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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평점 :
https://hestia0829.blog.me/221926744246

어둠의 그림자 속에 갇혀있는 한 여성이 고뇌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책이 처음 출판할때부터 '멋진 신세계'나 '1984'의 시대적 맥을 잇는다는 소개에 관심있게 지켜봤고 특히나 소리를 내어 말 할 수 없는 여성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냈을지 궁금했다. 침묵하는 여성일까, 침묵을 당하는 여성일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억압속의 여성들은 이러한 사회를 과연 변화시킬 수 있을까...
미국의 대통령으로 뽑힌 샘 마이어스는 순수운동이라는 사회적 변화를 추구한다. 그가 말하는 순수운동은 여성의 목소리를 빼앗음과 동시에 일자리를 시작으로 사회생활을 모두 박탈한다. 특수학교를 만들면서 선생은 모두 남자였고 주입식 교육을 하게 되었으며 종교과목을 추가하여 사상을 새뇌시키기도 하였다. 문제는 모든 여성들의 손목에 단어 카운터를 채웠는데 하루에 입밖으로 꺼낼 수 있는 단어를 백가지로 제한하고 그를 어겼을 경우엔 팔목에 채워진 카운터의 전기 충격을 통해 벌하기도 한다. 주인공 진 매클렐런은 언어사회학자로 신경학의 권위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아이들의 엄마였다. 남편 패트릭은 순응에 따르는 사람이였고 세아들은 기세등등하지만 여섯살 난 딸 소니아는 순수운동이라는 이름하에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어느날 대통령의 형의 사고로 정부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진에게 치료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이에 흔들리는 진은 자유로워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다 결국 조건하에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정의롭지 못한 행위들은 그녀를 도발하고, 인간답기를 원하는 여성들의 저항이 시작된다.
읽는내내 속이 뒤집어지며 입밖으로 나오는 욕설을 참아내느라 힘들었다. 여성의 침묵은 화목한 가정을 깨트린다.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거나 책을 읽어줄 수도 없으며 사소한 고민조차도 조언해 줄 수 없는 가정붕괴를 가져온다. 제 시간에 일어나 아이를 흔들어 깨우고 시간에 맞춰 식사를 준비하는 그런 가정부가 아니란 말이다. 침묵을 강요하며 인구의 절반이 사회에서 버려지는 그런 하찮은 존재로 만드는 사회가 과연 인간다운 세상으로 거듭난다는 건 인간의 멸종을 보는 시각인듯 하다. 권력을 가진 자의 끊임없는 욕심이 처음에는 여성의 복종이였겠지만 자신 외의 인간 모두를 굴복시키려는 욕망이 아닐까... 이 책은 지금의 인간이 누군가를 굴복시키며 삶을 보내고 있는지 신중하게 되새김질하며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