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를 건너 무협의 숲을 거닐다
량셔우쭝 지음, 김영수. 안동준 옮김 / 김영사 / 2004년 3월
절판


비호외전
설산비호
연성결
천룡팔부
사조영웅전
백마소서풍
녹정기
소오강호
서금은구록
신조협려
협객행
의천도룡기
벽혈검
원앙도

飛雪連天射白鹿 笑書神俠倚碧鴛
하늘 가득히 눈이 휘몰아쳐 하얀 사슴을 쏘아가고,
글을 조롱하는 신비한 협객이 푸른 원앙새에 기댄다.

김용이 실제 저 싯구에 따라 소설을 지은 건 아닙니다. 가령 김용의 최초 작품은 서검은구록이고, 최후 작품은 녹정기. 또 월녀검이 누락된 시구이기도 하지요. 그의 생가를 기념관으로 만들면서 김용을 기리기 위해 지어낸 시구라고 하는데, 놀라운 풍취라 생각됩니다.-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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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증거 확보.
화면 자체를 캡처한 그림파일은 내가 조작했을 가능성이 가장 낮으므로
XXX가 발뺌을 못 하도록 막을 수 있다.
글만이라도 갈무리해두면 도움이 된다.
어제의 경우 매너리스트님께서 둘 다 해두셨다니 무척 고마운 일이다.

아울러 사이버테러를 신고하고자 하오니 개인회원정보나 접속로그 등을 삭제하지 말아달라고
사이트 운영자에게 요청해두어야 한다.
어제처럼 XXX가 회원탈퇴를 해버리면, 시스템이 관련 기록을 자동으로 삭제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지기님께 오즈마님이 신고를 해뒀으니 지기님이 빨리 대처해주시길 바랄 뿐이다.

그 다음으로는 바로 신고.
경찰청도 있고, 검찰청도 있는데,
검찰청의 경우 주로 형사사건이나 국제범죄를 다루므로 경찰청 신고가 훨씬 빠르다.

http://ctrc.go.kr/center/center2.jsp

범죄신고하기를 눌러 실명확인을 한 뒤, 1:1게시판과 비슷한 유형의 신고절차에 따라 신고하면 된다.
이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이메일과 핸드폰번호
신고결과는 일차적으로 이메일로 통보되기 때문에 정확한 이메일 주소를 남기지 않으면 낭패이다.

보통 신고를 하고 나면 2-3일 내에 메일이 온다.
사건접수가 되었으니, 관련 자료가 있으면 첨부해달라는 것.
이 때 미리 남겨둔 증거를 메일로 회신을 보내는 한편,
사이트 운영자의 직통 연락처를 알려주면 일 처리가 빨라진다.

다시 2-3일을 기다리면 메일 또는 전화가 온다.
메일이 오는 건 운이 나쁜 경우일 때가 많다.
XXX가 실명을 쓴 게 아니라 추적이 어렵다,
혹은 IP추적결과 국내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즉 사건조사를 진행하기 어렵다 라는 답변이니, 내가 신고한 사건은 흐지부지되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전화가 오는 경우 XXX의 신변을 파악했으니, 언제 경찰서에 나와서 대질하자는 경우일 때가 많다.
XXX의 경우 모욕죄가 적용되는 민사사건이니 일단 만나보고 고소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익명성을 믿고 지랄하던 XXX는 이 시점이 되면 대개 깨갱하기 시작하여
'내가 술먹고 실수를 했다 내지는 내가 잠깐 이성을 잃었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등등 싹싹 빈다.

웬만해서 이 시점에서 사과를 받는 것으로 끝난다.
물론 고소를 진행할 경우 피해보상금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건 참 길고 지루한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럼 고작 사과나 받자고 신고하는 게 오히려 악몽을 질질 끄는 것일까?
쿨하게 무시하는 게 멋지긴 하다.
하지만 만의 하나  XXX가 나나 내 주변에게 또 사이버테러를 하면?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도록 XXX의 정체를 까발리는 게 대단히 중요하므로 난 적극 신고를 하는 편이다.

