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교실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25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문성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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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느날 읽었던 책만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는 나를 보면서 이것저것 책을 권해준 것은 나와 여덟살 차이나는 오빠였고 그 첫번째 책이 바로 하늘을 나는 교실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재미없을 것처럼 이어지는 저자의 서문 때문에 그 책을 슬며시 놔버렸었다.

그리고 언제 읽게 되었을까?

떠오르는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어느날엔가 혼자 집을 지키며 있을 때 하늘을 나는 교실을 집어들었고 그 책을 읽으며 너무 슬프게 울었던 기억만 남아있다. 아마 눈 쌓인 운동장에서 마르틴과 유스투스 선생님이 나눴던 대화를 읽으면서였겠지.


어른이 되어 또 나는 한밤중에 이불 뒤집어 쓰고 울면서 책을 읽었다. 꿈많은 소년들의 활기찬 모습과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용감히 나서는 모습, 친구들과의 풋풋한 우정, 그리고 선생님. 나도 어릴적 꿈은 선생님이었다. 유스투스 선생님처럼 정의롭고 마음 따뜻한,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설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내게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둥지같은 어른이라도 되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다시 또 지금의 내 모습이 슬퍼진다.


이제는, 다시 또 이 책을 읽게 될 때에는 이불 뒤집어 쓰고 슬피 우는 것으로만 끝나지 말고, 글귀 하나하나에 찡한 감동을 받는 것으로만 끝나지 말고 나도 조금은 유스투스 선생님과 비슷한 모습을 지닌 어른이 되어 있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미래를 이끌어 갈 우리의 아이들이 소중하다는 것은 ‘미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라나고 있는 지금 현재가 소중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지금 현재 꿈과 희망과 용기를 갖고 힘껏 날아갈 수 있게 티끌만큼의 힘이라도 되어주는 어른이 된다면 나는 충분히 어른으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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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치다 눈뜨다 - 인터뷰 한국사회 탐구
지승호 지음 / 그린비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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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들어 내게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소설책은 금방 읽는 편이어서 여러권을 줄줄이 엮어 얘기하는데 그 외의 책은 조금씩 여러날을 읽기때문에 선뜻 어떠한 책을 읽는다라는 대답을 못해준다.

엊그제 오랫만에 후배를 만나 저녁과 차를 마시며 긴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저런 일상얘기가 끝나니 공통적으로 늘어놓을 만한 이야기꺼리가 없는거였다. 최근에 본 영화얘기로 시작하다 결국은 요즘 읽어보라고 권할만한 소설책이 없냐고 물어본다. 내가 요근래에 읽은 책이 뭐드라....?
골똘히 생각하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지금 읽는 책이 뭐냐고 묻는다.
'아, <마주치다 눈뜨다>라는 책이야'
'아휴~ 요즘 책들 제목은 정말이지~'하고 말하는 후배를 보니 좀 당혹스러웠다.
'마주치다 눈뜨다' ㅎㅎ
정말 멋진 연애소설 제목같다는 생각을 그때 한번 해보게 되었다.

그래, 연애소설과 다를 것이 뭐 있나.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고 내가 몰랐던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니.
그런데 그냥 그렇게 넘겨버리기에는 뭔가 좀 어색하다. 나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는 감동적으로 읽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런가보다...하며 넘겨버리고 있지 않는가? 여전히 편향된 시각으로 인터뷰책을 읽고 끝낸다면 이 책을 왜 읽어?
아마 나는 스쳐 지나가며 잠시 마주치기만 했을 뿐, 진정 지혜의 눈을 뜨지는 못했나보다. 게다가 이미 인터뷰의 시기가 지금의 정치사회적 상황이 아니라 그 전의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조금 생뚱맞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과거사 청산과 자주 평화통일의 문제는 남아있고 지금도 연일 군문제는 내가 사는 자그마한 섬지방에서도 뉴스거리가 되고 있으며... 우리 아버지 표현에 의하면 데모만 하던 놈들이 지들 버릇 못버리고 국회에서도 고함만 지르면 되는 줄 아는 정치인들이 냉철함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못해 그저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 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으니....
제발 좀 모두가 눈을 뜰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한 방송사 프로그램중에 '눈을 떠요'라는 것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안다.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이웃을 위해 뭔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동인가를 느끼게 해 준다. 이 인터뷰집이 우리들의 토론문화의 질을 높여주고 사회정치뿐만 아니라 앞으로 경제, 문화, 종교... 다른 많은 분야의 인터뷰집을 내어 진정 우리가 한국사회에 눈을 뜰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참, 그냥 넘어가기 싫은 이야기 한마디. 책의 내용에 대한 것이 아니니 놀라지 마시고... 책을 읽으려고 펴든순간 반으로 쩍 갈라져버렸다. 아무래도 제본이 제대로 안된듯하다. 갈라져버린 부분은 책장을 넘기다보면 낱장으로 떨어져나가버리니 영 보기가 싫다. 한번 읽고 던져버릴 책이라해도 제본은 제대로 하는데... 신경 좀 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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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1-30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이 높은데요. 매너리스트님 지난번 책 방출 때 이 책 내놓으셨던데, 로드무비님 가져가셨더라구요. 오늘 운빈현님 이 책 구했다고 자랑하시던데, 매너님 책 방출 때 얼른 집을걸그랬나 봐요. 난 도무지 이 방면엔 마음이 안 가서리 굼뜨네요. >.<;;

chika 2005-01-30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별점은 다섯개를 주고 싶은데, 책도 갈라져버렸는데다가 (^^;;) 조금 미진한 인터뷰가 한두개 있어서랍니다. 저는 다른님들 책방출때 이미 있는 책이 많이 나오면 괜히 아쉬워요..히히~ ^^;

