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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치다 눈뜨다 - 인터뷰 한국사회 탐구
지승호 지음 / 그린비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들어 내게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소설책은 금방 읽는 편이어서 여러권을 줄줄이 엮어 얘기하는데 그 외의 책은 조금씩 여러날을 읽기때문에 선뜻 어떠한 책을 읽는다라는 대답을 못해준다.
엊그제 오랫만에 후배를 만나 저녁과 차를 마시며 긴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저런 일상얘기가 끝나니 공통적으로 늘어놓을 만한 이야기꺼리가 없는거였다. 최근에 본 영화얘기로 시작하다 결국은 요즘 읽어보라고 권할만한 소설책이 없냐고 물어본다. 내가 요근래에 읽은 책이 뭐드라....?
골똘히 생각하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지금 읽는 책이 뭐냐고 묻는다.
'아, <마주치다 눈뜨다>라는 책이야'
'아휴~ 요즘 책들 제목은 정말이지~'하고 말하는 후배를 보니 좀 당혹스러웠다.
'마주치다 눈뜨다' ㅎㅎ
정말 멋진 연애소설 제목같다는 생각을 그때 한번 해보게 되었다.
그래, 연애소설과 다를 것이 뭐 있나.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고 내가 몰랐던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니.
그런데 그냥 그렇게 넘겨버리기에는 뭔가 좀 어색하다. 나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는 감동적으로 읽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런가보다...하며 넘겨버리고 있지 않는가? 여전히 편향된 시각으로 인터뷰책을 읽고 끝낸다면 이 책을 왜 읽어?
아마 나는 스쳐 지나가며 잠시 마주치기만 했을 뿐, 진정 지혜의 눈을 뜨지는 못했나보다. 게다가 이미 인터뷰의 시기가 지금의 정치사회적 상황이 아니라 그 전의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조금 생뚱맞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과거사 청산과 자주 평화통일의 문제는 남아있고 지금도 연일 군문제는 내가 사는 자그마한 섬지방에서도 뉴스거리가 되고 있으며... 우리 아버지 표현에 의하면 데모만 하던 놈들이 지들 버릇 못버리고 국회에서도 고함만 지르면 되는 줄 아는 정치인들이 냉철함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못해 그저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 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으니....
제발 좀 모두가 눈을 뜰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한 방송사 프로그램중에 '눈을 떠요'라는 것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안다.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이웃을 위해 뭔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동인가를 느끼게 해 준다. 이 인터뷰집이 우리들의 토론문화의 질을 높여주고 사회정치뿐만 아니라 앞으로 경제, 문화, 종교... 다른 많은 분야의 인터뷰집을 내어 진정 우리가 한국사회에 눈을 뜰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참, 그냥 넘어가기 싫은 이야기 한마디. 책의 내용에 대한 것이 아니니 놀라지 마시고... 책을 읽으려고 펴든순간 반으로 쩍 갈라져버렸다. 아무래도 제본이 제대로 안된듯하다. 갈라져버린 부분은 책장을 넘기다보면 낱장으로 떨어져나가버리니 영 보기가 싫다. 한번 읽고 던져버릴 책이라해도 제본은 제대로 하는데... 신경 좀 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