어제밤 자다말고 컴퓨터를 켜놓은 게 마음에 걸려 일어났었다.
잠깐 브리핑을 둘러봐야지 했다가 너무 깜짝 놀랐고, 너무 화가 났다.
분이 삭지 않아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고 새벽 4시까지 서성이다 술까지 마셨다.
덕분에 지금도 머리가 아프고, 기분도 나쁘다.
다행히 오늘 아침 전화로 들은 언니의 목소리는 여전히 통통 튄다.
언니가 얼른 신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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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엄마 2005-08-1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은 이런 글을 읽었을 때 쓰라고 있는 법!!!

바람돌이 2005-08-11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력추천!!!
조선인님은 별걸 다 아셔... 퍼가서 열심히 외우고 저도 다음에 혹시 이런 일 있으면 반드시 신고할꺼야요. 이런 사이버테러는 중독성인 것 같더라구요. 맨날 하는 인간이 또해요.

호랑녀 2005-08-11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우개님 그렇군요. 추천! ^^
필요한 글을 제때 올려주셨습니다. 조선인님. 영특한 사람이야!(술 마신 거 빼고)

미설 2005-08-1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추천! 저도 어제 어쩌지도 못하고 괜히 잠을 설쳤더랬습니다.

꼬마요정 2005-08-11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퍼 갈게요~~ 사이버테러는 정말 나쁜 짓이에요~

숨은아이 2005-08-1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젯밤에 바로 대응했어야 했군요. 다른 분들이 해주셔서 정말 다행... 고맙습니다. 저도 퍼갈래요.

검둥개 2005-08-1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하고 퍼갑니다. :)

깍두기 2005-08-1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 고마워. 아침에 전화가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몰라.
그런데 알라딘에서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할 것도 같은데, 그럼 난 그냥 있어야 하나?

水巖 2005-08-1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이 떨려 무슨 글을 써야할지 모르겠군요. 퍼 가요.(난 무슨 일 있으면 마로네로 뛰어가야지)

조선인 2005-08-1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언니, 내 생각엔 민사니까 언니가 직접 신고를 해야 할 거 같은데. 다행히 지기님이 빨리 대처해주고 있긴 하지만, 일단 언니가 먼저 신고를 하고, 나중에 지기님이 모아준 자료를 첨부해보내는 게 좋지 않을까?

줄리 2005-08-1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추천 꽝! 조선인님은 아는게 어찌 이리 많으신가요?^^

물만두 2005-08-11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이 걱정입니다. 에휴...

2005-08-11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8-11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사이버테러는 형사고발 가능하지 않나요?

조선인 2005-08-1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버테러가 종류가 여러가지로 나뉘어지는데,
해킹이나 개인정보 도용, 바이러스 유포, 이런 건 형사지만,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민사처리가 되더라구요.

조선인 2005-08-1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일단은 깍두기 언니가 상황종료를 외칠 때까지 남겨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사과글이 올라왔으니, 좀 더 두고보죠.

진/우맘 2005-08-1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 엄마 화이팅!!!!

마늘빵 2005-08-11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하고 나면 대책이 기억나지 않는데 이런거 미리 알아둬야겠군요... 꾹!

짱구아빠 2005-08-1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력 추천!!!

비로그인 2005-08-11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글은 몰라도 진심으로 뉘우치면 고심하고 쓴건데, 가식적으로 들리겠지만 정말 뉘우치면서

쓴글입니다. 당사자들한테 용서구하는 글이었고요... 이번 글은 진짜 지우지 마세요. ㅠㅠㅠㅠ

다시 쓰겠습니다.

이미 보신분도 있으실지 모르지만... 우선 그냥깍두기, 클리오, 하이드, 포도상자 등등... 님꼐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제가 못났고 나쁜 사람입니다.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저밖에 없죠. 맨정신으로 어떻게 그런말을..

정말 제가 다시 읽어보기가 겁납니다. 제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럽고 후회막심합니다.

이글을 어서읽기를 바라며 쓰지만,,,, 거짓으로 용서비는건 아닙니다. 절대로요.

위기를 모면하고자도 아닙니다. 부탁드리는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간곡히 부탁드리지만

두번다시 이런 몹쓸짓하지 않겠습니다. 맹세합니다. 님들은 두번다시 어디서든 제가 몹쓸짓 하는거

볼일이없을겁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뭐라고 말해야할지... 착잡합니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톡톡히

이용해 그런 엄청난 짓을, 상처주는 짓을 했음에 진심으로 용서빌겠습니다.

