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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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한 번 척 보고 다 아는 천재도 있고, 죽도록 애써도 도무지 진전이 없는 바보도 있다. 정말 갸륵한 이는 진전이 없는데도 노력을 그치지 않는 바보다. 끝이 무디다보니 구멍을 뚫기가 어려울 뿐, 한 번 뚫리게 되면 크게 뻥 뚫린다. 한 번 보고 안 것은 얼마 못가 남의 것이 된다. 피땀 흘려 얻은 것이라야 평생 내것이 된다"(p51)

천재도 아닌 나는 죽도록 애쓰는 바보도 아니다. 그래서 미쳐야 미칠 수 있는 이들의 삶을 입 헤- 벌리고 바라보지만 내가 그런 삶을 살지 못하고있는가보다. 감탄을 하고 감동을 받지만 내가 그리 살지는 못하겠구나, 라는 자포자기 생각은 무엇인가.

옛사람이라고 하지만 불과 이백여년 전의 우리 고조 할아버지쯤 되는 분들의 삶이었네, 생각하면 지금의 우리가 얼마나 일회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반성해보게 된다. 공공연히 오래된 이야기지만, 특히 규모가 커져버린 올해 수능부정 사건을 보면서 자신의 출세와 학벌을 위해 거짓을 행하는 많은 아이들을 생각하니 맘이 착잡해졌다. 그 아이들이 이 책에 나온 조상들의 생활을 본다면 정말로 '미친 짓'으로만 여기지 않을까?
"不狂不及"이란 말을 이해할까?

쓰다보니 내가 칼자루를 쥐고 칼  끝을 겨누는 것은 그 끝이 나 자신을 향해 있는 거구나, 생각이든다. 남보고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자격이 내게 있는가 말이다.
성실함도 오롯함도 없고, 눈은 자더라도 마음은 깨어있으라는 말에 선뜻 '네'라는 대답도 하지 못하는 내가 아닌가.

'그저 활자를 읽는 것만이 독서가 아니다. 글로 쓰는 것만 작문이 아니다. 글로 쓰여지지 않고, 문자로 고정되지 않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천하 사물은 명문 아닌 것이 없다'(p298)

활자만을 읽는 독서를 하고 있는 나는 뭔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리뷰같지도 않은 리뷰를 써대고 있는 나는 뭔가,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의 뭉툭한 나 역시 쓰고 쓰고 또 쓰다보면 조금씩 날이 서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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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2-1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활자만을 읽는 독서는 아닌 것 같은데요?

리뷰 같지도 Ÿ鳧?리뷰라니 지나친 겸손이십니다.

이 책은 읽고나면 다 비슷한 심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천재들이 부럽다. 미칠 수 잇는 그들이......^^

chika 2004-12-12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 비슷한 심정이 된다는거에 공감해요 ~

새벽별님/ 정말 울림이 깊게 오더라구요. 감탄하며 읽었답니다.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숙영 옮김 / 르네상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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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희망을 갖는다고 하고 싶을 때, 에스파냐어로는 희망을 품는다고 한다. 아름다운 표현이자, 아름다운 도전이다. 흘러가는 이 시대의 무자비한 바깥 공기를 쐬며 노천에서 얼어죽지 않게 희망을 품는다.-334쪽

역사는 과오가 없다는 말을 다행히도 이젠 거의 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역사도 착각하고, 한눈을 팔며, 잠을 자기도 하고, 길을 잃기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역사를 만들고, 역사는 우리를 닮는다.

그러나 역사도 우리처럼 예측할 수 없다. 인류의 역사에도 축구에서와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최고로 좋은 점은 놀라게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세상을 보기 좋게 뒤엎고, 모든 확실함을 무너뜨리며, 작은 다윗이 천하무적 골리앗에게 때로 멋지게 한 방 먹인다.-3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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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숙영 옮김 / 르네상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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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라는 책을 읽었는데, '거꾸로 된 세상'이 어떤 세상이었는지 벌써 까먹어버린 느낌이다. 내가 거꾸로 된 세상에서 잘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80년대말 한참 '거꾸로'라는 말이 유행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시절, 이 세상은 거꾸로 보지 않으면 제대로 볼 수 없어서 그랬었겠지. 아니, 지금은 거꾸로 서지 않아도 제대로 보이나? 도대체가 술취한 놈마냥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만 할 뿐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내 눈이 결코 맑아지질 않는다. 어쩌면 좋겠냐고!

나는 먹고 살기 위해, 세상에서 매장되지 않는 사회성을 가진 인간으로 지내기 위해 바쁘게 정신없이 이러저러한 일에 신경쓰는 와중에 조금씩 갉아먹듯 이 책을 읽었다. 한참을 읽다가 문득, 예전같으면 거꾸로 서야 제대로 보였던 세상이 왜 지금은 내가 바로 서 있다고 느끼는대도 제대로 보이지? 라는 생각을 했다. 똑바로 서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이 이런데 왜 나는 비틀거리거나 어지럼증조차 없이 살아가고 있는걸까?
그 생각이 든 순간 이 책을 재미있게만 읽을수가 없었다. 세상만 거꾸로 된 줄 알았는데 나 역시 거꾸로 된것만 같았다. 슬프구나...

