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 신청을 해보려 했지만 원인불명의 통증으로는 의사로부터 ‘근로능력불가‘라는 평가를 받기가 어려웠다. 가난을 증명하는것도 어렵고 수치스러운데, 몸이 아프다는 걸 증명하는 건 더 복잡하고 굴욕적이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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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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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늦둥이를 임신했다고 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친구가 생각이상으로 건강한가보다,였다. 그런데 산모의 나이가 많으면 태아가 다운증후군일 확률이 높다며 검사를 권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놀랐었다. 과학적인 확률로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그 확률에 걸리는 사람은 몇퍼센트나 될까.

이 책의 저자 칼 짐머 역시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유전과 관련해 무서운(!) 상담을 받아야 했다. 유전이라는 것은 단순하게는 닮은 꼴을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핍을 이어받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떠올리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스토리텔링처럼 이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한 과학 실험 결과의 설명은 어렵지않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 사실 중간에 펄 벅의 이름이 등장해 그 노벨문학상 작가 펄 벅일까 싶었는데 언젠가 들었었던 가족사가 유전과 관련해 풀어놓고 있어 몰입하여 읽을 수 있기도 했다. 


이 책은 유전과 관련하여 DNA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에 더하여 아직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유전적으로 우성 인자가 열성 인자를 이겨 전달된다고 하지만 자료 데이터를 통해 환경적인 요인이 유전자를 이기기도 한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다. 부모의 작은 키를 이어받아 아이 역시 키가 작을까봐 어릴때부터 키성장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 역시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임을 알겠다. 

가장 놀라웠던 이야기는 키메라였다. 자신의 아이와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일치하지 않아 유괴혐의를 받고 아이마저 빼앗길 처지가 된 엄마가 억울함을 이야기할때도 그 결과에 대해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는데, 그 엄마의 변호사가 다른 판례를 통해  셋째 아이를 낳는 모습을 확인하고 유전자 검사를 했더니 역시나 아이와 엄마는 일치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었던 또 다른 엄마의 사례를 들어 여러 세포를 검출 해 다시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아이와 일치하기도 했지만 또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내 몸안에 내 세포가 아닌 다른 세포가 있을수도 있다, 라는 생각을 하면 이것이 과학일까 비과학일까 의심스러웠을 것인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라니.


"유전자 유전이라는 단면적 개념에만 의존한다면 우리는 자연 세게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과학자들 사이에서 유전의 정의를 다시 확장해 다른 경로들, 즉 문화든 후성 유전 표지자든, 숙주에게 편승하는 미생물이든, 혹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다른 어떤 통로들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630)는 것은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유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정리해주고 있는 것 같다. 


[웃음이 닮았다]는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라는 부제가 붙어있어서 괜스레 어려운 과학이야기가 아닐까 싶지만 실제 인물들의 사레를 통해 유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어렵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니 유전의 역사에 대해,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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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보자기
도광환 지음 / 자연경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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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기자 출신의 미술 이야기,라고 하니 전문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학적인 관점에서 그림을 설명할 것 같다는 기대감은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직접 보고난 후라는 것에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없던 저자의 그림 이야기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앟았는데 실물 책을 받아들고 환호성을 올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표지 그림을 보면서 - 낯선듯하지만 낯익은 이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메다 프리마베시,이다. 클림트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황금빛(!) 작품들이 많지만 저자는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언급에서 여러 작품 중 하나인 메다 프리마베시를 언급하고 있다. 사실 여기서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건 가족의 카테고리에는 분명 부부, 엄마도 모두 포함되는 것일텐데 그 부분을 세분하고 싶어서였는지 그 안에서 또 나누고 있는 것은 엄마도 있고 여성도 있다. 문득 이 한 권의 책에서 보여주고 싶은 그림과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아서 이렇게 구분을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굳이 소주제를 마음에 담아 그림들을 연관시키지 않고 개별의 그림을 보면서 글을 읽다보니 차근차근 읽어나가다 책을 가까이 두고 퇴근 후 한번씩 들춰보면서 느낌이 가는 그림들을 감상하고 그 그림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나 에피소드를 읽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히틀러가 미술학도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그린 그림 '자화상'은 처음 접해봤고 딱히 마음에 드는 그림은 아닌 것으로 결론지었다. 물론 모두가 칭송하는 그림이 내겐 그렇지 않을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별 감흥이 없을수도 있지만 내게는 자꾸만 다시 보게 되는 그림이 되기도 할 것이니 히틀러의 그림 역시 그런것이겠지.


