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구판절판


술탄 앞에서 시합을 벌인 두명의 의원 가운데 분홍색 카프탄을 입은 한 명이 코끼리를 죽일 만큼의 독성이 강한 초록색 알약을 만들어서 푸른색의 카프탄을 입은 다른 의원에게 주었다. 푸른색 카프탄을 입은 의원은 먼저 독이 든 알약을 먹고, 곧바로 푸른색 해독제를 꿀꺽 삼킨 다음 달콤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에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그가 경쟁자에게 죽음을 맛보게 할 순서가 되었다. 푸른색 카프탄을 입은 의원은 천천히 분홍색 장미를 ™어 입술에 갖다 대고는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작은 소리로 어둠의 시를 속삭였다. 그리고는 자신만만하게 분홍색 카프탄의 의원에게 장미향기를 맡으라고 내밀었다. 분홍색 카프탄의 의원은 장미 안에다 속삭인 시의 힘이 너무나 두려워서 향기 이외에는 아무런 특징도 없는 그 장미가 코에 닿자마자 겁에 질려 죽고 말았다.-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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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5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6-02-16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추천이 6개씩이나 있었나, 생각중입니다. 저거 몽땅 땡스투일까요? 돈 번건가... 고맙습니다;;;;;
 
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의 영리한 마음이 말해주지 않나요?"

"내 마음이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난 불행해"

 

뜬금없이 앉아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뭘 느꼈지? 라는 생각을 해 봤다. 아무리 생각을 쥐어짜봐도 '추리소설'을 읽은 느낌은 없었다. 그러다 내가 책갈피 끼워넣어 밑줄 친 부분을 읽었다. '내 마음이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난 불행해'.... 그..런가?

사실.. 내 머리가 뭐라고 받아들이는지 도통 모르겠어서 불쌍할 뿐이다.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무지와 세밀화에 담긴 역사적인 뜻을 알지 못하는 무식함이 불쌍할 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는 말이다. 조금만 더 알고 있다면 이 책은 더 재미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책을 읽어나갈수록 절실해진 것도 처음이다.
다른 추리소설처럼 뒤끝이 궁금해 '살인자가 누구지?'라며 두 눈을 부릅뜨고 글자들을 뒤적이게 되는 책은 아니지만 조금씩 읽어나가며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추리소설은 결말을 알고나면 두번째에는 생동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곱씹어 되새김질하게 되면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띌것만 같다. 하긴 '추리소설'이라고 말은 하지만 리뷰를 끄적거리고 있는 지금도 나는 왜 이 책이 '추리소설'로 명성을 날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있으니.

이후에 생각이 어찌 바뀌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은 이렇다.
이 책을 극찬하지 못하는 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한계일뿐이다 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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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1-18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좀 까깝했죠, 그렇죠?^^
이 책에 나오는 중세 시대의 예술품 사진이라도 책에서 보여줬으면 훨씬 느낌이 살았을텐데...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chika 2005-01-18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정말 저는 이거라도 보자...하면서 책 겉표지만 열심히 쳐다보곤 했답니다. ^^

책읽는나무 2005-05-05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이거라도 보자.....저도 그랬어요..ㅋㅋㅋㅋ
 

사이토우 마리토는 시집 <입국>에서

책이 무거운 이유가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책이 나무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시험을 위해 알았을 뿐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에 밑줄을 그었다

 

나는 그 뒤 책을 읽을 때마다

나무를 떠올리는 버릇이 생겼다

나무만을 너무 생각하느라

자살한 노동자의 유서에 스며 있는 슬픔이나

비전향자의 편지에 쌓인 세월을 잊을지 모른다고

때로는 겁났지만

나무를 뽑아낼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한 그루의 나무를 기준으로 삼아

몸무게를 달고

적성검사를 하고

생활계획표를 짜고

유망 직종도 찾아보았다

그럴수록 나무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채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었다

 

내게 지금 책이 무거운 이유는

눈물조차 보이지 않고 묵묵히 뿌리박고 서 있는

그 나무 때문이다

 

맹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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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1-1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울보 2005-01-19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어려운데.......
 
