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파란여우 > 2004년 어떤 성탄카드(조선인, 물만두,쏘울키친, 미네르바님)
조선인님==>우리가 걸어가는 길에는 아름다운 꽃과 풍광 좋은 들판과 부드러운 바람만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어린시절 천국의 그림속에 자리한 그러한 그림은 곧, 하나의 이상향의 세계일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세상에는 달콤한 꿀향기 가득한 봄날이 짧다는 것도 알게 되지. 우리의 봄날은 그림속에 있으니 세상의 한기에 노출되어 몸을 얼리지 않도록 옷을 단단히 챙겨 입어야 한다면, 우리가 가슴속에 진하게 남겨 놓은 희망의 알갱이들은 어디에 풀어 놓아야 하는가. 그래서 나는 좀 추워도 옷을 덜 입는쪽을 권하는 편이고, 그래야 피부도 단련이 되며 추위가 가져다 주는 짜릿한 전율속에 희망은 더 커진다고 역설을 붙이는 편이었는데......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어떤 경우에는 희망은 어이없게 싸늘한 배신을 때리고 지나가지만 난 여전히 진부한 몇 글자로 그대에게 기운을 잃지 않는 겨울이 되기만을 간절히 바란다오. 올 한 해 참 잘 견디며 여기까지 무사하게 달려온 그대에게 뜨거운 목메임의 박수를.........
물만두님==>가끔 나는 이런 생각을 해. 5년전에 끝내 내가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죽여 달라고 애원하다가 어쩌면 진짜로 죽었거나, 또는 염세주의에 허우적 거리면서 가족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겠지. 그 정도 밖에 안되는 형편 없는 품성을 지닌 나의 모습을 거울에 비쳐 보이며, 나의 두 발로 비로소 우뚝 서서 첫 외출을 했던 그 봄날의 노오란 개나리꽃 무더기 활짝 핀 어떤 담장길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어. 나는 노란 개나리꽃 흐드러진 담장아래 기대어 하염없이 울었지. 아, 나는 개나리꽃을 직접 만질수가 있게 되었다고.......그리고 지금 가끔 나는 또 이런 생각을 하지. 그대와 손잡고 볕 좋은 어느 봄 날 개나리꽃 흐드러지게 핀 어여쁜 담장길로 나서고 싶다는.....내가 많이 좋아한다는 말을 언제 한 적이 있었던가. 오늘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정말 정말 좋아해........
쏘울키친님==>핀란드에 가면 한 밤중에 오로라를 볼 수 있는데, 그걸 한 번 보기 위해서 관광객들은 한 이틀이나 잠을 안자고 버티지. 그걸 보고 그 곳 사람들은 " 저 사람들은 참...."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더군.참.....이라는 말이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자기네들이야 자주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이니까 그런거구, 관광객들은 평생에 그걸 한 번 밖에 볼 수 없는 것인데 당연히 잠을 안자고 오로라에 집착을 하게 되는거 아닌가. 골룸은 왜 어둠과 그늘 속에서 쭈그리고 있어야 하는 운명인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이러한 배경 설정이 골룸에게는 너무 가혹한 것 같아 불만이지. 골룸도 오로라를 볼 수 있고 빛의 세상에서 충분히 행복하게 지낼 수 있건만.......헤피 엔딩이 아닌 것은 속상해 하고 그래서 어둠의 길이 끝나는 지점에 한 줄기 오로라가 번쩍 하고 축축한 몸뚱이를 뽀송뽀송하게 말려주었으면 참말 좋겠구먼...내가 신이라면 모든 스토리는 다 해피엔딩이야....그대의 마음 속 깊은 기도가 언니의 어둠을 벗겨 주기를.
미네르바님==>우리가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그것이 아름답기 때문인데 꽃은 누구에게도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하여 피어나는 것이 아니고 그저 자신의 성숙을 위하여 그리 할 뿐. 그 중에서 들꽃은 반드시 관점자의 위치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가까이 들여다 보아야 그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꽃으로 망원경이 아닌 돋보기의 요구를 권하는 바, 들꽃은 이미 하나의 보석인 셈이지. 그대가 지나온 숲 속의 많고 많은 그 길 속에 왜 하필이면 들꽃 앞에서 발길이 멈추어졌을까. 그것은 그대의 작은 허리가 유연하기 때문임을 지나가는 바람결조차 알아 보았던 것일까. 이 뻣뻣한 세상에 허리 굽혀 들꽃의 아름다움을 밝힐만한 사람은 그대 밖에 없음이라는 하늘의 뜻인가. 그러므로 그대가 한 해동안 걸어온 아픔의 길은 곧 그대에게 살아갈 날의 탄력적인 길이 될 수도 있음이니, 부디 그 아름다운 길을 그대가 가장 사랑하는 언니와 함께 걷게 되기를.
올 한 해 여러분을 괴롭히고 아프게 했던 그 많은 일들도 이제는 멀리 던져 버리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시간의 아늑한 풍광앞에서 깡패같은 고난은 꺼져버리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지만, 여러분들이 길어다 주신 사랑의 샘물을 마시며 기운을 차렸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다른 님들도 계시겠지만 모두모두 덜 춥고, 덜 쓸쓸하고, 덜 아픈 성탄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 힘내세요.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