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 - 한이준 도슨트가 들려주는 화가 11인의 삶과 예술
한이준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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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어떻게 전개되든지 나는 거기서 무엇인가를 발견할 것이고, 또 그것에 최선을 다하겠지."(173, 1883년 10월 28일 테오에게, 반 고흐


'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는 도슨트 한이준이 화가 11명의 삶과 예술에 대해 그림도판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미술관에 직접 가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전세계의 미술관을 돌며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들을 항상 볼수는 없으니 도슨트의 설명이 담겨있는 책으로 도판을 보면서 간접적인 미술관 체험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화가와 미술작품에 관심이 없다하더라도 그냥 한번쯤은 광고나 일상의 소품 - 그러고보니 나도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시리즈 우산과 클림트의 키스그림이 담겨있는 에스프레소 잔을 갖고 있을만큼 알게 모르게 많은 미술작품을 접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11명의 화가들이 그 작품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작품뿐만 아니라 화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여져 화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또 그 화가의 작품도 잘 이해할 수 있어서 기회가 되면 예술서는 꼭 찾아서 읽곤 했었는데 그것이 쌓이다보니 이제 왠만한 이야기는 언젠가 한번은 들어봤던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내 상황에 따라 이전에는 아무 느낌이 없다가 무한감동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어떻게 보면 작가의 관점과 설명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어도 비슷한 내용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예술서를 읽게 된다. 


한이준 도슨트의 설명은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해주고 있는 듯하다. 마네의 올랭피아가 미국으로 팔려가게 될 때 모네, 르누와르 같은 화가들이 돈을 모아 그림을 사 국가에 기증했다는 에피소드는 그만큼 마네의 인품에 대한 반증이 되기도 한다는 것으로 시선을 돌리고, 당대 화가들의 그림에 비해 아주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사조의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뭔가 새로운 시선과 느낌으로 마네의 그림을 보게 해주고 있다. 이 혁명적이고 신선한 충격을 주는 작품을 이해못하겠어? 라는 물음이 아니라 이 그림은 당시 그런 의미의 그림이었다,라는 설명을 친절히 해주고 있다는 뜻이랄까. 


2020년에 반 고흐의 마지막 유작으로 추정되는 나무뿌리,라는 작품이 발견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는 여성화가 베르트 모이조에 대해서 조금 더 많은 작품과 베르트 모이조의 삶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좋았다. 수많은 그림을 그리고 인상파전시회에 빠잠없이 작품을 출품했어도 그녀의 직업은 '무직'이었다는 그 짧은 설명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 

개인적인 느낌일지 모르겠는데 수많은 여성편력이 있는 클림트의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그의 작품에 대한 설명으로만 이어지고 있어서 저자가 정말 화가들과 예술작품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더 친절하고 다정한 설명이라고 느껴지는 것인지도.


제본이 짱짱한 것은 정말 마음에 드는데 도판이 시원하게 보이지 않는 것 하나만 뺀다면 이 책은 정말 다 마음에 든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과 작품들이 소개되어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미술작품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미술관 방문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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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김진주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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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가 세상을 바꾼 20권의 책으로 선정,했다는 홍보문구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 정도라면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책 제목은 익숙할텐데 솔직히 이 책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본다. "군중 심리를 무섭도록 치밀하게 묘파한 귀스타브 르 봉은 스스로 '대중 사회의 마키아벨리'가 되었다"(세르주 모스코비치)라는 글을 읽을때까지만 해도 그 의미가 전혀 와 닿지 않았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귀스타브 르 봉이 언제적 사람인지 자꾸 재확인해보게 된다. 백오십년도 더 전에 태어난 사람이 말하고 있는 '군중심리'라는 것을 어떻게 현대를 살아가는 내가 읽기에도 전혀 괴리감 없이 읽히는지.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속하지 않는다'에서 언급하고 있는 무리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대상이다. 흔히 '군중심리'라고 말하는 이론적인 - 이론적이라고 하지만 사실 군중의 모습을 보며 쌓아놓은 자료들의 정리를 해 놓은 책인데, 편집자의 현대에 맞춘 삽화와 설명이 중간중간 담겨있어서 오래전에 쓰여진 책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며 써내려간 책이란 느낌이 들어 한결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역사 속에서 비극적인 일이 반복되는 것은 한 세대의 경험이 그다음 세대에게는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와 민족은 뼈아픈 실책으로 고통을 당하지만, 오래지 않아 같은 일을 되풀이한다."(203)


