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치고 환장해서 폴짝 뛸 노릇이건 말건 이미 주주사의 결정은 내려졌다.
여기저기 갑 행세를 하고 다니지만 결국은 주주사에 매인 신세... 승복할 수밖에 없다.
뭐, 이렇게 말하면 내가 무척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거 같지만
실은 오늘 아침에도 사장실에 쫓아올라가 이러면 안 된다 어쩌구 저쩌구 쫑알댔다.
일개 대리 주제에 정말 간도 크지. 쩝.
어쨌든 결국.
멀쩡한 시스템을 억 소리나게 들어내고 새 시스템을 구축하고
멀쩡하게 돌아가는 어플리케이션도 새로 들어올 시스템에 맞춰 새로 개발해서 연동하고,
상용화 일정은 예정보다 5개월 이상 늦춰진다고 하니 그 푸닥거리할 생각하면 아마득하다.
게다가 주주사의 모 임원께서 앞으로는 '을'님의 말 안 듣는 직원은 짤라버리겠다고 공언하니
이미 모 임원과 '을'님에게 한 차례 찍힌 바 있는 나로선 무서워서 오금이 저릴 지경이어야 하나.
답답하고 복잡한 심정으로 진/우맘에게 술 사달라고 실컷 조르고 징징거렸는데,
그 마저 날라간 건 정말 기간 사태의 최고봉이었다. -.-;;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칼퇴근하고 마로를 찾아 돌아오는 길, 나는 뜻밖의 구원을 만났다.
버스정류장에서 줏은 현금카드 한 장.
들고 있다가 내일 은행에 가져다줄까 생각도 했지만,
잃어버린 사람이 밤새 똥줄 태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카드에 적힌 대로 전화걸어 신고를 하니, 아직 그 사람은 잃어버린 줄도 몰랐나 보다.
친절한 콜센타 여직원이 분실신고를 접수하고선, '고맙습니다' 대신 인사해주는데,
순간 왈칵 밀려온 뿌듯함.
'그래도 난 9월의 첫날에 착한 일 하나 했다'
8월 내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회사일에 분통을 터뜨렸는데,
결국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버렸는데,
그래도 새로운 달의 첫 날이라고 나에게 찾아든 작은 기회.
선행의 나르시즘 덕분에 난 심기일전할 위안을 얻게 된 것 같다.
힘내자!!!
아, 참, 뜬금없는 덧붙임.
오늘이 결혼기념일이에요. 축하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