우습지만요, 몇시간전에 그렇게 길길이 날뛰면서 입에 차마 담기 어려운 말들을 쏟아부을떈 언제고

이제와서 꼬리내리고 용서라니...! 하겠지만 저로서는 용서를 비는거 외에 다른 건 생각안납니다.

뭐라고 말해야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제와서 그 모든 몹쓸말을 한것에 취소한다고 상처가 없어지진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그냥깍두기, 클리오, 하이드, 포도상자 님들꼐 한 몹쓸말들은 취소합니다. 라고 말하겠습니다.

정말 우습고 염치없고 뻔뻔하다는거 알지만, 진심으로 뉘우치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까도 마찬가지였구요, 누가 지웠다만은 가식으로 어서 용서를 빌자고 쓰는게 아닙니다.

시간이걸리겠지만, 매번 들어와 진심으로 사죄드리겠습니다.

차마 용서를 할수가 없으신줄알지만 정말 이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그리고 불가능한 일임이 틀림없지만 용서를 구하고 또 알라딘에서 여러분님들과 좋은 관계 만들어가

고 싶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더이상 할말이 없습니다. 여러분을 위해 알라딘을 떠날게요.

다시한번... 그런 몹쓸 폐를 끼쳐드려 거듭 죄송한 마음을 밝힙니다.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지금 시기적으로 불안정하고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신경이 날카롭고 안좋은 떄였다고 봅니다.

이제와서 핑계둘러댄다지만, 정말 어제는 제정신이아니었죠. 술에취해있었고 민감하고 여러모로

기분이 복잡하고 안좋은 상태에서 그런일을 저질렀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상태여도 절대 그런 짓을

하는 일은 없을것임을 맹세하지만요.

정말 죄송하고 진심으로 폐를 끼친 님들꼐 사죄드립니다. 염치없지만 용서구하겠습니다............

조선인 2005-08-1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초님, 제 서재에까지 글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만 글을 지우지 말라니요?
제가 뭘 지우죠? 갸우뚱?

조선인 2005-08-1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이 올린 다른 페이퍼를 복사해 붙이신 거군요.
깜짝 놀랐어요. 제가 님의 글을 지운 적이 있나 싶어서요, 음...

조선인 2005-08-11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초님, 어제의 사건과 관련해 글을 올린 사람들께 일일이 페이퍼를 복사하지 않아도 님이 올린 글, 관심있게 봤습니다.
어쨌든 돌아다니며 페이퍼를 복사해 올린 님의 수고는 알겠습니다.
다만 만약 어제의 사건에 대해 깍두기 언니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야기를 하시고 싶은 의사라면 깍두기 언니 말대로 공개사과 내지 해명 페이퍼를 쓰시는 게 나을 듯 합니다.

울보 2005-08-1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조선인님이십니다,
저도 기억을 해두어야지요,,

kimji 2005-08-1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정보에요. 고맙습니다. 이런 일을 경험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겠으나, 이제는 그런 기대나 희망은 얼마나 헛된 지 알 것 같습니다. 이 페이지는 꼭 따로 저장해둘게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panda78 2005-08-1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합니다.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 세상에, 알아두면 약이 되는 정보로군요. 조선인님, 저도 퍼 갈게요. ^^

sweetmagic 2005-08-1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화이팅 !!!!! 멋져요 !!!
저도 이글 추천 후 펌 ~!!

아 ~~ 조선인님 ~~ 아 ~~ 자랑스러워라 !!!
마로야 좋겠다 !!!!
 
 전출처 : 바람구두 > 바람구두의 역사기행 01 - 내 마음의 폐사지(廢寺址)

제 직업이 역사기행을 다닐 입장은 아닌데 문화재단에 근무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역사기행과 문화재 답사를 일년에 한두 번은 다니게 됩니다. 덕분에 북쪽은 못 가보았지만 우리 땅에 산재해 있는 여러 고찰들을 비롯해, 사원, 무덤, 누각들 중 어느 정도 이름난 곳은 거의 대부분 다녀봤습니다. 여러 곳을 다니다보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도 있고, 별다른 기억없이 사라지는 곳도 있는데, 그 중에서 다시 가고 싶은 특별한 폐사지(廢寺址) 두 곳이 있습니다.