로드무비 2005-01-30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스텔라님, 매너리스트님이 아니라 갈대님이었어요.
마태우스님이 하도 재밌게 리뷰 써 올리셔서 꼭 보고 싶었던 책이거든요.
너무 재밌으면 스텔라님께 빌려드리든지 드리든지 할게요.
치카님 리뷰 잘 읽고 가요.^^

chika 2005-01-3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재밌어요. 재밌다는 표현이 좀 쌩뚱맞을지 모르겠지만 딱딱하지 않고 연애소설 읽히듯 술렁술렁~ (가볍다는 뜻은 아니고요. ^^;;) 잘 읽혀요
 
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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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말, 당시 한국에서 영어의 몸으로 고생하고 있던 셋째형이 '나에게 독서란 도락이 아닌 사명이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일이 있다. 서재나 연구실에서 씌어진 말이 아니었다. 고문이 가해지고, 때로는 '징벌'이라 부르던, 수개월간이나 계속된 독서금지 처분을 당하던 상황에서 써 보낸 편지였다.
나는 곧바로 형의 이 말을 나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으로 받아들였다. 항변의 여지가 없었다.
한순간 한순간 삶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엄숙한 자세로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독서, 타협없는 자기연찬 自己硏贊으로서의 독서, 인류사에 공헌할 수 있는 정신적 투쟁으로서의 독서.
그같은 절실함이 내게는 결여돼 있었다. 꼭 읽어야 할 책을 읽지 않은 채, 귀중한 인생의 시간을 시시각각 낭비하고있는 것은 아닌가......-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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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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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앞에서 시합을 벌인 두명의 의원 가운데 분홍색 카프탄을 입은 한 명이 코끼리를 죽일 만큼의 독성이 강한 초록색 알약을 만들어서 푸른색의 카프탄을 입은 다른 의원에게 주었다. 푸른색 카프탄을 입은 의원은 먼저 독이 든 알약을 먹고, 곧바로 푸른색 해독제를 꿀꺽 삼킨 다음 달콤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에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그가 경쟁자에게 죽음을 맛보게 할 순서가 되었다. 푸른색 카프탄을 입은 의원은 천천히 분홍색 장미를 ™어 입술에 갖다 대고는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작은 소리로 어둠의 시를 속삭였다. 그리고는 자신만만하게 분홍색 카프탄의 의원에게 장미향기를 맡으라고 내밀었다. 분홍색 카프탄의 의원은 장미 안에다 속삭인 시의 힘이 너무나 두려워서 향기 이외에는 아무런 특징도 없는 그 장미가 코에 닿자마자 겁에 질려 죽고 말았다.-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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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5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6-02-16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추천이 6개씩이나 있었나, 생각중입니다. 저거 몽땅 땡스투일까요? 돈 번건가... 고맙습니다;;;;;
 
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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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당신의 영리한 마음이 말해주지 않나요?"

"내 마음이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난 불행해"

 

뜬금없이 앉아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뭘 느꼈지? 라는 생각을 해 봤다. 아무리 생각을 쥐어짜봐도 '추리소설'을 읽은 느낌은 없었다. 그러다 내가 책갈피 끼워넣어 밑줄 친 부분을 읽었다. '내 마음이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난 불행해'.... 그..런가?

사실.. 내 머리가 뭐라고 받아들이는지 도통 모르겠어서 불쌍할 뿐이다.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무지와 세밀화에 담긴 역사적인 뜻을 알지 못하는 무식함이 불쌍할 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는 말이다. 조금만 더 알고 있다면 이 책은 더 재미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책을 읽어나갈수록 절실해진 것도 처음이다.
다른 추리소설처럼 뒤끝이 궁금해 '살인자가 누구지?'라며 두 눈을 부릅뜨고 글자들을 뒤적이게 되는 책은 아니지만 조금씩 읽어나가며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추리소설은 결말을 알고나면 두번째에는 생동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곱씹어 되새김질하게 되면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띌것만 같다. 하긴 '추리소설'이라고 말은 하지만 리뷰를 끄적거리고 있는 지금도 나는 왜 이 책이 '추리소설'로 명성을 날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있으니.

이후에 생각이 어찌 바뀌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은 이렇다.
이 책을 극찬하지 못하는 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한계일뿐이다 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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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1-18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좀 까깝했죠, 그렇죠?^^
이 책에 나오는 중세 시대의 예술품 사진이라도 책에서 보여줬으면 훨씬 느낌이 살았을텐데...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chika 2005-01-18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정말 저는 이거라도 보자...하면서 책 겉표지만 열심히 쳐다보곤 했답니다. ^^

책읽는나무 2005-05-05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이거라도 보자.....저도 그랬어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