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전당포 살인사건
한차현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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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깊은 산 속에 나무 한 그루가 벼락을 맞아 두쪽으로 갈라졌어. 너무 깊은 산속이라 세상 어떤 사람도 아직까지 그 나무를 본 적이 없대. 그 나무가 벼락을 맞았을 때 소리가 났을거 같아 안났을 거 같아?><넌센스 퀴즈야, 심리 테스트야?><우리들 모두, 차연이고 나고, 언제 어디서나 다른 누군가의 시선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야. 사람은 혼자가 아니거든. 혼자일 수도 없지. 세상은 그래서 온갖 시선과 시선들이 얽혀 돌아가는 거고>...얼뜨기 대학생활 시절에 선배 하나가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지금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여기, 재떨이가 하나 있지. 그런데 지금 아프리카 원시림에 사는 원주민들에게 이 문명의 발명품 중 하나인 재떨이가 존재하고 있을까?'왜 나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그 한가지 질문을 기억하고 있을까...존재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바로 그때 고민을 했어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지금도 그에 대한 해답을 헤매고 있을뿐이다...'사람은 혼자가 아니고, 세상은 그래서 온갖 시선과 시선들이 얽혀 돌아가는 거'라는 말 속에는 '존재'를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뜻일까? 그것도 잘 모르겠네.

어쨋거나 '영광전당포 살인사건'은 어쩌면 재미있을지도 모를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책을 집어들었다가 전혀 맞닿지 않는 느낌으로 책을 덮게 되는 책이다. 물론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또한 깊이 생각하다보면 머리가 아플지도 모르는 책이기도 다.
참으로 뜻밖의, 멋진 소설이기도 하며!지금의 정치, 사회현상을 바라보고 있을 때, 요즘은 흔한 말로 '상생(相生)'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과거의 희생으로부터 자유롭게 될 때 이루어질 수 있는 것 아닌가.그래서 소설 속 '차연'의 말은 참 의미깊게 들린다.'화해, 를 원한다'는 말.그래서 그는 자유를 얻었고, 새로운 세계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라스꼴리니꼬프의 새로운 삶이 아니라, 한차현이 얘기해 주는 '차연'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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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상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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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치고는 꽤 오랜 시간을 잡고 늘어졌다.'죄와 벌'이라는 주제는 이미 많은 문제제기로 여러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에 새삼 새로운 주제라고 할 것도 없을지 모르겠다. 고전명작이라 불리우는 말 그대로 고전적인 주제가 되는것인지도 모르지...
그런데 나는 그 고전적인 주제라고 하는 '죄'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있었던가?...

라스꼴리니꼬프의 '죄'는 무엇일까.비범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권력'-양심상 모든 장애를 제거할 수 있는 권리-, 라주미힌의 표현대로 양심상 유혈을 인정한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권리를 가진 위대한 영웅으로 생각한 것? 고리대금업자 노파와 죄없는 불쌍한 리자베따를 살해한 것?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심판한것? 그리고 하느님을 믿지 않은것...?이야기가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라스꼴리니꼬프는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으로 표현된다. 적어도 내가 읽기에는 그렇다는 얘기겠지...'죄'와 '벌'이 무엇인가는 이 책을 읽는 모두가 나름대로 생각해야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어린이 세계명작에 끼어들어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중학교시절에 읽은 책 역시 중심줄거리만을 요약한 것이었고 지금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세상이 왜 이렇게 불의로 가득차있고, 불평등하게 흘러가야하는가 고민이 될 때..
진정 사람에게 있어 '죄'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고민이 될 때 읽어보면 좋을 듯한 명작인데, 그것을 어린시절에 읽는다면 줄거리읽기말고 무엇이 남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쏘냐가 라스꼴리니꼬프에게 읽어 준 성서의 이야기는 '라자로의 부활'에 대한 것이다.라자로의 부활 이야기는 단지 하나의 이야기일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썩어문드러져 가는 육체를, 암흑에 파묻혀버린 영혼을 빛의 세상으로 일으켜 세운 이야기일 것이다.
책을 다 읽어갈 무렵 내게 더 강하게 남는 것은 '죄'와 '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였던것 같다.

