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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책세상 / 1994년 8월
평점 :
품절
1993년 프랑스 범죄문학상을 받은 소설이란다. 하지만 숨겨진 음모나 알리바이도, 뜻밖의 범인도 없다.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반전도 없고, 스릴도, 긴장도 없다고 안심하지 마라. 세상엔 극소수의 잘난 인간과, 그 그늘에 살아야 하는 대다수 인간으로 넘쳐난다. 하기에 이 소설은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외교관 출신의 인기많은 남자이자 작가인, 화사한 프랑스인 니콜라.
작가의 꿈을 버리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음울하고 존재감없는 영국인 에드워드.
에드워드의 1인칭으로 서술된 소설이라서가 아니라, 내 자신이 에드워드와 더 근접하기 때문에, 나 자신의 이야기인양, 순식간에 빠져들었고, 단숨에 읽어치웠다. 아, 에드워드가 작은 시집을 쓰게 되었다는 사실에 난 또 얼마나 기뻐했는지.
여기서 잠깐. 그럼 니콜라는 정말 나의 재능을 가로챈 악마였을까. 혹시 에드워드야말로 잘난 인간에 대한 질투로 비틀린 영혼은 아닌가. 진짜 반전은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은 뒤가 아닐까.
* 덧붙임.
이 책이 좀 더 일찍 나왔다면, 알랭 들롱이 니콜라 역을 맡아, '태양은 가득히'의 뒤를 잇는 정반대의 명작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