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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유니버스 ㅣ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18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수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렉이라고 하면 징징거리는 소릴 내는 전자기타만을 꼴랑 떠올리는 그런 것이다. 그런 내가 일렉트릭 유니버스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를 칭찬하고 리뷰를 쓸만하다라고 말해도 될까? 정말 망설이지 않을 수가 없다. 쩝~
어쨋거나 나는 이 한권의 책을 다 읽었다. 전자, 전파, 파동, 전류, 전기장, 양자역학...어쩌구... 이 책 한권을 읽었다고 해서 이런 말들을 이해했다고 하는 건 아니다. 책을 덮고 나니 이 말들이 또 생소하게 ‘뭐였드라?’하는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는 이 말뜻이 뭐지? 라며 머리를 쥐어짠적은 없다. 전기공학에 전혀 문외한인 내가 읽어도, 아니 그런 내가 읽기에 재미있어서 읽다가 읽다가 어느새 다 읽게 되어버리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전공자에게는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무척 재미있는 책이라는 얘기다.
기나긴 연구과정에서 노력을 한 수많은 사람들보다 실용단계에서 특허를 내고 상업적 수완이 좋은 몇몇 사람들이 내게는 더 많이 익숙하고 더 대단해보였지만 전자의 움직임이, 전파의 흐름이 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된 것처럼, 이 오밤중에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며 리뷰를 쓰게 되는 내가 있게 된 것 역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의 끊임없는 연구, 실험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요에 의해 많은 발명이 이루어졌고,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결국은 확신에 의해 발견되고 실패속에서도 끊임없는 도전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것 하나를 느낀것으로도 나는 이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낀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재미있고 마음에 남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마음아프고 인상깊은 것은 패혈증으로 겨우 서른여섯에 사망한 헤르츠와 자살로 생을 마감한 튜링의 이야기이다. 특히 튜링은 작품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독사과를 먹고 죽는 장면을 그대로 따라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베어먹고 자살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목에 걸린 사과를 베어내고 죽음의 상태에서 벗어나 살아났던가.....
튜링도 죽은 듯 보이는 숲속의 미녀처럼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지금 내가 리뷰를 작성하면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순간에 튜링을 떠올리는 것으로 그를 깨워주기를 기다리는 건 아닌가, 공상을 해 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의 흐름이 이 곳을 타고 흘러 저 먼 우주로 퍼져 나가는 것을 상상해보는 것처럼.
과학책을 소설책 리뷰처럼 써버려서 뭔가 좀 이상하지만 이 책은 픽션이 아닌 논픽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책임을 알아줬음 좋겠다. 사실 하품하느라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머리 쥐어짜는 재미없는 과학책이 나같은 녀석에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조금씩 흥미를 갖고 과학에 접근할 수있게 하는 것이 논문이나 이론서가 아닌 과학에 관한 일렉트릭 유니버스같은 책의 역할 아닌가? ^^;
덧붙여서... 리뷰를 쓰다가 컴이 꺼져버렸다. 한번 썼던 글은 다시 쓰려면 앞서 했던 생각들이 뒤죽박죽되어버리는데... 아무생각없이 그냥 올려버린다. 이 책에 의하면 기계안에 들어간 나방을 잡아 컴퓨터 최초의 버그를 잡았다는 기록으로 남는데... 지금처럼 먹통이 되어버린 컴퓨터에 보관된 내 리뷰의 흔적들을 잡아 재생시켜 낼 수 있는 날도 올까? 라는 뜬금없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연구의 최초의 시작은 이처럼 레포트를 쓰다가 몽창 날려버린 누군가의 고민에서 시작되었다...라는 것이 아닐까라는 뜬금없는 생각.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