하늘을 나는 교실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25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문성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2월
구판절판


...선생님이라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굉장한 책임과 의무가 있는거야. 그렇지 않다면 학생들은 일찌감치 침대에 드러누워 녹음기를 틀어놓고 수업을 받아도 상관없지 않겠어? 아냐, 우리는 우리에게 선생님이 되어주는 한 인간이 필요한 거지 다리만 두개 달린 깡통이 필요한게 아니라고! 우리를 발전시키려 한다면 자기 스스로가 먼저 발전하는 선생님이 필요한 거란 말이야.-120쪽

너희들은 내가 용기가 없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니? 내가 겁을 내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니? 전혀 없을거야! 사실 고백하자면 난 누구보다도 겁이 많아. 하지만 난 약은편이니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지. 난 용기가 없다는 것 때문에 특별히 괴로워하진 않아. 그리고 그걸 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그것도 내가 약기 때문이지. 누구나 결점과 약점이 있지. 다만 대개 결점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일 뿐이지.


나는 차라리 부끄러워할 줄 아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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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1-17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가 먼저 발전해야 한다는 것,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
여전히 이 책은 내게 감동을 주고 있고..어린시절에는 느끼지 못하고 생각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어른이 된 내게 더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깍두기 2005-01-1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에 건 제바스티안의 대사군요. 위에 것도...인가요?
아, 그리운 <하늘을 나는 교실>.....

chika 2005-01-18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세바스챤의 대사입니다. 그리고 저도 엄청 좋아합니다. 정말 오랫만에 읽었는데...여전히 오밤중에 눈물 흘리며 읽었어요.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랍니다.
 
LAST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4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손끝이 아려온다. 우연챦게 베어버린 손가락에 너무 많은 힘을 줬나보다. 좀 전까지 그리 심하지는 않았는데 새삼 아물던 상처를 벌어지게 해 버린 것마냥 손 끝이 아프다.


갑자기 아픔을 느끼는 상처처럼 이 책은 너무 아프다. 그냥 아파서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다.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느낌도 가질 수 없다.
다른 나라 일 같지는 않고 우리의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드는 암울한 이야기들이 나의 일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것이라는 일종의 안도감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쨋거나 나는 끝까지 이 책을 다 읽었다. 그래, 이 책을 끝까지 읽는 사치를 누린 듯 하다.

언제나 절망의 끝에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절망의 한 가운데 서 있다해도 결국 그 끝은 희망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휘청거리며 흔들렸다. 세상이 이런거야?

......

하지만 그 절망의 어둠속에서도 '어쩌면..'이라는 말을 슬쩍 흘려주었기에 나는 지금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변함없이 악순환이 되풀이 될지라도 끝까지 놓아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느끼게 되었을 때 더 당혹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세상은 이런거야...

이 책에 대해 나는 뭐라 얘기 할 수가 없다.
삶이 있고, 절망이 있고, 끝없는 나락이 있고... 어쩌면 그 끝에 희망이 있을수도 있고. 그렇지, 그 끝에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그러기를 소망하는 이들이 세상을 끝까지 붙잡고 있으면 그리 될수도 있지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아직 세상을 모르는 것일까?

책을 읽는 동안 칼에 베인 손가락의 통증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 통증의 기억이 타인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다가설 수 있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나는 지금 이렇게 스스로를 위안할수밖에 없다. 머리가 멍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세상은..온통 어둠만 있는 것이 아냐'라 말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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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12-2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아프셨지요. 토닥토닥. 저두 저 책 때문에 아팠습니다. 새까만 어둠같은 표지때문에 더 많이 아팠던 것 같아요...ㅠㅠ

깍두기 2004-12-20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의외로 이 책이 아무렇지도 않았어요,(아니,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건 좀 너무하고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았다는....) 매일매일 뉴스에 이 책보다 더 쇼킹한 일들이 방송되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그렇게 생각했지요.

chika 2004-12-20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감사합니다.

깍두기님/ 저..저는 그래서 뉴스를 잘 안보거든요. 충격이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