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씨 앞으로 택배 왔습니다."
며칠째 밤잠을 설친 터라 비몽사몽 간에 불퉁한 대답이 나왔다.
나 : 제 앞으로요? 그럴리가요.
"알라딘 껀데요. 일단 문부터 열어주고 확인하시죠."
나 : 아닌데. 진짜 주문한 거 없는데.
"아, 일단 보고 확인하라니깐요. 문부터 엽시다, 좀"
짜증스레 높아진 언성에 그제서야 깜짝 놀라 전화를 끊고 부리나케 문으로 쫒아갔다.
양손에 한아름 짐을 든 아저씨는 제일 위 알라딘 상자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확인해보란다.
미안한 마음에 얼른 집어들며 눈도장을 찍어보니 수신 주소도 맞고 내 이름도 맞다.
다만...
주문자 이름이 내가 아니었다. 어? **님이 이벤트라도 했나?
요며칠 다른 서재에 마실을 못 다닌 터라 갸우뚱거리고만 있었더니, 택배 아저씨가 또 짜증낸다.
"맞아요, 안 맞아요?"
나 : 아, 예. 제 앞으로 온 게 맞긴 하네요.
질질 끌며 대답하는 내가 영 못마땅한지 입속으로 투덜거리며 택배 아저씨가 휭 하니 돌아섰다.
뒷통수에 사과해봤자 아저씨의 바쁜 걸음이 멈출 거 같지 않아 나도 미안하다는 말을 입안에서 우물거렸다.
'전쟁도 없고 국보법도 없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과 함께 선물포장되어온 2권의 책.
고맙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훈훈함에 눈가마저 따뜻해집니다.
동료직원이 외근나가려다 핀잔한다. "또 왜 우는데요? 하여간 요새 큰일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