한 곳은 쥬빌라테님이 궁금해하시는 성주사지(聖住寺址)이고, 다른 한 곳은 영암사지(靈巖寺址)입니다. 두 곳 모두 통일신라시대의 절터라고 하는데, 아마도 각 지방 호족들이 염을 담아 세운 사찰이었는데, 전란기를 거치며 소실된 모양입니다. 그 중에서 성주사지는 충남 보령 성주면에 있는 사찰인데, 마을 어귀에 다다를 때까지 그 안에 저렇게 널직한 사찰터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길 안내를 받지 않는다면 그냥 스쳐지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성주산을 등지고 남향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맞은 편으로는 예전에 무슨 탄광이라도 있었는지 폐가들이 있구요. 성주사지의 가장 큰 매력은 폐허라는 데서 나오는 걸겝니다. 사면으로 산이 에워싸고 있고, 그 한 가운데 보기 드물게 넓고 평탄한 평지가 나옵니다. 사방이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워낙 넓기 때문에 답답하다기 보다는 탁 트인 기분이 들지요. 제가 갔을 때만 하더라도 문화재 조사를 한다고 여기저기 구획을 나눠놓고는 있었지만 연구자는 한 명도 보이질 않아서 그야말로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천둥소리 들리듯 크게 들릴 것만 같은 고요함이었습니다.

성주사지 한 가운데에는 작은 각이 하나 있는데 무슨 비석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해둔 듯 합니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렇습니다. 천지사방 내 발 닿는 모든 곳이 폐허였습니다. 저는 역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휑그레하게 바람만 스쳐가는 그 옛 절터에 앉아 있었습니다. 누구 말 걸어오는 사람도 없고, 한때는 비단 옷 입은 성주와 귀족들이 득시글 거렸을, 삼베 옷을 입고 열심히 절 일을 도왔을 사람들이 있었을 법한 큰 사찰터에 우거진 억새와 씀바귀, 엉겅퀴를 보면서 그냥 그렇게 떠가는 구름을 보았습니다.

바람소리가 아주 크게 들립니다. 작은 석등과 기단만 남은 듯한 석탑 사이로 바람이 휙하고 지나가면 웃자란 풀들이 고개를 갸웃거리죠. 폐사지에 가면 어떤 관광객들은 에이, 이런데 뭐 볼게 있다고 하실지 몰라도 앙코르와트를 못 가본 저로서는 성주사지의 그 고즈넉함은 나무들이 뿌리를 내린 앙코르와트 못지 않은 운치를 선사합니다.

성주사지가 마을 인근에 있고, 비교적 찾아가기 쉬운 곳에 위치한 폐사지라면 합천 가회면에 있는 영암사지는 큰 마음 먹지 않으면 찾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제가 갔을 때만 하더라도 주변 마을 사람들조차 영암사지가 그곳에 있는 줄도 모르는 이가 많더군요. 그 덕분에 찾아가는 길에 무척이나 애를 먹었던 기억입니다. 앞서 앙코르와트 이야기를 했는데 외국의 사찰이나 종교적 사원들은 그 건물 입구를 통과해야 비로소 사찰이 시작되지만 한국의 사찰은 산의 입구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찰에 들어서는 문을 흔히 산문(山門)이라고도 하는데 그 첫번째 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일주문(一柱門)이 산의 입구에 서 있지요. 즉, 앙코르와트나 노틀담 사원 같은 곳은 건축물의 크기 자체가 우리 내 사찰과 비교가 안될 규모이지만 한국의 사찰은 사실 상상 이상으로 큽니다. 왜냐하면 사찰이 지어진 산 전체가 바로 사원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영암사도 매우 큰 절이란 생각을 합니다. 절이 등지고 있는 황매산 모산재를 바라보며 영암사에 이르면 영암이란 사찰 이름이 아까울 게 없습니다. 바위가 꽃핀 산이거든요. 영암사에 특별한 애정이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찾아가는 길의 고생스러움도 있지만, 그곳의 삼층석탑에 깃든 우리네 민초들의 애정이 돋보이는 측면도 클 겁니다. 일제 시대 때 영암사터에 있는 쌍사자석등을 일본인들이 가져가려는데 이곳 마을 주민들이 밤을 새워가며 지켜냈다는 일화가 그것입니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봐도 그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하며 그 분들의 용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예전에 제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 사람들은 독일군의 점령이 다가온 도시에서 탈출하면서 마지막 열차에 자신들이 피할 수 있었음에도 투르게네프의 소파와 미술품들을 실어 보냈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네들의 행위만 용기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마을 사람들의 용기 역시 대단한 것일 테지요.

