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의 3돌 생일을 기념하여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었지만,
아직 반나절 외출이 옆지기 체력의 전부인지라 포기했습니다.
엄마, 아빠 모두 사무실이 멀어 대개 놀이방에서 마로의 아침을 먹이지만,
생일까지 차마 그럴 수 없어 아침에 미역국만 새로 끓여 먹었구요,
저녁엔 옆지기가 약속이 있어 엄마랑 둘이서만 조촐하게 생일을 보낼 뻔 했어요.
하지만 짜잔~~ 수암 할아버지께서 마로에게 생일케이크를 선물해주시기로 해
함께 저녁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답니다.
냉장고에 김치뿐인지라 집으로 초대를 못 하고 밖에서 저녁을 먹어야 했지만,
마로는 모처럼의 외식에 신이 났어요.
솔직하게 고백하면 신이 난 정도가 아니라 버릇없이 까불어대 부끄러워 혼났습니다.
밥 먹는데 계속 돌아다니질 않나 수암 할아버지 무릎에 턱 하니 앉아 넥타이를 잡아당기질 않나.
그래도 한편으로는 낯가림 심한 마로가 수암 할아버지께 스스럼없이 구는 걸 보니 좋기도 하더군요.
비가 온다고 집까지 케이크를 들어주신 수암 할아버지의 자상함 덕분에
케이크도, 마로도, 저도 비 안 맞고 말짱하게 집에 올 수 있었답니다.
문제는 헤어진 다음에서야 집으로 모셔 차 한 잔도 대접하지 않았음이 생각났어요. 죄송. ㅠ.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케이크 자랑질. 하얀 벌판에 내린 은빛 눈송이와 새빨간 딸기.
색색의 스폰지케이크가 층층이 쌓인 옆면이 보이나요?

자, 이제 촛불을 붙일 시간입니다. 마로는 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네요.
(그 사이 딸기 하나는 마로 입에 쏘옥)

소원을 빌어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 하고 바로 촛불끄기에만 열중.
(그 사이 딸기가 또 줄었네요. ㅎㅎㅎ)

끄고 불 붙이고 끄고 불 붙이고 끄고 불 붙이고 끄고 불 붙이고 끄고 불 붙이고.
그리하여 잠시 후.
원래 꽂아두었던 초들은 난장이가 되어 새로 2 개 더 꽂았고, 딸기도 하나 더 없어졌네요.
그렇게 30분도 더 놀았다지요.
정말 고맙습니다. 수암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