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입니다 - 반항, 분노, 사랑, 열정을 품은 스페인의 화가와 작품들
이안(iAn)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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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듯 낯선 그림들, 그렇지만 이끌림이 있어서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작품의 원작이 보고 싶어지는 그런 그림들이 한가득이다. 이 책에는. 이 말 이외에 또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로 작품 설명을 해 주는 미술에세이인데 누구나 다 알 것 같은 작가의 유명한 작품들보다는 시대의 사조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미술관 관람을 하면 느끼게 되는 건데, 그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들, 루브르에가면 누구나 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봐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루브르 미술관의 1호 그림이면서 유럽 최초의 초상화 작품이라는 장 드 봉의 초상화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는것처럼 한정된 시간에 미술관 관람을 하게 되면 기준에 따라 꼭 봐야하는 작품들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도슨트의 필요성은 이럴 때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책에 대한 이야기없이 너무 멀리 도는 이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이 책에서 소개해주고 있는 작품들 자체가 유명 화가의 유명한 작품들이라기보다는 눈여겨보면 좋을, 의미가 있는 작품들이 정말 좋은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작품을 놓치고 있지않은가,라는 생각에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이야기를 곁들이며 좋은 그림들을 소개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에둘러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그림들이 좋았고 이미 알고있는 화가와 작품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어도 좋았는데 저자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처음보는 듯한 그림을 보는 것도 너무 좋았다. 많은 도판이 담겨있지만 아주 생소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아서 그런지 책은 술술 읽힌다. 그 많은 작품들 중에 딱 하나의 작품만 언급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나는 호세 데 리베라의 '수염을 기른 여인'(막달레나 벤투라)를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가 비주얼충격,이라고 표현할만큼 생소하고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저자의 설명을 읽고 다시 그림을 봐도 익숙해질 수 있는 그림은 아니다. 다모증으로 얼굴에 수염이 가득한 남성 비주얼의 엄마가 선 자세로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모습은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보다 더 마음에 남는 것은 화가가 새겨놓은 '자연이 만든 경이로움'이라는 문구다. 당시 왜소증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초상화를 수집하는 유행으로 구매자가 있어서 호세 데 리베라가 이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데 그저 그렇게 독특한 외양만을 그리려 했다면 '수염을 기른 여인'은 지금 우리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달 바르셀로나 몬주익산을 오르는 길에 호안 미로 미술관을 스치듯 지나가면서 다음번에는 꼭 호안 미로의 작품을 보러 올꺼야,라는 결의를 다졌었는데 호안 미로뿐 아니라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티센보르네미사, 레이나 소피아에도 꼭 가봐야겠다.물론 뜻밖에도 티센보르네미사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도 만나볼 수 있으니 참말로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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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선택 (크리스마스 패키징 에디션)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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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내가 좋아하는 시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말하는 시가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었다. 당시 나는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을 갖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평이하게 가고 있는 길이 아닌 나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이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시를 다시 잘 읽어보고나니 한참후에야 '선택'이라는 것은 각자에게 주어지는 것임을 깨달았었다. 

이 책에서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어하는 '찬란한 선택'이라는 것은 그 무엇을 선택하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올바른 선택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명작가 명운이 소설가로서의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오래 사귄 여자친구 연우와의 사이에도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우연히 마주친 마동석- 마동석은 아니지만 그 정체를 알 수 없기에 그냥 우리는 마동석이라고 지칭하는 마동석을 통해 타임슬립을 할 수 있는 아버지의 유품인 시계로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오갈 수 있게 되면서 진정한 자신의 삶의 선택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과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타임슬립 소설정도로만 생각하면서 그냥 뻔한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소설의 내용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현실과 타임슬립 속 세상이 교차되며 삶의 모습이 뒤바뀌고 뒤바꾼 운명을 다시 바꾸기 위해 타임슬립을 하고... 이 과정에서 무명작가는 글을 쓴다는 것이 유명해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작가로서의 본질을 깨닫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게 된다. 

자신의 미래가 가난한 무명작가가 아닌 수십억의 자산가이지만 과연 그 삶이 행복한 것인가,라는 생각에서부터 이 소설은 끊임없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진지하고 무거운 소설일까 싶겠지만 타임슬립의 비밀을 풀어가는 미스터리와 타임슬립하는 시대마다 등장하지만 조금씩 틀어져있는 세계와 인물들의 변화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연말에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나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보며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상상 속에서 언제나 현실속의 나의 삶은 결코 내 선택이 최선이었고 훌륭한 것이었음을 잊지않는다면 그것이 곧 '찬란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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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비밀을 간직해야만 할 때의 중압감이 나는 싫었다. 내 정체성과 관련된 모든 것을 털어놓게 될 때를 대비해 연습할 때면 마치 범죄나 용서받지 못할 죄를 고백하는 것처럼 들렸다. 트랜스의 삶을 가리킬 말들이 온통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언어들밖에 없는 곳에서 성장하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자아를 발견하는 일은 축하받아야 마땅하며, 숨막힐듯 답답한 자기만의 공간에서 나오는 사람은 포옹과 안도감으로 맞이되어야 한다. 하지만 본 적도 없고 느끼지도 못한 것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 게이나 레즈비언이 부모와 친구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축하받는 걸 본적있는가? 양성애자가 더러운 색정광으로 취급받지 않는 걸본 적은? 이성애가 아닌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는듯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도 못하지 않나? 여장남자가 가족과 함께 당당하게 거리를 걷는 모습을 보았는가? 자신의 성별이 부정되는 대화가 어떻게 가볍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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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그러니까 아직 20세기를 살던 그 시대엔 시위가 비장함으로 넘쳐났는데 21세기에는 축제처럼 이뤄지고있다.추억팔이를 하고싶지않지만 자연스럽게 비교해버리게된다.최루탄과 쇠파이프와 전투경찰의 구령과 군화발소리와 고함. 쫓기고 쫓기다 한밤중에 혼자 동떨어져 깨진 보도블럭 주위엔 온통 전경들만 넘쳐나고 다음 이동장소를 전해듣지못한채 결국 동네 친구에게 도움요청을하고 행여 내가 잡혀가기라도할까 걱정한 친구는 작정하고 화사한 직장인 차림으로 나타나 최루가스만 가득한 거리에서 내 팔짱을 끼고 전경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유유히 지나치던 그때의 풍경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러고보니 친구집에서 외박을 하고 다음날 학교에 갔더니 반나절이상 학교엔 내 실종 소문이 퍼져있었다던데.
이 모든것이 현실이 아닌 옛날옛적의 구전이야기같은 것이었는데말이다.

