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주인장 중엔 의료계에 종사하는 분이 많을 뿐 아니라
출판계에 종사하는 분도 많다 보니 표현이 신중해진다.
하여간 나의 경우 양약의 부작용 또는 과민반응을 상당히 보이는 편이다.
우선 기관지확장제.
향 알레르기가 있고, 그 작용으로 천식발작이 일어나곤 하는 나로선 상당히 치명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예전에 다니던 병원 의사와 상당히 심각하게 싸운 적이 있다.
부작용이 심하니 흡입식 처방 외에 경구처방을 하지 말아달라고 누누이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상태가 꽤 안 좋았는지 기어이 기관지확장제를 처방한 것이다.
하루에 반알이라는 최소 처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밤 나는
가벼운 심장발작(혹은 심한 동통이라고 해야 하나, 이것도 불안하네, 쩝)을 일으켜 밤새 고생했다.
결국 그 의사와는 진료시간 문제로 엄청 싸우게 되었으니, 끝도 안 좋았다. 이 얘긴 전에 했으니 생략.
다음으로 아마도 항생제.
어렸을 땐 감기약만 먹으면 취하길래 콧물약 때문에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콧물약 성분을 빼달라고 부탁을 해도 여전히 취하는 거다.
딱히 진단을 받아본 적이 없지만 기간의 경험상 항생제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거 같다.
어느 날인가는 감기약을 먹고 완전히 취해버려 지하찰에서 큰소리로 노래 부르며 비틀거리고
도서관 앞에서 팩차기를 하는 대학원생들에게 마구 싸움을 걸었다 한다.
(나로선 솔직히 그렇게 심하진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친구들의 이구동성 증언은 그러하다 ㅠ.ㅠ)
사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동대문에서 갈아타야 하는지, 동대문운동장에서 갈아타야 하는지 헷갈렸고,
신길역에서 또 갈아타야 한다는 착각을 해 앉아있던 자리를 놓치기도 했다. @.@
어떤 친구는 이러한 날 부러워했을 정도이다.
왜? 비싼 돈 들여 xxx 쓰지 않아도 감기약만으로 뽕 효과를 볼 수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임플라논 부작용이 유독 심했던 것도 이런 내 체질 탓은 아닐까 의심도 한다.
1년만에 8키로가 쪘던 체중은 임플라논을 뺀 것만으로 저절로 빠지고 있으며, 생리불순도 사라졌다.
사실 임플라논을 빼도 체중이 그대로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ㅋㅋㅋ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느냐 하면...
오늘 아침 의사선생님이 과로와 수면부족 때문에 어지러운 거지 약 성분 때문이 아니라고 할 때
아, 그렇구나 하며 동의하긴 했지만 혹시나 해서 점심때는 약을 안 먹었다.
오후가 되니 정신이 말짱해졌고, 다시 병원에 전화를 걸어봤다.
"아까 약성분이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실은 제가 항생제 성분에 좀 민감한 편이거든요?"
"처방된 약중에 캡슐이 항생제긴 하지만, 이건 지난봄에도 처방했었던 약인데요?"
"예, 맞아요, 그때도 좀 어지럽고 메스껍고 그랬어요."
"(잠시 침묵) 앞으로는 그런 얘기 미리 하세요, 지난 봄에는 왜 말씀 안 하셨어요?"
"그게, 저, 참을만 해서"
"(또 잠시 침묵)기록해뒀구요, 앞으로 다른 병원 가시게 되면 의사에게 사전에 말씀을 하셔야 해요. 알았죠?"
음, 이번에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난 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