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숙영 옮김 / 르네상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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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부에나벤투라.... 창조의 진실....
그의 말에 따르면, 신이 창조한 모든 것이 조금씩 다 남아돌았다. 신은 자신의 손으로 태양, 달, 시간, 세상, 바다, 밀림을 만들어 나가다가 남아돌아 못 쓰는 부스러기들은 나락에 빠뜨렸다. 그러다 신은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남성과 여성을 만드는 것을 잊어버려서 그 나락의 맨 밑바닥, 즉 쓰레기장에 쓰고 버린 쓰레기를 주워다 남성과 여성을 만들었다. 이렇듯 우리 인간은 쓰레기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모두가 얼마간 낮의 밝음과 밤의 어두움을 지니고 있고, 우리 모두는 시간이고 흙이며 물이고 바람이다.-116쪽

관점 8 /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테네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술하는 역사가들은 노예와 여성에 관해서는 그저 지나치는 정도로만 언급했다. 노예는 그리스 국민의 대다수를 그리고 여성은 절반을 차지하고있는데 말이다. 노예와 여성의 관점에서 본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과연 어떤 것일까?
1776년, 미국은 독립선언문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라고 선포했다. 선언문이 발표된 이후에도 여전히 노예를 면치 못했던 50만 흑인 노예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 말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여전히 그 어떤 권리도 가지지 못한 여성은 도대체 누구와 동등하게 태어났는가?
미국의 관점에서 본다면, 베트남 전쟁에서 사망한 미국 병사들의 이름이 워싱턴의 어마어마한 대리석 벽에 새겨지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공격으로 사망한 베트남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베트남에는 60개의 벽이 필요하다.-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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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아이들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p98 아이들의 '삶'에 '도망'이라는 말은 없다


바른대로 말하자면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써야하겠기에 어쩔수없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더 글쓰기가 싫어지고 있다. 하지만 하이타니는 아이들의 삶에 도망이라는 말은 없다고 나를 압박한다. 단순하고 순수한 사람만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직면하여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지. 그래서 나도 흉내를 내본다. 도망치려하지 말고 내 방식대로 무대뽀 리뷰를 적어내자!


나는 그 유명하다는 하이타니 겐지로라는 선생님의 책을 처음 접해봤다. 이것저것 정보를 얻고 난 후 고른 책은 아니었기때문에 제목과 차례를 보고 난 후 뜬금없이 시작되는 이야기를 읽으며 이 책이 장편소설일까 단편소설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두페이지 급히 읽어가다 그때야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아, 내 책읽기가 왜 이러냐...생각하며 책에 대한 정보를 다시 뒤적여봤다. 어, 그런데 없다. 한국어판 서문뿐이다.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혹시나 해서 그냥 둔 띠지에 있는 설명이 전부다. 내 이해력이 부족한 건가? 왜 난 이 책이 뜬금없이 시작되는 이야기로 느껴진 걸까?


그렇게 뚱한 마음으로 시작된 책읽기가 그리 좋을리는 없었겠지. 그런데 그리 닫힌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가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어느덧 나도 모르게 이야기속으로 조금씩 스며들어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조용조용히 이야기하는 그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해버린 것이다. 그건 역시 솔직담백하게 털어놓는 자신의 경험담, 특히 투명한 영혼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조금은 어정쩡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고, 이야기의 흐름 또한 살짝 겉도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이야기 전체에서 흐르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아이들의 모습때문에 이 책은 읽을 가치를 지닌다.







p103 어린이는 낙천적이고 진취적이고 자유로운 존재이며, 바라보는 것만으로 우리 마음에 평화를 깃들게 하는 사상가입니다.


***


괜히 한마디 덧붙이자면 솔직한 마음으로는 책의 가격이 조금은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쓸모없는 띠지는 벗겨내 버리고 책 앞머리에 하이타니 겐지로와 그의 작품에 대한 정보, 이 책에 대한 약간의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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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7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숙영 옮김 / 르네상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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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1/
부엉이, 박쥐, 방랑자, 도둑의 눈에 황혼은 아침식사 시간이다.
비는 관광객에게는 저주이나, 농부에게는 희소식이다.
현지이의 눈에 관광객은 그림처럼 보일뿐이다.
카리브 해 섬의 인디언들 눈에 깃털 달린 모자를 쓰고 붉은 우단 망토를 입은 콜럼버스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종류의 앵무새였다.-42쪽

관점 2 /
남반구의 시각에서 볼 때, 북반구의 여름은 겨울이다. 지렁이의 시각에서 볼 때, 스파게티 한 접시는 한바탕 마시고 떠들 수 있는 파티다. 힌두교도들은 신성한 암소를 보는데, 어떤 이들은 큰 햄버거를 본다.
히포크라테스, 갈레노스(고대 그리스의 의사), 마이모니데스(에스파냐의 유대계 의사이자 철학자), 파라켈수스(스위스의 의사)의 시각에서 볼 때, 소화불량이라는 질병은 있었지만 굶주림이라는 질병은 존재하지 않았다.
카르도나의 마을 주민들의 시각에서 볼 때, 여름이나 겨울이나 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 토토 사욱은 감탄할 만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추위를 전혀 모르나봐"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는 추웠다. 단지 외투가 없었을 뿐이었다.-44쪽

