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끝이 없는 이야기 푸른숲 어린이 문학 3
노경실 지음, 김호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끝이 없는 동화이야기는... 많이 읽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언제나 동화는 '희망'을 품고 잠시 숨을 돌리며 이야기를 멈췄던 것 같기도 하고....

이 책은 단 삼일동안의 이야기지만 섬세한 표현으로 아주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우리의 많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숨김없이 드러 낸다. 게다가 섯부른 희망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집의 문고리를 잡고 있는 명훈이에게 들려오는 이야기는 희망의 이야기였을까? 동회에서 휠체어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 바로 명훈이네 집에 '희망'의 선물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한 명훈이가 어둠속을 지나 도둑이 될지, 밝은 새벽을 맞아 열심히 생활하는, 가난하지만 착한 어린이로 자라게 될지...이야기의 끝은 없다. 아니, 왜 이야기의 끝이 없겠는가...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명훈이의 이야기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현실에서 멈춰 있다면, 그 뒤를 이어가는 동화같은 희망의 이야기는 우리가 만들어가야하는 것이겠지.
모두가 어둠속에서 새벽을 기다리지 않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맞이하는 새벽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아니 우리가 만들어가고 싶은 이야기의 끝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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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상과 시인 아저씨 1090 동화 시리즈 1
박상률 지음, 백철 그림 / 큰나(시와시학사)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바로 그때 마당 구석 감나무에서 노란 감꽃이 떨어졌어요. 아! 나는 온몸이 떨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감꽃 떨어진 자리에는 곧 감이 자리를 잡겠지요. 그렇다면 아저씨 떠나간 자리에도 새로 자리 잡는 것이 있긴 있겠지요?>

정말 개 같지 않은 개가 저런 말도 내뱉고... 괜히 맘 울컥하게 합니다. 살아있는 동안 맑은 마음으로 모든 살아 있는 것을 사랑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 맑은 마음이 세상을 정화시키게 되는 걸까요?
사람같지 않은 사람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남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을 하다가 나를 봅니다. 아주 오랫만에 읽은 동화가 또 나를 울컥하게 했습니다. 내게도 '맑은 바람'은 불어오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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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람이여

내가 너의 어둠을 밝혀줄 수 있다면
빛 하나 가진 작은 별이 되어도 좋겠네
너 가는 곳마다 함께 다니며, 너의 길을 비추겠네
내가 너의 아픔을 만져줄 수 있다면
이름없는 들의 꽃이 되어도 좋겠네
눈물이 고인 너의 눈속에, 슬픈 춤으로 흔들리겠네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내 가난한 살과 영혼을
모두 주고 싶네
내가 너의 기쁨이 될 수 있다면
노래 고운 한 마리 새가 되어도 좋겠네
너의 새벽을 날아다니며, 내 가진 시를 들려주겠네
내가 너의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잎 푸른 한 그루 나무가 되어도 좋겠네
너의 창에 가지를 드리우고, 너의 잠을 지켜주겠네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이토록 더운 사랑 하나로
네 가슴에 묻히고 싶네
그럴 수  있다면, 아아 그럴 수 있다면
네 삶의 끝자리를 지키고 싶네
내 사람이여, 내 사람이여
너무 멀리 서 있는 내 사람이여
-백창우 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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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딘 마음으로도 '네 삶의 끝자리를 지키고 싶은 내 사람'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시.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훌륭한 사랑의 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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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정호승 시집, 새벽편지(민음사)에서 <부치지 않은 편지> 전문.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그가 남긴 눈물은 그를 아끼던 이들의 가슴에 강물로 남아 출렁이고, 그의 사랑은 노래가 되어 우리들 가슴속에 소용돌이친다.

그는 떠났지만 사람들의 가슴에 그의 노래가 남아 있는 한 그는 살아있다. 우리들 가슴속에.

이런 마음을 담고 싶었다.
그가 그리워 하던 따뜻한 세상, 그가 꿈꾸던 좋은 노래.

그것은 이 음반에 참여한 여러 노래꾼(가객)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으며 <가객>이란 음반 제목은 바로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삶을 바쳐 한 시대를 노래하는 노래꾼들의 '숨결'을 상징한다.

- 96년 겨울 백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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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노래를 부른 이들 노래꾼들의 마음과 지금 그의 노래를 듣는 나의 마음이 다르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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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08-2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호승의 시는 부르조아적 유약 덩어리인 낭만이 흐물거립니다. 한 때는 힘빠진 그의 시를 냉소적으로 피했는데 그건 저의 잘못된 오만이었음을 나이 먹으면서 외로워 지니 알겠더군요. 결론은요..그의 시는 편하다는 거지요 뭐..^^

chika 2004-08-20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전 그 '낭만'을 좋아합니다. ㅠ.ㅠ(무딘 몸과 마음에 낭만마저 찾지 않으면 전 인간이 되질 않겠기에... ^^;;)
아마도 제가 유약해서 그러는거겠지요. 전 '서울예수'란 시집을 좋아합니다. ^^
 

조그만 사랑 노래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 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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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현장에서 유난히도 자주 돌에 맞아 머리가 깨져 돌아오던 후배녀석이 있었다. 멈추지 않는 피에도 씨익 웃으며, '어릴적부터 머리 깨지며 놀았기 때문에 괜찮다'라고 말하던 녀석이 생각난다....
난, 얼굴을 가리고 박혀있는 돌일까, 아직도 떠다니는 몇송이 종이 쪼가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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