통계수치에 위장되어버린 세상, 관점에 파묻혀 포장된 세상, 말로 인해 달라져 버린 세상.... 우리가 사는 곳이 바로 그렇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힘 센 녀석이 자기 맘대로 지구의 한 쪽에 막대를 푹 꽂고 그 막대선을 중심으로 지구는 돈다, 라고 말하는 어지러운 세상인 것 같다. 거꾸로 된 세상에서 과학은 이미 가치중립적이라는 말의 적용조차 해당되지 않는 가진자들의 변명을 위한 정당성의 시녀일 뿐이다.
힘 센 녀석이 낮에 살고 있으면 세상은 낮이 되어버리는 것이고, 크리스마스는 예수와 상관없이 언제나 하얀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어야 멋있는 것이 되는 것이다.

 

마태우스님 리뷰에 쓰인 것처럼 우리의 자랑스런 대한민국은 이 책에 딱 한번 언급된다. 사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이 언급되지 않았다면 나는 갈레아노라는 외계인이 대한민국에 위장전입하여 글을 썼다고 생각할 뻔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에게도 빚 하나 지지 않은 사람은 정직하고 성실한 생활을 보여주는 훌륭한 귀감이었다. 오늘날 그런 이는 외계인이다(p263)"라는 말에서 지구가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아주 잘 바라보고 있는 갈레아노, 그가 바로 외계인이다! 라고 생각할뻔했으니 말이다!
농담이냐고? 물론 너무 심각해질까봐 웃어보자고 하는 말이다.
부모가 자식을 고발하고, 아내가 남편을 고발해야 하고, 형제자매가 서로를 감시해야 하며, 한핏줄을 적으로 몰아세워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말들이 엄연히 국가보안법이라는 '법'으로 명시되어 있는 세상에서 살려면 외계인이라도 믿어야지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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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2-12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재미있게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죠. 누가 외계인인 세상인지..쩝.

chika 2004-12-1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옛 이야기책을 읽는것이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들의 현실이라니!! 쩝~

2005-10-16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원


어떤 사람이 길에 버려진 알라딘의 램프를 발견했다. 책을 많이 읽었던 그 사람은 그 램프를 알아보고 손으로 문질렀다. 거인이 나타나 절을 하고 이렇게 물었다.
"뭐든지 말씀하십시오, 주인님. 제게 소원을 말씀하시면 그대로 이뤄질 것입니다. 하지만 단 한가지만 이야기하셔야 합니다"
효자였던 그는 소원을 이야기했다.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네"
거인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그건 좀 어렵습니다. 다른 걸 말씀해 보세요"
착한 사람이었던 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세상이 사람들을 죽이는데 계속 그렇게 돈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네"
거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어머님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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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로 쓰는데, 알라딘이 자꾸만 '저장실패'라고 해서 페이퍼로 옮겨쓴다. - 그런데 밑줄긋기는 등록이 되어있었다. 알라딘이 드디어 거짓말까지 한다. 모니터에 뜬 '저장실패'가 나를 놀린거였나? ㅡㅡ^


마침 알라딘의 램프 이야기가 있어 옮겨적는다. 한손으로는 대인지뢰를 파묻고, 또 한손으로는 지뢰제거를 하면서 돈을 긁어모으는 파렴치한 놈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새삼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내가 이상해진다.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가 낯설어야만 할텐데도 너무 익숙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당황스럽다.
정말이지 세상은 요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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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숙영 옮김 / 르네상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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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묻거나 우리를 추방하는 땅은 중독되어 있다.-240쪽

더 이상 바람은 없고 비바람만 있다.-240쪽

더 이상 비는 없고 산성비만 있다.-240쪽

더 이상 공원은 없고 공장만 있다.-240쪽

더 이상 사회는 없고 주식회사만 있다.-240쪽

국가 대신에 기업 / 시민 대신에 소비자들 / 도시 대신에 집단 /
사람은 없고, 대중만 있다.-240쪽

진실은 없고, 광고만 있다.-240쪽

비전은 없고 텔레비전만 있다.-240쪽

꽃이 예쁘다고 표현하려면, '조화같아'라고 한다.-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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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4-12-05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조하려고 어렵게 한줄씩 등록을 했습니다. 생각같아서는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올리고 싶지만...어렵군요. ^^;;(바쁜 와중에도 매일 무거운 가방에 집어넣고 다니며 읽었습니다. 추천하는 책이란 말입지요. ^^;)

마냐 2004-12-0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갈레아노의 이 책은 밑줄긋기를 할라치면, 모든 페이지가 다 하고 싶어진다는...

chika 2004-12-05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모든 내용을 올리고 싶지만..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