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AST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4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손끝이 아려온다. 우연챦게 베어버린 손가락에 너무 많은 힘을 줬나보다. 좀 전까지 그리 심하지는 않았는데 새삼 아물던 상처를 벌어지게 해 버린 것마냥 손 끝이 아프다.
갑자기 아픔을 느끼는 상처처럼 이 책은 너무 아프다. 그냥 아파서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다.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느낌도 가질 수 없다.
다른 나라 일 같지는 않고 우리의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드는 암울한 이야기들이 나의 일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것이라는 일종의 안도감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쨋거나 나는 끝까지 이 책을 다 읽었다. 그래, 이 책을 끝까지 읽는 사치를 누린 듯 하다.
언제나 절망의 끝에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절망의 한 가운데 서 있다해도 결국 그 끝은 희망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휘청거리며 흔들렸다. 세상이 이런거야?
......
하지만 그 절망의 어둠속에서도 '어쩌면..'이라는 말을 슬쩍 흘려주었기에 나는 지금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변함없이 악순환이 되풀이 될지라도 끝까지 놓아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느끼게 되었을 때 더 당혹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세상은 이런거야...
이 책에 대해 나는 뭐라 얘기 할 수가 없다.
삶이 있고, 절망이 있고, 끝없는 나락이 있고... 어쩌면 그 끝에 희망이 있을수도 있고. 그렇지, 그 끝에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그러기를 소망하는 이들이 세상을 끝까지 붙잡고 있으면 그리 될수도 있지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아직 세상을 모르는 것일까?
책을 읽는 동안 칼에 베인 손가락의 통증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 통증의 기억이 타인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다가설 수 있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나는 지금 이렇게 스스로를 위안할수밖에 없다. 머리가 멍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세상은..온통 어둠만 있는 것이 아냐'라 말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