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여름 알베르 카뮈 전집 1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8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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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다 읽어도 왜 결혼인지 이해 못 하고 독서모임을 통해 자연과의 결혼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거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재독해도 여전히 결혼은 뜬 구름 잡는 소리로만 들린다. F들은 그릴 듯이 아름다운 자연 묘사에 함께 여행 하는 기분마저 느꼈다니 그저 경이로웠다.


차라리 여름은 이해 가능.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마침내 내 속에 억누를 길 없는 여름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1939년에서 1953년까지 집필된 여름 관련 수필은 전쟁을 앞 둔 불길한 긴장, 기필코 벌어진 전쟁에 대한 분노,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심화되는 이념 갈등에 대한 작가의 고뇌가 충실히 담겨 있다. 


다만 여러 출판사를 비교해 본 결과 책세상 출판이 제일 후지다. 편집자주는 전혀 없고, 아예 교열한 흔적도 없다. 다른 출판사 책으로 읽을 것 권장.

<나쁜 사례 몇 가지>

52쪽 "내가 너한테 6-35를 엥기게 되면 어쨌거나 몇 방 먹는 건 매일반이거든" ->6-35는 6-35 구경 권총을 의미한다는 걸 다른 출판사 책으로 알아냈다.

139쪽 "그리스 사람들은 의지에다가 이성의 테두리를 그어두었던 반면 우리는 마침내 이성의 중심에 의지의 충동을 갖다 놓음으로써 이성이 살인적으로 되게 하고 말았다" -> 일본식 번역어 문구의 전형+경상도식 구어체. 김화영 교수는 분명히 경상도 사람이라고 큰소리 치고 검색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경상도 사람이다. 틀린 문법은 아니지만 편집자가 "그리스 사람들은 의지에 이성의 테두리를 그어두었던 반면, 마침내 우리는 이성의 중심에 의지의 충동을 가져다 놓음으로써 이성을 살인적인 것으로 만들고 말았다"라고 했으면 덜 난해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편집자가 경상도 특유의 과도한 조사와 모음 축약, 사역형 어미를 전혀 손 볼 생각을 안 했다는 것에 경상도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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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7-05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가 제대로 교열을 하지 않은 것이 제일 큰 문제겠지만 그런 출판사의 잘못을 한눈에 알아본 조선인님이 더 대단하신 것 같아요^^
 
국어, 수학, 페미니즘! -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필수 교과로 가르쳐보았다
이임주 지음 / 봄알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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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덜컥 첫 연애를 시작했고, 속되게 말해 진도가 매우 빠르다. 혹시나 우리 아이가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주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하던 차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딸은 또 어떠한가. 고3때 숏컷을 했다가 학교에서, 학원에서 꼴패냐고 공격받았던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하필 대학도 가부장제가 심한 남녀공학에 가는 바람에 또 꼴패로 낙인찍힐까 겁나 여성학 수업 1번을 못 듣고 졸업할 예정이다. 나는 여대를 다니며 주인된 경험을 해봤으면서, 사회 속에서 '여자라서 그래'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발악하며 살아왔으면서, 가정에서의 페미니즘 실천은 너무 등한시해왔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더 두려워하라'고 강요받아온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집이 가장 안전한 곳이었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진작에 나도 집에서 제대로 페미니즘 교육을 할 것을. 밥상머리 교육으로 자연스레 페미니즘을 체득하고 있을 거라 믿었던 안이한 내가 부끄러워진다. 지금이라도 동백작은학교에 단기학습이라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참 후회중이다. 동백작은학교의 페미니즘 필수 교육 과정(35~38쪽)을 본따 주말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다짐중이다. 동백작은학교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한 학생도 선생도 아직까지 가정에서의 페미니즘 실천은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작은 위안 삼아 뒤로 숨지 말아야겠다.


또 다른 반성은 내가 딸에게 연애를 종용해왔다는 것이다. 이성애를 전제하지 않기 위해 남자든 여자든 얼른 연애를 하라고 해왔는데, 연애 종용이 결혼 종용이 될 수도 있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연애만이 아님을 쉽사리 망각해왔던 것이다. 양육자로서 페미니즘을 다시 공부하지 않은 것이 자꾸만 부끄럽다.


페미니즘은 반남성주의도, 여성우월주의도 아니다. 모든 사람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관계의 철학이고, 실천이다. 이 사회가 조금 더 안전하고 평화롭고 정의롭기를 바라는 지향이고, 생활과제이다. 내 속에 숨은 차별과 이기주의와 혐오를 직시하고 나부터 바꿔나가자는 마음가짐이고 행동전략이다.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것은 상식적인 인간의 근본 욕구라 우리는 믿는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헤맬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주고 싶었다는 이임주 교장 선생님에게 한없는 존경을 바친다. '나는 세포부터 바꿔야 한다'고 엉엉 우는 남자 선생님에게도 감사 드린다. 학교 안에서만은 안전하게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어간다고 아이들이 느끼는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너무나 예상 가능하게도 동백작은학교의 젠더 평등 선언식 때문에 학교 밖에서 민원, 협박 전화, 교육부 감사는 있었다고 한다. 부디 모두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전한 학교가 있음에 알아주고 응원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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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딸, 총을 들다 - 대갓집 마님에서 신여성까지, 일제와 맞서 싸운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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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으로 만들어진 여성 독립운동가 24인에 대한 한국인물사. 고신문 등 다양한 참고문헌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자세히 사실을 다루고 있고, 최근 발굴된 사회주의 계열 여성 독립운동가가 포함된 편이다. 


