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종교에 대한 비방이 아닙니다. 몇몇 사람의 악용이 촛점입니다. 양해를.
아직 적어도 지하철로 5정거장은 남았는데 가지고 나온 책을 다 읽어버리면, 참 난감해진다. 책에 관한 메모를 하거나 토막잠을 청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 그렇다고 내릴 정거장을 헤아리고 있기엔 너무 긴 시간. 그렇게 어이없이 비어버린 시간이 찾아오면 나의 경우 아주 못된 취미가 발동해버린다. 다른 승객의 수다나 전화통화를 엿듣는 것이다. 다음 일화들은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렇게 엿들은 얘기들이다. -.-;;
회사원 1: 정말 미치겠다. 결국 올해도 집장만 못했잖아. 기회가 찬스면 뭐해? 수중에 돈이 있어야지. 내년 되면 집값 도로 올라가겠지? (*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들은 얘기임)
회사원 2: 그러게 말이다. 너나 나나 집도 없이 이게 뭔 신세니. 올해는 정말 기도 열심히 했는데, 영 안 풀리네.
회사원 1: 안 그래도 말야. 내가 이번에 00언니한테 비법을 들었다. 00언니 기도발 죽이잖아? 알지?
회사원 2: 맞아 맞아. 00언니 집들이 갔을 때 어찌나 부럽던지. 드디어 집 장만했다도 아니고 평수 넓혀 새 집 이사하다니 어쩜 그리 용하니?
회사원 1: 집들이하던 날 너랑 XX랑 먼저 돌아간 다음에 ##언니에게 비결을 털어놓는 걸 내가 들었잖니. 언니 말이 기도를 할 때, "올해는 꼭 집장만하게 해주세요" 이렇게 하면 백날 해도 효험이 없대. "하나님, 저는 30평대의 방 3개, 화장실 2개 있는 아파트의 로얄층에 살고 싶습니다. 바닥재는 이거로 깔고, 벽지는 저거로 하고, 응접실에는 물소가죽쇼파를 놓고, 커텐은 무슨 색으로 하고" 등등 이렇게 기도를 아주 아주 구체적으로 해야 응답이 온다는 거야. 매일 매일 기도를 드릴 때마다 머리속으로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입으로 일일이 열거하면서 해야 한대. 만약 잘 떠오르지 않으면 아파트 분양 브로셔 같은 걸 기도드리기 전에 계속 들여다본 다음에 하면 된대.
회사원 2: 어머, 어머, 그렇구나. 00언니 기도발이 괜히 좋은 게 아니었어. 오늘 자정미사 드릴 때부터 당장 해봐야겠다. 왠일이니, 왠일이니. 내가 그런 수가 있는 줄 몰랐네.
여고생 1: 방학 동안 살이 너무 쪄서 큰 일이야. 이러다가 엄마 꼴나면 어쩌지?
여고생 2: 니네 엄만 다이어트나 운동 안 해?
여고생 1: 울 엄마? 맨날 살 빼야 한다고 염불을 외면서도 *라 먹어대. 옆에 있다가 나도 덩달아 먹게 되니까 *라 짜증나.
여고생 2: 야, 니네 엄마도 삼천배하라고 갈궈. 울 엄마 이번에 오빠 대학 합격기원 삼천배하느라 4키로나 뺐잖아. 일석이조였다고 *라 뻐기잖아.
여고생 1: 나도 그럼 엄마랑 삼천배 해볼까?
아줌마 : 아유, 이제 다 잘 될 거에요. 저만 믿으세요. 같은 교인끼리 돕고 사는 거죠.
아저씨 :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가 집사님만 믿습니다. 잘 이끌어 주십시오.
아줌마 : 걱정 말아요. 이거 피라미드 아니에요. 그 뭐냐, 네, 네트워크 마케팅, 이게 바로 대박이거든요. 내가 이걸 아무한테나 권하질 않는다구요. 오로지 우리 교인들한테만 알려주는 거에요. 세상에 믿을 놈이 어딨어요? 죄다 도둑놈이고 사기꾼이고 강도지. 우리 교인끼리 똘똘 뭉쳐 의지하고 살아야 해요.
아저씨 : 저도 집사님이 권하시니까 시작하는 거지, 다른 사람 말이면 어림도 없죠. 집사님이 이제 우리 가정의 마지막 희망이십니다.
아줌마 : 호호호 같은 교인이니까 돕는 거지, 나도. 이번 주말에 교회 끝나고 부인도 같이 데리고 다시 사무실로 가봅시다. 아직 부인이 믿음이 약해서 의심을 하는 거지, 막상 가보면 내 말이 맞구나, 집사가 괜히 집사가 아니구나 할 거라구요.
아저씨 : 예, 제가 다시 한 번 얘기해볼께요. 마누라가 집사님을 의심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냥 세상이 하도 험하고 얼마전에 제가 돈을 날린 적도 있고 해서.
아줌마 : 나만 믿으라는 게 아니에요. 우리 사장님은 장로에요, 장로. 딱 믿음이 가잖아요? 교인들끼리 힘을 합쳐야 죄인들 우글거리는 세상에서 돈을 벌지, 안 그러면 택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