<이제 새로운 이야기, 한 사람이 점차로 소생되어 가는 이야기, 그가 새롭게 태어나는 이야기, 그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가는 이야기, 이제까지는 전혀 몰랐던 새로운 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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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1 - 애장판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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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같은 글자때문에 순정만화 보는 걸 책읽는것 이상으로 싫어했던 내 기억속에도 유리가면은 엄청난 책으로 다가왔었다.뒤바뀐 대본으로 극의 내용전개조차 모르면서도 무대에 올라 백합 한송이를 입에 물고 서 있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린 나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느낌으로 남아있었던 듯 하다. 유리가면을 보는 순간 마야가 꽃 한송이 입에 물고 무대에 서 있었던 장면이 바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

그 유리가면 애장판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드디어 '완결'인가보다 하며 말 그대로 '애장' 하기 위해 애장판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음.. 그런데 아직 홍천녀의 스토리라인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니. 누군가의 농담처럼 나 살아생전에 유리가면의 완결을 볼 수 있을까? ^^;

'유리가면'은 연극에 대한 치밀한 묘사와 스토리 전개, 극적효과, 열정 하나로 포기하지 않고 거듭 새로운 삶을 향해가는 주인공의 삶. 거기다가 빼놓을 수 없는 '만화적인 요소(^^;)로 인해 단순히 애들이 보는 순정만화라고만 할 수 없다.유리가면을 보면서 새삼 '연극'에 대한 애정이 마구 쏟아오르는 것 역시 유리가면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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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똘레랑스인가
필리프 사시에 지음, 홍세화 옮김 / 상형문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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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는 항상 '장미의 아름다움과 향기가 오랑캐꽃과 쟈스민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없애지 못하는' 세계에 조화를 깃들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남이 우리와 다른 것을 기쁨으로 받아 안아야 하고 그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기뻐해야 한다. 이 조화를 관망하는 속에서 진리에 대한 우리의 복종은 그 경계를 찾아야 한다>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잠시.. '똘레랑스'에 대한 굵직한 덩어리가 잡히지 않는다. 다만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차이를 조화롭게 하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똘레랑스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똘레랑스라는 개념이 보편화되기까지의 세계사적 배경을 더 잘 알수 있다면 이 책은 훨씬 재미있었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쉽게 느낌이나 개념이 다가오는 책은 아니었다.'똘레랑스는 자기중심주의의 포기'라는 말에서도 많은 뜻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냥 한번 훑어보는 것으로는 책을 읽었다 하기 힘들듯하다.

약간은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내용의 일부에 '책'에 대한 언급이 재미있어 적어본다. '책'에 적용되는 똘레랑스의 개념이다. ^^<주권자만이 가질 수 있는 공적 발언들이 강제하는 것과는 달리, 책은 어느 순간에도 독자가 자유로이 멀리하거나 또는 문제를 제기하도록 내버려둔다. 택해도 그만이고 버려도 그만인 책, 항시 손에 닿는 거리에 있으면서도 대꾸하지 않은 채 논평하고 비평하도록 내버려 두는 책은 똘레랑스한 가르침이며 비폭력적 확신의 작업이다. 대중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게 하는 책은 싸우지도 않고 다만 이성에 맡겨진 정신안에 퍼지는 진리의 승리를 보장한다. 책에 대한 탄압이나 규제는 그 자체로 진리에 대한 범죄행위가 된다. 왜냐하면 그런 탄압이나 규제는 진실이 반드시 승자가 되도록 하는 평화적 대결에 반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이 책을 집어들어 읽거나 버리거나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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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 하자! - '프로젝트'로 말하는 하자센터 이야기 하자총서 2
전효관. 김희옥. 최수정 엮음 / 또하나의문화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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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프로젝트로 말하는 하자센터 이야기'가 꼬리표처럼 달려있다. 하자센터에 대한 이야기는 책에서 몇번 읽어봤지만 그 활동영역이 서울지역에 한정된 것이어서 구체적으로 가까이 느낄 수 없었는데, 이 책에서 그것을 조금이나마 느낄수 있었다.관심이 있거나 접해본 사람들에게는 '하자센터'의 신화같은(?) 이야기들이 실감나겠지만, 나처럼 다양한 문화의 혜택이 너무나 먼 곳에 사는 지방의 소도시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이야기가 보편이 아닌 특별한 이야기로 들리는 것은 사실이다.문제아로 낙인찍혀 사회의 소외자가 되어버렸을지 모르는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꿔 - 물론 하자센터의 도움이 있었겠지만 - 사회 변혁의 주체로 서 나가는 모습은 결코 평범하게 다가올 수 없는 것이었다.

신문이나 기사로 접할 수 있는 하자센터의 아이들 모습이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그랬던것일지도 모르지만...그런데 이 책에는 특별함이 없었다. 다만 실패의 경험에 머무르거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 여러사람의 모습만이 발견될 뿐이다.그것을 얻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것 아닐까...행여 관심이 있지만 읽지 않고 넘겨버릴 분들을 위해 '하자'의 활동 원리를 남겨둔다.<스스로 업그레이드하자.구체적인 작업과 경험을 통해 배운다.문제 해결과 소통을 통해 배운다.적극적으로 정보를 나누고 경험을 정보화한다.이름짓는 사람이 되자.>-아마도 이름짓는 사람이 되자는 것은 내가 내 삶의 주체로 서자!라는 뜻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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