들을 찾으러 나간 형제의 누나 롤라가 강간을 당한채 발견되는데... 브라이어니의 증언으로 이 모든 일들을 벌인 범인은 로빈을 향했고 시간이 지나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다.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은 어디로 향할지...



수많은 언어의 향연에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던 소설 <속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이라는 시대적 전제를 통해 기적을 그려내는 듯 했지만 독자의 마음이 안정된 순간 저자는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린다.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세세하게 그려냈던 문체뿐만 아니라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전개는 그야말로 걸작 중에 걸작이었다 말하고 싶다.

<속죄>는 기억하고 있는 한, 인간의 죄는 쉽게 씻길 수 없음을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자신의 죄는 자신이 가장 잘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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