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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했던 순간들 - 70-80년대의 추억과 낭만 이야기
김호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9월
평점 :
살아오면서 내가 태어나기 전의 역사를 주로 접했고 으례 역사라고 하면 아주 오래된 연대기,인물 중심이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데,이 도서는 내가 태어나던 60년대 및 학창시절을 활발하게 보내던 70,80년대의 생생했던 현장과 언저리를 다큐멘터리식으로 전해 주니 참으로 고맙고 아련하고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오래된 내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저자와는 거의 동년배에 가까울 정도로 서술하고 있는 사건,사고,인물,사물등이 엊그제 집에서 보고 신문에서 보았으며 내 몸으로 겪었고 부딪히고 눈물을 흘리고 환희의 순간,감격,미래의 이상을 온몸으로 느꼈던 터라 더욱이 값진 도서가 아닐 수가 없다.
이 도서의 이야기는 1960년대생부터 1969년생이 학창시절 보고 듣고 말했으며 온몸으로 겪었을 그 당시를 함께 공유하고 되돌아 보는 한국전쟁후 1.5세대가 아닌가 싶다.물론 1960년대초와 1960년대 후반에 출생한 분들은 학창 시절 약간의 사회적 제도나 분위기는 차이가 나지만 그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가물가물 희미한 기억과 추억으로 마음 속에 살아 있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나는 그러고 보니 전자에 가까울듯 싶다.
여기에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기억이 나고 인상에 오래도록 각인이 되고 있는 것들을 말한다면,다음과 같다.
--국민교육헌장 외우기,국기에 대한 경례,가을 대운동회,1971년 대통령 선거,10월 유신,김신조 남파사건,7.4공동성명,육영수여사 피살사건,강재구 소령의 굵고 짧게 살자,베트남 패망,새마을 운동으로 인해 매일 아침 동네 풀뽑기(제일 하기 싫었음),반공방첩 표어,뽀빠이 사먹기,풀베어 퇴비쌓기,혼식 장려운동,8.18도끼 만행사건,웃으면 복이 와요,이소룡 우상,돈 걷어 방과후 선생님 몰래 영화 보기,스마트 교복,고고춤,고교시절 교련 활동,타잔,주말의 명화,전설의 고향,10대 가수상,선데이 서울,축구선수 차범근,박치기 김일,예비고사와 본고사,성문종합영어와 수학정석,삼양라면,농번기 방학,민방공 훈련,난로위에 양은 도시락 올려 놓기,회충약 먹기,수사반장등이다.---
이것은 70년대의 내가 기억하는 것들이고 80년대에 들어 오면 신군부에 의한 군부독재정치와 삼청 교육대,86아시안 게임,88올림픽 경기등으로 정치와 경제가 격변기에 있었던 때라고 생각이 든다.
70,80년대에는 학교 및 사회 제도가 경직되고 규제도 많았지만 깨우침이 적었는지 그냥 순순히 따라가는 것이 순리인 줄만 알았다.어른이 되고 되돌아 보면 구질구질하고 숨이 막혔던 시대였을지 몰라도 자애롭고 엄격한 부모님과 스승,멋진 인생의 선배들의 멘토가 있었기에 샛길로 새지 않고 느리지만 바른 길로 걸어 올 수가 있었던거 같다.
지금은 40~50대의 중.장년층의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1960년대생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돌아보고 민주화를 위해 피를 흘리고 산화한 선배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안정되고 편안한 생활을 즐길 수가 있지 않나 느껴 본다.그 시절은 어둡고 방황했지만 되돌아 보니 행복했고 좋은 추억으로 되살아 나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