그러다보니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중 생전 처음 듣는 사람들도 있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첫째,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최근에서야 재조명되었다. 둘째,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 역시 최근에서야 재조명되었다. 특히 군부독재 시절 1931년 만주사변 이후 국내외 독립운동이 위축되었다고 배웠던 나로선, 그 시절 중국, 만주, 러시아 일대에서 사회주의 계열을 중심으로 무장투쟁이 활발했다는 것에 놀랐고, 그 중에 수많은 여성 또한 있었음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아직도 숨겨진 많은 이름들이 있을 것이고, 

남북간의 역사 교류를 통해 더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발굴되기 바란다. 우선 이 24명의 이름부터 기억해야겠지. 김락, 이화림, 남자현, 정정화, 동풍신, 김마리아, 박자혜, 박차정, 조마리아, 안경신, 권기옥, 부춘화, 김향화, 강주룡, 윤희순, 이병희, 조신성, 김알렉산드라, 오광심, 김명시, 정칠성, 방순희, 이희경, 주세죽... 빛나고 아름다운 이름들.

다만 아쉬운 건, 작가의 말버릇.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00의 딸로서,' '00의 며느리로서,' '00의 아내로서.' '00의 여동생으로.'라는 문구를 매 편마다 빼먹지 않고 쓰는데 질려버릴 정도이다. 혹시나 싶어 찾아본 작가의 고향과 학력을 보니 더더욱 그 여성관이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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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학
정수일 지음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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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연휴에 여행계하는 후배와 둘이서 3박4일간 몽골여행 패키지를 갔다왔다. 무슨 책을 가지고 갈까 고민하다 하필 고른 게 <실크로드학>이다. 보통 여행갈 때는 여행지와 관련된 책을 골라 갔는데, 이번엔 미처 책을 사지 못 했고, 실크로드 중 초원의 길에 몽골 얘기가 좀 나왔던 게 기억이 나 책장에서 그나마 근사치로 골랐던 거다.

정수일 선생님은 역사 속 문화를 지배의 관점이 아니라 교류의 관점으로 교정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분이다. 이 책은 다시 봐도 재밌고, 실크로드 전반에 대해 교통정리를 해 주는 책이라 좋다. 다만 왜 하필 양장본에 장장 810쪽에 1.5Kg이 넘는 책을 골랐을까. 후배가 공항에서 무심코 내 배낭을 받아줬다가 무게에 화들짝 놀라기에 겸연쩍게 웃었다.

무거운 책 덕분에 울란바토르에서 몽골국립박물관을 갔을 때는 책에서 다룬 문양들을 신이 나서 찾아다녔다. 박물관은 수원박물관보다 작은 크기였지만, 빼곡하게 수장품을 모아놓았기에 볼 거리는 많았고, 무엇보다 가이드의 자부심 가득한 설명이 인상 깊었다. 근현대사까지 다루고 있는 부분도 신기했는데, 덕분에 지난 겨울에도 몽골에서 민주화 시위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여신의 이름을 가진 젊은 가이드에게 당신도 시위를 나갔었냐고 묻자 배시시 웃으며 말문을 돌리길래, 나도 지난 겨울에 대통령 탄핵 시위를 매일 나갔다고 슬며시 자랑을 했다.

각설하고 실크로드를 바라보는 관점을 세우고, 기초 지식을 쌓는데 유용한 책임을 다시 강조해본다. 다만, 2001년 책이라 최근의 발굴/발견에 대해서는 누락된 부분이 있음을 감안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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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5-09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골여행하셨다니 즐거우셨겠네요.그나저나 해외여행가시는데 여행가이드북도 아니고 1.5킬로나 되는 인문서적을 가져가셨다니 진정한 애서가의 표본이시네요^^

조선인 2025-05-0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말해 저도 후회 많이 했습니다만 정수일 선생님 팬인지라. ㅎㅎ

감은빛 2025-05-0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골에 다녀오셨군요. 저는 2000년 여름 사막화방지운동을 위해 몽골에 다녀온 후로 늘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다시 가 볼 날이 오겠지요. 몽골을 그리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조선인 2025-05-09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골에 관한 책이라면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을 더 추천합니다. 그나저나 2000년에 다녀오셨다면 지금의 몽골이 엄청 낯설 것 같습니다. 작년에 몽골 다녀온 사람과 제 경험을 비교해도 확연히 다르거든요.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하는 중입니다

꼬마요정 2025-05-09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kg이라니… 대단하세요!! 근데 뿌듯하실 것 같아요. 몽골은 한 번도 안 가봤는데 가보고 싶습니다^^

조선인 2025-05-09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몽골은 하늘!!! 하늘!!! 하늘!!!이라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한없이 푸른 하늘과 별이 쏟아지는 하늘과 초원에 구름 그림자를 드리우는 하늘이 우리를 매혹하였습니다.

바람돌이 2025-05-10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째가 몽골 같이 가자고 하는데 엄마는 이제 힘든거 싫어. 엄마는 문명이 좋아 이러면서 너나 가라고.... ㅎㅎ 그래도 조선인님 글보니 가볼까 싶어지기도 하네요. ^^

조선인 2025-05-10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통식 게르 대신에 현대식 게르 묵으면 난방도 되고 양변기와 샤워 다 가능합니다. 작년 다르고 올해 달라요.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 한국추리문학선 3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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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이나 소설 짜임새는 좋다.
다만 등장인물 중 매력적인 사람이 없다.
특히 탐정이 개성이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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