빨리 끝날수있기를 바라고 또 바래본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왜 애꿎은 사람들만 고생인지. 하아. 멍청한넘하나땜에

그러고보니 땅에 떨어진 유인물을 줍고 내 손에 쥐어주려던경찰은 뿌리치는 내 손을 잡고 결국 c3차에 태우고 경찰서로 갔었는디.
이 인쇄물은 이렇게 올려도 되려나? 세상 좋아졌다고 하려니,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21세기에 걸맞는 쇄신과 혁신의 시대가 맞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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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스와 핀초스 - 한 접시로 즐기는 사계절 스페인의 맛
유혜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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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스페인을 다녀왔다는 티를 내고 싶었던걸까, 타파스와 핀초스라는 책을 보니 이 중에 먹어본 음식이 있을 것이고 또 레시피가 담겨있으니 몇가지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스페인의 음식이라면 신선한 과일과 맛있는 빵에 올리브오일을 휘둘러 뿌리고 레몬그릭요거트를 곁들여서 먹는 건강식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그래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한그릇 요리 타파스와 핑거푸드라 할 수 있는 핀초스 역시 빼놓을 수 없지 않겠는가.


저자는 이 책을 요리책도 여행서도 에세이도 아니라 말하지만 이 책은 요리책이면서 여행책이고 당연히 에세이라 칭할 수 있지않을까 생각한다. 스페인의 음식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고 한접시 요리에 걸맞게 쉽고 간단한 레시피가 적혀있어서 요리책으로 활용할수도 있고 부록으로 스페인 각 지역의 타파스와 핀초스 맛집을 담았으니 여행에세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저자는 이 책을 누군가는 십년 후에도 볼 수 있지않을까 라는 가정하에 십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십년 후에 먹어도 그 맛이 변하지 않을 맛집을 고르고 골라 공개한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 내가 가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런 곳이 있구나, 라며 넘길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쉬웠다. 


스페인이라면 염장대구 - 바칼라오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생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여행을 가서 식당에 갔는데 그 집은 바칼라오 맛집이라고 하며 단체로 단일메뉴만을 주문해버렸으니 굶거나 생선요리를 시도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했다. 접시에 노란볶음밥 같은 것을 나눠주는데 그 형태가 잘 보이지 않아 숟가락으로 뒤적거리고 있는데 그 모습이 실례가 되는 것이라고 말리시길래, 나는 이것이 대구살로만 요리한 것인지 다른 식재료가 섞인 것인지 궁금해서 자세히 봤을뿐이라고 말했더니 당연하게 대구살로만 만든 요리라고 한다. 생선살만 먹어야한다고? 라는 생각을 지우며 한입 먹어봤는데 뭔가 감칠맛이 올라오고 생선살만을 으깨어 만든 요리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른 집의 요리를 먹어보지 못해 단정할수는 없지만 내가 거부감없이 먹을 수 있었으니 그집은 아마도 맛집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4계절로 나누어 제철 식재료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타파스는 대체식재료를 갖고 시도해볼 수 있는 요리이기도 하다. 가장 간단하게는 달걀과 버섯을 이용해 만드는 스크램블드에그인 레부엘토 데 세타스, 버섯과 마늘의 향기로 맛을 높이는 세타스 알 아히요는 밥맛이 없을 때 식사대용으로 너무 훌륭한 단백질 요리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을 꼽자면 스페인 타파스를 소개하고 한국에서도 간단한 재료로 맛있게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레시피 선정에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유명하지만 당연히 맛있고 쉬운 요리다"(133)라고 언급한 내용에 딱 맞는 요리이다. 

그러고보니 요즘 좋은 올리브오일의 맛에 빠져있는데 계란과 버섯으로 건강식을 만들어 먹어야겠구나. 


타파스와 핀초스는 요리 이야기이면서 여행의 맛을 더 높일 수 있으며 스페인 문화의 또 다른 모습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책이다. 스페인을 사랑하는, 스페인을 사랑하게 될 모든 이에게 추천해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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