책을 읽으면서 감탄하기는 했지만, 이제 거의 2백여년이 되어가는 오래 전 책에서 이미 '아무리 혹독한 경험이라도 그것은 다음 세대에 전해지지 않는다'라는 단정을 하고 있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되풀이되는 역사의 아픔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책을 읽을수록 감탄과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뭔가 현시대상황과 맞물리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적나라하게 언급하게 된다면 끝이 없을 것 같지만 정말 재미있게 - 아니, 아이러니하다고 해야할까, 정말 집단지성이 아닌 군중심리가 발현하는 것 중에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중 하나는 어리석은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과 정치판의 거짓과 학연, 지연은 몇백년이 흘러도 똑같다는 것이 신기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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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비인격적인 지도자를 선택하고 마는가?˝
: 군중의 지도자들 그리고 그들이 군중을설득하는 수단




[1] 군중은 항상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군중의 모든 개개인은 지도자를 따르려는 본능적 욕구를 가진다- 지도자의 심리-오직 지도자만이 군중의 신념을 만들고 군중을 조직할 수 있다 지도자유형의 분류- 의지의 역할

2 정치판에서 거짓이 난무하는 이유

확언, 반복, 전파 - 각 요인의 역할 - 전파는 어떻게 사회적 하위 계층에서 상위계층으로 거슬러 올라가는가- 군중의 견해는 금세 일반 여론이 된다

3 지도자의 가장 강력한 요건은 매력이다

위신의 정의와 분류 -획득된 위신과 타고난 위신 - 다양한 사례 - 위신은 어떻게 소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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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데트의 노래
프란츠 베르펠 지음, 이효상.이선화 옮김 / 파람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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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신자에게는 익숙한 이름이지만 '베르나데트'가 낯선 사람들에게는 '베르나데트의 노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것이다. 이 책은 신앙의 눈으로 본다면 기적의 이야기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환상과 과학적인 증명이 되지 않은 기이 현상 정도로만 보일지 모르는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산골에 학업은 물론 삼위일체조차 알지 못하는 소녀 베르나데트는 엄격한 마리 테레즈 보주 수녀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천덕꾸러기일뿐이었다. 그런데 정말 오묘하게도 훗날 베르나데트가 수녀원에 수련수녀로 들어갔을 때 그곳에는 이미 보주 수녀가 수련장으로 있었고 그녀는 여전히 보주 수녀의 신뢰를 받지 못하며 지냈다. 하지만, 물론 성급한 결론이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이미 루르드의 성모님 발현에 대한 이야기는알려져 있으니, 보주 수녀의 이야기는 악마의 변호사와 같은 역할을 하며 베르나데트의 오상과 기적의 치유에 대해 끝까지 의심을 멈추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로인해 루르드의 기적이 진실임을 보여주고 있게 되었다. 


"마리 베르나르드, 당신의 경우는 달라요. 하늘에서 선택한 사람이라면 나의 책임은 당신뿐만 아니라 하늘에까지 미치는 것이죠. 당신은 열네 살 때, 마치 놀고 있는 아이가 햇살을 받듯 알 수 없는 은총을 입었어요. 하지만 은총의 신비는 거기에 있습니다. 하늘에서 정하실 뿐 우리가 은총을 입을 가치가 있어서 내리는 게 아니지요."(541)


