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 당시 흑인노예해방을 외치던 사람들이 있었다. 계급을 넘어 인종을 넘어 평등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 속에, 아니 그보다 먼저 `흑인노예들의 상태`라는 극본을 쓴 여인이 있다. 그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아이티는 세계 최초로 흑인노예해방 혁명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코 지지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여성! 롤랑 부인도, 올랭프 드 구주도, 테루라뉴 드 메리쿠르도, 정신병자로 취급받았을 뿐이다. 그녀들에게 허용된 건 정신병원과 단두대뿐이었고, 잊혀진 역사가 되었다. 이제 소책자를 통해 만난 올랭프 드 구주는 완벽하지도, 고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선명함과 찬연함이 참 불꽃같아 보였다. 난 아들에게 남긴 편지를 딸에게 낭송해 주었다.˝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조국과 민중을 숭배하다 희생되어 죽는다.˝나는 이렇게 올랭프와 달리 글을 읽고 쓸 줄 알며, 교육을 받았고 직업이 있고 딸 역시 그러할 거라 믿는다. 이 차이가 선구자들에게 빚진 것임을 안다. 새삼스럽게 고맙다.
정말 간만에 키들키들거리며 책을 읽었다. 개그콘서트보다 냉장고를 부탁해야말로 진짜 생활의 개그프로그램이라 여긴다. 고양이 변호사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유머다.* 키들키들이라고 써넣고 오타를 고치려다 키득과 흔들을 함께 쓰고 싶어했구나 깨닫고 굳이 고치지 않았다.
어제는 수원고등학교에서 아들래미 바둑승급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1시간 정도 진행되는 동안 교정 나무그늘 밑에 간이의자 하나 두고 책을 읽는데, 바람이 살랑일 때마다 벚꽃잎이 날라왔다. 굳이 나서서 챙기지 않았지만 책이나 내 옷 위로 떨어진 것만 책 사이사이 꽂았더랬다.오늘 새삼 들춰보니 가장 많은 꽃잎이 남아있는 부분이 공교롭게도 `공원의 즐거움`이라는 단편이다. 괜히 간질거려 사진으로 남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