관점 3 /
통계학 관점에서 볼 때, 한 사람은 1,000달러를 받고 다른 사람은 한 푼도 못받는 경우, 1인당 소득은 각각 500달러를 받는 것으로 산정된다.
인플레이션 퇴치의 관점에서 볼 때, 긴축정책은 좋은 치료책이다. 그 정책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볼 때, 긴축조치는 콜레라, 티푸스, 결핵과 기타 질병을 몇 배로 증가시킨다.-45쪽

관점 4 /
지구 동쪽에서 보면, 서쪽의 낮은 밤이다.
인도에서는 상복이 흰색이다.
고대 유럽에서 풍요한 대지를 나타내는 검정색은 삶의 색이었고, 뼈를 나타내는 흰색은 죽음의 색이었다.
콜롬비아 초코 지방의 나이많은 현자들에 따르면, 아담과 하와는 흑인이었고 그들의 자식인 카인과 아벨도 흑인이었다. 카인이 아벨을 몽둥이로 내리쳐 살해하자 신의 분노가 폭발했다. 하느님의 노기앞에서 카인은 죄책감과 공포로 하얗게 질렸고, 너무도 질린 나머지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흰둥이로 살았다. 백인은 모두 카인의 후예다.-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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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1-25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계학 관점에서 볼 때, 한 사람은 1,000달러를 받고 다른 사람은 한 푼도 못받는 경우, 1인당 소득은 각각 500달러를 받는 것으로 산정된다"! ㅠ.ㅠ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라는 예명을 자랑한다.


제국주의는 세계화라고 한다.


제국주의의 희생자들은 개발도상국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어린이들을 난쟁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기회주의는 실용주의라고 불린다.


배신은 현실주의로 불린다.


가난한 사람은 없는 사람, 부족한 사람 또는 자산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고 불린다.


가난한 어린이들이 학교 밖으로 내쫓기는 것은 중퇴라고 한다.


고용주가 해고 수당도 없고 아무 설명도 없이 노동자를 해고할 권리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불린다.


여성의 권리를 소수의 권리에 포함한다. 인류의 절반인 남성이 다수이기나 한 것처럼 말이다.


군부독재 대신에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고문은 불법 핍박 또는 신체와 심리에 가해지는 압력이라 한다.


도둑놈이 좋은 집안 출신이면, 도둑이 아니라 도벽이 있는 사람이다.


부패 정치인의 공금 횡령은 불법 축재라고 한다.


자동차가 저지르는 범죄는 우연한 사고다.


맹인은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흑인은 유색인이라고 한다.


암이나 에이즈는 장기간의 고통스러운 질병이라고 한다.


심장마비는 갑작스러운 고통을 의미한다.


절대로 죽으이라고 하지 않고, 육체의 사라짐이라고 말한다.


전투에서 사망한 사람은 전시 사상자로, 아무 죄도 이유도 없이 전투에 얽힌 민간인들은 부차적 피해라고 한다.


1995년 남태평양에서 프랑스의 핵폭발 실험이 있었을 때, 주 뉴질랜드 프랑스 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 폭탄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폭탄이 아니다. '폭발하는 장치'다"


군대와 연계돼 암살을 일삼는 콜롬비아의 살해조직 이름은 함께 살다(Convivir)이다.


존엄(Dighidad)은 칠레의 독재 시절 어느 수용소의 이름이고, 자유(Libertad)는 우루과이의 독재시절 가장 큰 감옥의 이름이다.


평화와 정의(Paz y Justicia)는 1997년 멕시코 치아파스 주 악테알 마을의 한 교회에서 기도를 올리던 45명의 농민들 -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들 - 을 등뒤에서 난자해 살해한 준군사조직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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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1-24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회주의는 실용주의라고 불린다." 허허... 정말...

chika 2004-11-24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신은 현실주의.. ㅡ.ㅡ
 
내가 만난 아이들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4년 5월
구판절판


'뼈야, 너는 나한테 다리가 있는 줄 알고 자라주었구나'-70쪽

사토루의 고독과 나의 고독이 겹쳐졌을 때, 비로소 인간적이며 대등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이 아닐까? 내가 사토루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나의 슬픔으로 받아들였을 때, 사토루는 내게 마음을 열어주었다.-79쪽

아이들은 상냥함이나 낙천성을 인간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받아들인다-79쪽

절망과 맞부‹H쳐 이겨내지 않고서는 진정한 상냥함을 지닐 수 없다-93쪽

아이들의 '삶'에 '도망'이라는 말은 없다-98쪽

아이들은 존재하는 모든 것은 평등하다는 말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살아간다-102쪽

좋은 사람일수록 이기적인 인간이 될 수 없으니까 쓰라리고 고통스러운 거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남의 아픔을 자기 아픔처럼 느낄 수 있다는 점이겠지. 어쩌면 좋은 사람이란 자기 안에 남이 살게 하는 사람인지도 몰라-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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