왜 루르드라는 산골에 사는 베르나데트에게 푸른 옷의 여인이 나타난 것일까. 성모님의 발현이 로마 교황청에서 공식 승인이 나기 전 많은 이들이 의심과 불신으로 베르나데트를 집요하게 괴롭힐 때 베르나테트는 푸른옷의 여인을 보았다,라고 했지 성모님을 봤다며 자랑한 것이 아니었다. 책을 읽다보면 이 소설은 - 소설이라고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푸른옷의 여인을 보았다거나 성모마리아가 발현했다거나 기적의 치유가 이루어졌다거나에 대한 증명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천주교 신앙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루르드의 성모님의 이야기를 의심없이 믿음으로 그냥 받아들이고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서 현시대에 기적이란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세속적인 셈법 -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수많은 숙박업소와 부대시설로 인한 수익사업을 생각하게 되고, 확실하지 않은 기적을 믿어야하는지, 악마의 장난이라 치부해야하는지 확신할수도 없어 많은 것들을 숨기고 싶어하고, 기적의 치유가 아니라 거짓과 착각과 환시로 인한 부정 행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과학적 증명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저자는 소설의 형식을 통해 이 많은 것들을 이야가하며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성모의 발현을 보았다는 베르나데트에 대한 끊임없는 의구심을 던지며 결국은 루르드의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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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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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림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림에 대한 감상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생애와 당대의 문화,역사적인 배경이 그림의 표현 - 예술사조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시대에 대한 풍자라거나 전쟁에 반대한다거나 하는 상징성까지 설명을 하고 있어서 그림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쉽게 접해볼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평가란 계속 변하는 법입니다. 예술가와 예술 작품에 특정 시대의 잣대를 들이대며 위계적으로 평가하고 감상하는 것은 사실 그다지 예술적이거나 문화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감상자로서 우리는 그때그때의 영양 상태와 입맛에 따라 식사메뉴를 정하듯, 우리 영혼의 필요에 따라 적절한 작품을 감상하고 감동을 얻으면 그만입니다. 뵈클린이 20세기 초 선풍적인 인기를누린 것은 그의 예술이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그만큼 큰 호소력을지녔기 때문입니다. 미술사에서 평가가 어떻든 그의 그림은 분명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가던 걸음을 멈추고 죽음과 인간의 실존에 관해 진지하게 성찰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232)


뭔가 예술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 준 글이 이주헌님의 글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이 그림이 뭐가 그리 대단한가 싶어 보지만 별 감흥이 없다거나 뭘 나타내려고 했는지 모를 때 예술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없는데 아이에게 설명해주듯 친절하게, 정답이라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상징을 이야기해주거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해주고 있어서 저자의 설명을 읽고 그림을 다시 보면 또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저자의 이야기가 '정답'인 것은 아님을 알고 있어서 그냥 슬그머니 도움을 받는 정도의 글로 생각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이주헌님의 많은 글을 읽었었고 - 그래서 사실 이미 익숙한 글들도 많았지만, 여전히 저자의 글은 친절하고 자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에 더하여 예술작품이 나와 동떨어진 무엇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늘 접해보는 것일수도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사실 예전에 나는 모네의 그림을 볼 때마다 그 흐릿한 경계선이 와닿지 않아 모네의 그림이 좋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런데 그의 다른 작품들을 보다가 어느 순간 그 찰나의 반짝거림을 본 것 같은 느낌이ㅣ 들었을 때, 그래서 모네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걸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예술작품의 감상이라는 것은 정답이 없고 '그때그때 우리 영혼의 필요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고 감동을 얻으면 된다'는 말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내 기억에 남는 것은 앙리 루소의 그림들이며, 한번도 열대우림에 가본적이 없지만 그곳의 분위기를 그보다 더 잘 그려낼 수는 없으며 그 자신의 삶 역시 자신감이 넘치는 - 프랑스 정부가 잘못보낸 훈장을 내가 받았으니 돌려줄 수 없다며 반환을 거부하고 뱃지를 달고 다녔다는 당당함(뻔뻔함이 아니라)과 자신감은 나도 좀 따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간혹 도슨트나 전공자들의 설명을 들으면 전문적인 지식의 전달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런 경우 그림의 이론 공부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면 이주헌님의 글은 그림을 통해 예술가의 삶을 생각해보게 되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의 모습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고 나 자신의 삶의 모습은 어떠한가 성찰해보게 한다. 그만큼 그림을 보는 감상이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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