폐사지!
건물도 없고, 그저 터만 남은 사찰에 가서 볼 게 무엇이냐고 따져묻는 이에게 폐사지는 그저 황폐한 절터에 불과하지만, 어딜 가든 사람들 발길에 치이고, 각종 불사에 시달리는 고찰들 말고 자신을 만나고 옛사람들의 향기가 바람결에 스치는 그런 만남을 원하는 이들에게 약간의 상상력만 있다면 폐사지가 주는 향기로움은 명문대찰의 그런 부산스러움과는 비교되지 않는 맛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기회가 닿는다면 꼭 한 번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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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넘어 2005-08-10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주사터는 저도 참 좋아합니다. 얼마 전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안내판 콘테스트를 했는데 제가 잘된 안내판으로 여기 걸 찍어서 상품탔습니다 ^^* 그래서 성주사터 더 좋습니다.(제가 원래 좀 격이 떨어집니다 --;;)

느티나무 2005-08-10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영암사지는 최고의 폐사지죠 ^^;; 물론 폐사지 하면 떠올릴 아릿함은 떨어지지만 '내가 아무리 망해도 이 정도는 된다' 는 자존감이 흠뻑 묻어나는 곳이죠. 학교 다닐 때 유명한 분이 '경상도 문화재가 다 없어져도 영암사 쌍사자석등만 남아있다면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고 했더랬랍니다. 물론 빗방울 후두둑 떨어져, 인적 드문 성주사터도 훌륭합니다.
 

지난 금요일 무려 5개월만에!!! 생휴를 냈는데, 마침 아버님께서 일산 아주버님댁에 와계신단다.
모른 척 할 수 없어 수원에서 일산까지 머나먼(?) 길을 떠났는데...

좌석버스를 타고 강남역에 내려보니, 공사장이 있다.
"마로야,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 주의를 시키고 무슨 공사인가 싶어 한눈을 팔다가...

벌러덩. 보도 중간에 세워진 차량진입방지석에 걸려넘어졌다.
얼마나 호되게 넘어졌는지 양손에 순식간에 시퍼런 멍이 올라오고,
왼쪽 무릎은 깨지고, 오른쪽 다리는 쫘라락 길게 상채기. ㅠ.ㅠ
마로는 울상이 되어 나자빠진 엄마를 들여다보며 "괜찮아?"를 연발하더니...

절뚝대며 내가 일어서자 안심이 됐나보다.
바로 날라온 한 마디.
"에이, 무슨 엄마가 넘어지고 그러냐~ 나도 안 그러는데."

흑... 요샌 맨날 무시 당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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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5-08-0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괜, 찮으시죠 ??

요즘은 저도 안 넘어지는데 =3=3=3~~

물만두 2005-08-09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넘어지시다니... 마로가 아니라 님이 주의하셔야겠어요^^ㅎㅎㅎ

인터라겐 2005-08-09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이거 위로해야 하는데 웃음이 나는걸 어쩐데요... 조심하시지 그러셨어요...
그나 저나 수원에서 일산가는 길이 너무 멀어요...

마늘빵 2005-08-09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클리오 2005-08-09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이제 마로가 점점 든든해 지는거 아닙니까? ^^

mannerist 2005-08-0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자꾸 웃음이... 마냐님 필름 끊어지셨을때 서영이의 "엄마는 술을 왜 먹어?" 이후 최곱니다. ㅎㅎㅎ

sandcat 2005-08-09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헝겊으로 된 무릎보호대를...

조선인 2005-08-0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뭐에요? 합심해서 놀리고. 넘해. ㅠ.ㅠ

水巖 2005-08-09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아이구 ~
마로야, 엄마 손 붙잡고 다니거라. 큰일 나겠다. 그치?
그래 많이 다치지는 않었에요?

