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論
키리도시 리사쿠 지음, 남도현 옮김, 송락현 감수 / 열음사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산산조각 부서진 거울 위에도
새로운 풍경이 비추어진다.

시작되는 아침 조용한 창
ZERO가 되기 때문이다. 충만해지기 때문이다.

바다에서는 더 이상 찾지 않아
빛나는 것은 언제나 여기에
내 안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멋진 가사이다. '빛나는 것은 언제나 여기에, 내 안에서 찾을 수 있다'
키무라 유미가 '굴뚝화가 린'의 구상을 듣고 쓴 가사라고 한다. 결국 이 노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쓰여졌다고 하는데.. 어느부분에서 나온 노래였지? ^^a

자가용 의자 뒤에서 무기력하고 나른한 표정으로 '처음으로 받은 꽃다발... 이별은 싫어'라며 툴툴대던 치히로가 떠오른다. 내가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감독에게 갑작스런 관심을 갖게 되고 지브리의 애니라면 정신을 못차리고 열광하게 된 것이 언제부터일까? 그 계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쓴 키리도시 리사쿠라는 사람도 그저 미야자키의 열성적인 팬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초기 작품부터 하나하나 설명된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고 온갖 이미지가 떠올라 내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는 시간이 상당히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또한 같은 이유로 미야자키의 작품을 모두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 읽는 것을 잠시 보류해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글만 읽고서는 생생한 느낌이 전해질 것 같지 않으니까.

이 책의 제목을 왜 미야자키 하야오'論'이라 했는지 조금 납득이 가지는 않지만, 수많은 자료와 인터뷰자료를 수록한 지은이의 정성에는 감탄한다. 솔직히 황의웅이란 분이 쓴 '1982년, 코난과 만나다'라는 책에 더 정이가기는 하지만 말이지.

좀 엉뚱한 이야기지만 지금 내 방 유리창에는 모노노케 히메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그리고 잠시 중국에 가 있는 오빠네 식구의 집 거실 벽에는 열한살짜리 조카가 그린 모노노케 히메 포스터의 그림이 붙어있다. 어린 조카와 나이 많은 고모가 같이 열광할 수 있는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은 언제 보더라도 새로울 것이다.
내 말에 동의하며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사람을 좀 더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무척이나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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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1-2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언제부터 열광했을까? 처음엔 코난이었겠죠. ^^

열린사회의적 2004-11-25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황의웅: 예솔)』를 읽었습니다. 하지만 위의 책은 있지만 아직 읽지 않고 잇네요^^; 나도 미야자키 하야오를 좋아한답니다. 코난를 보면서도 그의 작품인줄 몰랐는데... 그가 꿈꾸는 세계가 해맑은 어린이 마음(童心)이나 자연(自然)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붉은 돼지"는 내 평생에 잊지 못할 애니메이션이랍니다. 하하^^

chika 2004-11-25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코난에 열광했었고, 나우시카로 미야자키 감독을 인식한거 아닌가 싶은데요.

붉은돼지는 영화관개봉했을때 보지 못한 것이 아직도 한이맺혀요~ ㅠ.ㅠ

원령공주를 영화관에서 보고 열광하다가 젤 먼저 떠올린 것이 붉은 돼지였거든요.

릴케 현상 2004-12-05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붉은 돼지를 보며, 유럽풍이란 느낌에 치치~ 했더랬죠 뭐 ^^재밌긴 했지만

chika 2004-12-05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a

전 엉뚱하게도 OST에 흐르는 일본 여가수의 퇴폐향락적인(?) 낮은 음성의 재즈풍 The Rose가 너무 좋았습니다. ^^
 
비폭력 대화
마셜 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 / 바오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쉽게 교환할 수 있는 대화 방법이다. 이는 이러한 대화를 순조롭게 이어갈 수 있게끔 상호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분노를 자아내고 자존심을 떨어뜨리는 말을 피하고,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가치와 욕구에 초점을 두고 친선을 북돋우는 말을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대화 방식이다.

