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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티재 하늘>이란 책입니다.
제도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으시다는 권정생님의 글입니다.
책을 읽는동안 내 맘 어딘가가 젖어드는.....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모두에게 이 <한티재 하늘>이란 책을 권하고 싶군요.
문둥병에 걸린 분옥이와 분옥이를 사랑하는 장거지 동준이의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 동준이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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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간지 1년만에 문둥병에 걸린 분옥이는 소박을 맞고 계산골 막장에 흙담집을 지어 살아야했다.
기러기가 울며 날아오는 가을 어느날 밤, 계산골 분옥이 혼자 사는 삿갓집 저만치 팽나무 밑에서,
누가 피리를 불고 있었다.
피리소리는 잠깐씩 불다가 그만둘 때도 있고 한참이나 길게 부는 날도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피리소리는 열흘 넘게 들려왔다.
장거지 동준이는 감쪽같이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분옥이한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동준이는 고개를 떨구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얘기했다.
".....우리 어매도 빙든 몸으로 시집에서 쫓겨났다네....뱃속엔 애기가 들어 있었고.....
우리 어매도 친정집에 갔지만, 거기서도 쫓겨나 그때부터 걸버생이가 됐다는구만...
시상에 문디병자 거두어 줄 곳이 어디 있다든고.... 그때나 지금이나 한가지잖소...
어매는 무거분 몸으로 이 집 저 집 댕기며 밥 얻어먹고 한뎃잠 자면서....
어매는 몸이 점점 시들어져 결국 아들을 낳고는 숨을 거둔거지....
각설이 아바씨 하나가 그 아들아를 주워서 키워 준게 고마운 건지,
차라리 그냥 죽도록 냇비리 뒀으마 좋았을걸...
그 각설이 아배는 그 아아가 열 살 때 죽었고... 그 아이는 그때부텀 떠돌이로 컸고...."
분옥이는 동준이가 애처로웠고 동준이는 분옥이가 안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분옥이는 동준이의 반듯한 얼굴을 볼 때마다 흡사 부처님처럼 어질어 보였다.
정말 동준이는 부처님인지도 모른다.
스무 해 동안 동준이는 분옥이가 웃으면 따라 웃고 분옥이가 울면 따라 울었다.
그렇게 살던 분옥이가 죽고, 그 이듬해 봄 동준이도 같은 병에 걸린다.
동준이는 어쩌면 분옥이가 다시 살아난 듯이 얄궂게도 마음 한구석이 따사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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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읽은 책이지만 추천도서 하면 꼬박꼬박 떠오르던 책입니다.
정말 얄궂게도 마음 한구석이 젖어들어가면서도 따사로워져서,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