얼핏 보면 주제에 따른 그림의 설명과 감상이 담겨있는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미술사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그림이 낯익은 것들이기는 하지만 콜테츠나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이 실려있는 것이 좀 더 반갑다. 가끔 생각이 나서 찾아보고 싶어도 작가 이름이 전혀 안떠올라 찾기 힘들었던 마크 로스코의 작품도 이 책에서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한가지 사족을 붙인다면 나 역시 그림에 대한 관심은 그저그랬었는데 처음 유럽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루브르에서 모나리자의 실물을 보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 오묘한 미소에 대한 느낌은 인쇄된 도판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이었고 그 생생함으로 인해 좋아하는 그림은 언젠가 꼭 실물 그림을 보겠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 전까지는 지금처럼 화질이 좋은 인쇄도판으로 좋은 그림들을 찾을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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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별을 뿌리다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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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구보 미스미의 소설집이다. 모두 5편의 소설이 실려있는데 소설집의 제목이 표제작으로 실려있는 것이 아니라 살펴봤는데 책첫머리에 저자의 친필 인쇄사인이 담겨있다. "괴롭고 지칠 때에는 창을 열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세요. 작은 반짝임을 발견하는 순간 마음의 무게가 가벼워질 거예요"

저자의 메시지를 읽고보니 이 소설집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이 모두 인생의 어느 한 순간에 스쳐지나가며 잊혀질 수 있는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삶의 전환점이 될수도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은종이색 안타레스]에 나오는 마코토는 단지 바다가 그립고 바다수영을 하고 싶어 할머니댁을 찾아가지만 그곳까지 찾아온 소꼽친구의 마음을 외면하고, 사랑이라고 하기엔 미숙한 마코토의 마음은 동네에 잠시 찾아 온 아이엄마인 다에씨를 향하고 있다. 마코토의 여름방학은 잊혀질 수 있는 사건이라면 [한밤중의 아보카도]에서 쌍동이 유미를 잃은 아야에게 유미의 남자친구인 무라세는 완전히 잊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두 이야기속의 인물들은 각자에게 그 자신의 현재의 삶속에서는 똑같은 아픔이고 이별이고 삶의 일부일 것이다. 

엄마가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 후 아빠와 함께 생활하며 학교에서 왕따당하고 폭력에 시달리는 사쿠라가 엄마의 유령에 집착하지 않고 결국은 아빠와 둘이 엄마없는 일상을 이어나가게 되는 [진주별 스피카]도 이야기속에 차별과 편견, 폭력의 이야기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한부모가정에서 나름의 행복을 찾아가는 일상을 보여주고 있어 좋았다. 

[습기의 바다]와 [별의 뜻대로]는 이혼 가정과 재혼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에피소드로 보여주고 있는데 주인공 화자의 시점보다는 한부모 가정에서 아이를 케어하며 키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며 육아의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에서 또 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미스터리한 요소를 가미하고 있어서 계속 궁금증을 갖고 이야기를 읽어나가게 하고 있는데 '마음의 무게가 가벼워질 것'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소설이지만 현실 속에 존재하는 가족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그런지 현재 삶의 모든 괴로움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지금은 힘들고 괴롭지만 미래의 삶에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밤하늘의 별빛 같은 희망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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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사라진 길
로사 조든 지음, 유영희 옮김 / 산수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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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케이트가 키우던 염소 슈가가 사라진다. 슈가를 찾아 길을 헤매다 이웃 윌슨씨 가족을 알게 되고 케이트네 형제들과 윌슨씨네 가족의 만남은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처음 책을 읽으며 이야기의 배경과 작품이 씌여진 시기가 궁금해졌다. 솔직히 '염소'라는 것 때문에 편견으로 시작한 책읽기였고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라는 막연함뿐이었는데 이 책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뜻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농장의 대출금을 갚기 위해 일주일에 7일이나 일을 해야하는 엄마와 오빠 저스틴, 동생 칩과 함께 살고 있는 케이트는 엄마가 새 옷을 사 줄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작아져버린 옷을 입고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된다. 동생 칩은 강아지 코코를 악어에게 잃고난 후 의기소침해하지만 이웃 윌슨씨네 손자가 같은 반 친구인 루터인 것을 알고 절친이 된다. 야구선수를 꿈꾸는 저스틴은 윌슨씨의 아들인 부커가 동네에서 탄생한 프로야구 선수임에 그를 만날 꿈에 부풀어 있고....

아니, 이런 이야기는 정말 지극히 한 일부분일뿐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이야기들은 이 책을 직접 읽으면서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 핵심적인 내용을 언급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인종차별때문에 이웃을 멀리하는 것이라 생각한 케이트는 그것이 엄마에게 가진 편견임을 깨닫고, 자신은 상관없지만 이웃들의 시선으로 인해 작은 동네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을 겪었던 엄마는 케이트가 그런 시선을 받지 않기를 원하지만 결국 잘못된 시선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잘못임을 깨닫게 되고 이 이야기들을 통해 나는 편견없는 생각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편견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다면 그 편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난한 케이트네 가족이 풍족한 윌슨씨네 가족과 이웃이 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난에 더해 케이트네가 흑인인 줄 알았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실이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사실인데 그 이후부터 동네에서 받는 차별의 눈길이 문장 곳곳에서 느껴져 이 소설의 시대 배경이 언제일까 궁금해졌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이 소설속의 차별이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법으로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어"(220)라는 엄마의 말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차별과 편견을 깨고 가족의 소중함과 우정이 담겨있는 이야기가 너무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은 크리스마스 선물과 만찬의 이야기이다. "우리에게 없는 것을 두고 징징대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돼. 우리에게 있는 것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지"(130)라는 부커의 이야기는 그저 문제해결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 서로에게 가장 훌륭한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그 이야기는 또 모두의 행복을 보여주고 있어서 좋은 것이다. 케이트네 가족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순간을 누리고 있는 그 순간이 있어 행복할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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