NVC에서는 우리 행동의 가장 바람직한 동기는 두려움, 죄책감, 비난이나 수치심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생활에서 스스로 책임지고 선택해서 행동할 것, 그리고 대인관계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대화의 근본 목적이라는 점이다. 대화의 상대방이 이 대화벙법을 몰라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책에서 인용

이 책의 리뷰는 '비폭력 대화'는 어떠한 것이며 이러이러한 내용이 담겨있다, 라고 쓰면 안될 것 같다. 내가 어떠한 상태에서 책을 읽었고, 책을 읽은 후의 변화는 어떠한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부끄럽지만 리뷰를 쓴다는 핑계로 나 자신을 되새김질 해본다.

언젠가부터 나는 말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느긋하던 내 성격도 차츰 성격 급한 사람들과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행동도 거칠어져 버렸다. 안에 담겨 있던 말들은 조금 참으면 사라져가곤 했었는데 어느순간부터 안에 담겨 있는 것들을 참아내지 못하고 내뱉게 되면서부터 더욱 더 날카로워져버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모르지.. 내가 원래 그랬었는지도.

책을 읽는동안 나는 조금이나마 변화되었을까?

동아리 활동중에 친구와 이유도 없이 소원하게 지내게 된 때가 있었다. 중개 역할을 하던 친구의 난감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유없이 나를 멀리하는 친구와 할 얘기가 없다고 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도무지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납득시키는 데 성공한 친구는 나를 멀리하던 다른 친구에게 결국 그 이유를 듣는데 성공했다. 이유인즉슨 아침모임에 자기가 정성들여 준비한 나눔말씀을 들으며 내가 '쳇! 그건 아냐!' 라며 비웃는듯한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안그래도 내가 그 모임을 오랫동안 담당해왔었고, 그 분야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에 내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내 표정이 그랬다고 느꼈으니 얼마나 마음이 상했겠는가...
이유를 알게 되고 나서 그 친구와는 어찌어찌 오해를 풀고 지금껏 친구로 지내고 있지만, 오해가 풀리지 않았다면 우리의 친구관계는 그것으로 끝이었겠지.

이 책을 읽는내내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주위 사람들의 표정과 내뱉는 말을 보면서 내 생각으로 그 사람의 생각을 추측하는 습성을 버리려고 많이 노력했다. 아아, 쉽지만은 않았다.
오래전에 읽은 P.E.T교육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도 떠오르긴 했지만 그 책들이 구체적인 실천에 관한 지침이라면 '비폭력 대화'는 대화를 함에 있어서 나의 생각과 느낌을 분리시켜 상대방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한 지침과 그에 따라 상대의 느낌을 공유해보는 연습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장 많이 연습한 부분도 그것이었고.
내 친구도 이러한 것을 알았다면 그때 친구가 느낀 것이 진실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고, 한때나마 어색하고 멀리했던 시기는 없었겠지...

생각해보면 나는 이러한 책을 오래전부터 접해왔었다. P.E.T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생활성서에서 연재되었던 같은 내용의 또 다른 이야기들도 읽었고, 특히 존포웰 신부님이 쓴 대화법이나 행복의 조건 같은 책도 이미 십여년 전에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그 책들을 꺼내보니 그 당시에는 '아~!'하는 감탄사와 함께 읽었으면서도 실생활에서 내가 행해야한다는 생각을 그리 깊게 하지는 못했었다. 왜 그랬을까?
어쩌면 내용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폭력 대화'가 이리도 와 닿는 것은,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내 안에 폭력성이 더 커져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나의 생각과 나의 느낌이 먼저라야 되고 내 말이 우선 앞서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책을 읽고 난 후 평소보다 예민해진 나는 급기야 '요즘 왜 그리 날카로워졌냐'는 얘기마저 들었다. 책을 읽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나? 정말 낙심하고 있다가 생각을 바꿨다. 요즘 자주 내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며 상대방이 이렇더라, 라는식의 말이 아니라 상대방이 이러이러한 행동과 말을 했는데 그것이 내게는 꼭 이런 뜻을 담고 있는것처럼 생각되더라,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말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 이건 단지 내 생각일뿐 상대방은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는지도 몰라. 내가 괜히 스스로 오해하는거 아냐?'라는 말이 내 안에서 올라온다. 도무지 내 행동이나 말에는 변화가 없지만 내 마음속의 내가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아닐까? 그렇게 나는 위안을 가진다.

