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후배 결혼식에 갔다가 정말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도 열린 기회를 버리고 고향 순천으로 농사지으러 내려간 후배부부는 '호연'이라는 아들도 데리고 왔다. 아들이랑 아빠랑 누가 누가 까맣나 경쟁한다고 얼굴을 붉힌 '농부의 아내'는, 가족사진 찍어주겠다는 말에 치마바람에도 동상에 기어올라가는 아낙네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날 난 호연(지기)의 일일보모 겸 사진사를 자처했는데 덕택에 막상 결혼하는 후배 사진은 1장밖에 못 찍었다. 그래도, 그들을 자랑스러워하는 게 대리만족인 줄을 알면서도, 뿌듯하고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순천에서 농사짓는 부부가 1쌍 더 있는데 거긴 선배+후배 커플이다. 호연이보다 주하는 더 까맣다고 자랑스럽게 일러바치던 '농부'의 말이 떠오른다. 지난해 자기도 농사짓겠다고 순천으로 내려간 후배가 하나 더 있는데, 그 녀석도 얼른 좋은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다.

사진 속 까만 얼굴이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