▶◀소굼 2005-08-0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부터 마로가 주의를 시킬 것만 같아요;;

바람돌이 2005-08-09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에고~~ 엄마 체면이 영~~
난 절대 안넘어져야지 ^^

숨은아이 2005-08-0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야, 어른도 넘어질 수 있어. 겸손을 가르치는 신의 섭리지. ^^;

딸기엄마 2005-08-09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마로. 속으론 귀엽기만 하죠?
다 알아요~ ^^

ceylontea 2005-08-09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으신가요??
딸 아이 책 중에 <조심하세요>라는 책이 있는데.. 지현이가 무척 재미있어 하는 책 중에 하나랍니다... 한번에 4,5번씩 읽는... ㅠ.ㅜ
그책에 조심해야 하고.. 등등의 이야기가 나오다가.. 중간에 엄마도 감기에 걸릴 수 있어요. 엄마도 조심해야합니다 라는 문구가 나오더군요...
조선인님.. 엄마도 조심하세요.

조선인 2005-08-09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히 실론티님 최고.
지우개님, 제 속을 들어왔다 가셨나요?
숨은아이님, 와우. 섭리. 멋진 면피조항입니다. 켈켈
수암님, 다행히 조금 피나고 멍든 정도입니다.
바람돌이님, 소굼님, 따우님 이상, 모두 얄미워요. 히히히

울보 2005-08-09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마로가 걱정할만하네요,,언제나 조심하세요,,

국경을넘어 2005-08-09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아이가 참 무섭군요. 혹시 전생에 역할이 뒤바뀌어 만났을 수도... ^^*

tarsta 2005-08-0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두..!! 제가 계단에서 발목을 삐끗하는 바람에 기브스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옆에 있던 이 꼬마가 "그러게에.. 조심좀 하지 그랬어어.." 라며 정말 측은한 눈빛으로 절 토닥이더군요. ㅜ_ㅜ

조선인 2005-08-1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스타님, 우리는 동지. ㅎㅎ
폐인촌님, 전 순간 아주 엉뚱한 생각을 했어요. 울 어머니께서 마로에게 깃든 건 아닐까 하고.
울보님, 고맙습니다. 히히
 

 

 

 

 

엄마, 학교 놀이하자. 자, 여기 앉아봐. 지금부터 내가 가르쳐줄께.

일번(첫째라는 뜻)
차들은 천천히, 사람들은 빨리 빨리 가야 해. (골목길의 천천히 글자를 생각한 듯)

이번
오토바이는 사람 다니는 길로 가면 안 돼. 그건 엑스야. (양팔로 엑스자를 만들어 보이며)

삼번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기분이 좋아. 알았지? (혼자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린다)

사번
딴 사람의 그림을 부시면 안 돼. 그건 진짜 엑스야. (마로가 어린이집에서 당한 적이 있나본데, 사무치나보다)

오번
물을 흘리면 안 돼. (최근에 혼자 물을 따르다가 곧잘 엎질렀는데, 혼내지 않았는데도 속상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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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5-08-0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에 마로 이야기 듣는군요. 마로 사진도 한 컷 보고 싶군요.

瑚璉 2005-08-0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귀엽기도 하지.

조선인 2005-08-0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로의 학교놀이를 보고 20년쯤 전에 유행했던 책이 생각났어요.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정말 그렇죠?
초심(?)만 잊지 않으면 되는 건데 말이죠.

릴케 현상 2005-08-0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엽당~

아영엄마 2005-08-07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는 참 좋은 선생님이에요~ 네,네. 알겠습니다! ^^

숨은아이 2005-08-07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물 잘 흘리는데 어쩌죠, 선생님? T.T

프레이야 2005-08-0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참 많이 컸네요. 에공 귀여워라~

조선인 2005-08-0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옷, 이 책이 아직도 팔리네요.

 마로선생님을 생각하며 다시 사볼까요?


2005-08-08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5-08-08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전 이 책을 이미 읽었고, 마로가 읽기엔 너무 글자가 많아요.
그러니 마음만 아주 고맙게, 무지 고맙게, 진짜 고맙게 받겠습니다. 히히

미누리 2005-08-0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치에 맞는 말만 골라서 하는 군요. 깜찍한 마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