그래서 이렇게 비폭력 대화는 나를 조금씩 비폭력적으로 변화시켜 가고 있음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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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1-2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훌륭한 리뷰예요. 책을 읽고도 변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며칠 전에 읽은 책에서 이런 문제제기를 받아서 저도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거든요. 숨은아이님 손을 거친 책도 훌륭할 것 같지만, 그 책을 읽고 변해가는 걸 느끼는 치카님도 좋은 독자세요. ^^

chika 2004-11-2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 감사합니다. 부끄럽다구요~ ^^;;

숨은아이님 손을 거쳐서 그런지 훨씬 더 좋은 느낌이었어요. ^^

파란여우 2004-11-2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책을 읽고도 변하지 않는 저 같은 사람도 있답니다..그저 책이나 많이 쌓아놓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허무맹랑한 생각만 한다죠. 책이 또 다른 누군가의 손을 지나서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님의 아름다운 비폭력의 대상에 저도 포함되는 거죠?

chika 2004-11-21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제가 폭력적이어도 파란여우님과 대화하다보면 비폭력으로 변할 것 같은데요?

숨은아이 2004-11-22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멋진 리뷰여요! 나는 왜 치카님처럼 실천을 못 할까. --; (첫머리의 소개 글은 원서에서 비폭력 대화 소개한 부분을 그대로 옮긴 것인데, 참 밋밋하고 재미없어 보이네요. ^^ 좀더 잘 쓸걸...)

chika 2004-11-2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 감사합니다. (근데요, 첫머리의 소개글은 알기쉽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일부러 저렇게 리뷰 첫머리에 떠억 하니 올려놓은 건데요? ^^)

숨은아이 2004-11-2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래요? 그럼 안심... ^^)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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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황상에게 문사文史 공부할 것을 권했다. 그는 쭈뼛쭈뼛하더니 부끄러운 빛으로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 "선생님! 제가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꼭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한 것입니다" / 내가 말했다 /
"배우는 사람에게는 큰 병통이 세가지가 있다.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한 사람은 소흘한 것이 문제다. 둘째로 글 짓는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게 병통이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것이 폐단이다. 대저 둔한데도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진단다. 답답한데도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하게 된다. 천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한다. 뚫는것은 어찌하나? 부지런히 해야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한다. 네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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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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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7-20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상하네요. 검색해보니 글이 두 개 뜨고 여기는 없는데, 다른 하나에는 글이 있어요. 어떤 에러인지 몰라서 하나를 지우기도 그렇고....ㅠ.ㅠ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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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한 번 척 보고 다 아는 천재도 있고, 죽도록 애써도 도무지 진전이 없는 바보도 있다. 정말 갸륵한 이는 진전이 없는데도 노력을 그치지 않는 바보다. 끝이 무디다 보니 구멍을 뚫기가 어려울 뿐, 한번 뚫리게 되면 크게 뻥 뚫린다. 한 번 보고 안 것은 얼마 못가 남의 것이 된다. 피땀 흘려 얻은 것이라야 평생 내것이 된다.-51쪽

빚대신 가난한 집 솥을 뽑아오는 각박함을 보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친구집을 박차고 나왔다. 그 잊어버리기 잘하는 사람이 몇 년 전에 한 벗과의 약속만은 잊지 않고 지켰다. 이런 독실한 품성의 바탕에서 그의 근면한 노력이 꽃을 피울 수 있었다.-63쪽

황덕길은 김득신의 피나는 노력을 말하면서, 부족한 사람은 있어도 부족한 재능은 없다고 했다. 부족해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어느 순간 길이 열린다. 단순 무식한 노력앞에는 배겨날 장사가 없다. 되풀이해서 읽고 또 읽는 동안 내용이 골수에 박히고 정신이 자라, 안목과 식견이 툭 터지게 된다. 한번 터진 식견은 다시 막히는 법이 없다. 한 번 떠진 눈은 다시 감을 수가 없다.-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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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4-11-19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똑하거나 혹은 아둔하거나...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정말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