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납치사건
재스퍼 포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북하우스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제인에어 납치사건 - 제인에어라는 책의 인용은 거의 없는 제인에어에 관련된 책. '만약 루이스 캐롤이 추리소설을 썼다면 '제인에어 납치사건'과 같은 작품이 탄생했을 것이다'라는 말에 동감.

앞부분을 읽으면서 뭔가 좀 이상해 작가 연혁을 봤더니 아니나다를까 영화산업에서 20여년 이상을 일했다고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작가 재스퍼 포드라는 사람이 문학에 문외한이라 못박을 수 없다. 오히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
몇년 전 마이너리티라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 책의 전개과정이 쌩뚱맞게 느껴졌겠지만 어딘지 익숙한 시간의 흐름과 문학작품과 맞물리는 작가의 상상력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만들었다.

사실은... 제인에어를 읽은지 꽤 오랜 세월이 지났기에 내용의 전개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헷갈리기 시작했다. 제인에어가 이랬나?
조금씩 읽어나가면서 나의 기억력을 탓하지 않고 작가의 상상력이 보이기 시작하니 나로서는 감히 어찌해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을 이렇게 풀어놓는 것을 보면서 칭찬을 아낄 수는 없다. 더구나 작가가 늘어놓는 이야기들은 영상매체로 담아내려고 하는 의도가 들어있다기보다는 '문학 텍스트' 자체만이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게 한 것 같아 더욱더 좋다.

책을 읽으며 느낀거지만 이 책은 정말 '제인 에어'에 대한, 아니 모든 문자로 씌어진 문학에 대한 찬사라고 생각된다.

어떤이는 읽으면서 이 책이 황당무계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지루해 할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나는 그러한 황당함이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작가의 애교있는 상상력이 무척 마음에 든다. 스스로 제인 에어를 훼손했다며 인용하는 글을 읽을 때는 큰소리로 웃기까지 했으니 내게 이 책은 정말 재밌는 책이었다.

[나는 제인 에어를 상상히 훼손해 버렸다. 그녀의 창가에서 내가 외친 '제인, 제인, 제인!' 소리는 그 책을 영원히 바꿔놓았다. 그것은 내가 받은 훈련에 반하는 것이었고, 내가 지키기로 맹세한 모든 것에 반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로체스터의 상처와 손필드의 소설에 대해 내가 느끼는 책임을 뉘우치는단순한 행위 이상으로 생각지 않았다. 나는 의무가 아닌 동정심에서 행동했고, 때때로 그것은 나쁘지 않았다. - 서즈데이 넥스트의 일기] <본문에서 따옴>

재스퍼 포드는 제인 에어를 훼손했다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글로 인해 완벽한 결말을 찬양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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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들어보는 책이었다. 알라딘 서재지기들이 우울할 때 읽는 책으로 많이 언급하였던 책. 궁금해서 슬쩍 꼬불쳐두고 읽어봤다. 독일식 유머? 잘 모르겠다. 읔, 이거 혹시 또 느려터지고 말도 안되게 뭉기적 거리는 일상을 늘어놓은 책인거 아냐? 난 그런거 재미없어 하는데...하는 의심의 눈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웃겼다. 사실 한밤중에 이불속에 누워서 킬킬거리며 읽었다. '어어, 난 이런 유머를 재밌어하지 않는데 왜 이러지?'하면서 말이다.

짧은 여행을 떠나기 전, 들뜬 마음을 좀 눅혀볼까 하는 생각으로 집어들었는데 오히려 더 들뜬 마음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벌써 그 킬킬거렸던 느낌을 잊어버렸지만 어쨋거나 난 이 책이 맘에 든다.
이 책이 맘에 드는 이유... 책을 읽으면 유쾌해지는 이유...
아마도 그건 호어스트의 여유롭고 넉넉한 세상살이 때문이 아닐까? 전전긍긍 노심초사 얼렁뚱땅 엉망진창(!!!)인 생활이지만 그래도 호어스트는 근본적으로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여주는 긍정적이고 밝은 인물이다. 그래서 모두가 그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엉뚱하지만 결국은 모든 일에 '좋은' 것을 찾아낼 수 있는 그는 언제나 유쾌하다. 내가 쉽사리 흉내낼 수 없는 유쾌함이기에 더더욱 유쾌해진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의심의 눈으로 힐끔거리며 읽었다고 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잘못걸려온 전화인데도 상대방에게 질질끌려가는 답답~ 한 주인공의 엉뚱함으로 전개되어나가지만 어느새 그에 익숙해져버렸다. 내가 아둥바둥 잡으려고 하는 모든 것을 호어스트는 가볍게 넘겨버리고 제껴버린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는 것을 슬쩍 흘려놓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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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10-0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저도 며칠 전 이 책을 읽었죠. 용케 호어스트의 귀차니즘에 감염되지 않고 리뷰를 쓰셨군요. 전 세줄짜리 페이퍼로 때웠답니다. 유쾌하죠? 이 아저씨.....^^
제가 오늘 집이 더러워서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고 했더니 후배가 "언니가 호어스트유?"하더라고요...^^

chika 2004-10-09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전 그래도 이불 펼 자리는 남아 있기에 아직은 집이 편해요. 드~럽게 하고 걍 누워있을 수 있으니까 말이지요. ^^
- 글고요... 리뷰, 쓰다 만 티 안나나요? 쓰다가 실퍼서 놀다가 그냥 확~ 저장시켜버린거거든요. ^^;;;;;

내가없는 이 안 2004-10-10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읽고도 아직 사람이 팍팍한지 며칠 전에 모르는 남자 전화가 걸려왔는데 저보러 자기가 누군지 자꾸만 맞춰보라는 거예요. 모르겠으니 말하겠어요, 하고 매몰차게 말했더니 그럼 다음에 걸지요, 하더라구요. 저도 농을 칠 걸 그랬을까요? 헤헤.

chika 2004-10-1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 자꾸 물어보시면, 맞춰버릴겁니다! 라 얘기하면 어떤 반응을 했을까, 궁금해지는군요. 저도 전화로는 장난을 못해요. 말투가 워낙에 투박해서 싸움거는 줄 알거든요. 헤~^^

하얀마녀 2004-10-10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었지만 리뷰쓸 생각은 못 했었죠. 웃느라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흐흐.

chika 2004-10-1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게 읽긴 했지만 이 책을 읽은 가장 커다란 후유증은... 예전보다 좀 더 지저분한 방에서 더욱 잘 지내게 되었다는거랍니다. ㅠ.ㅠ ("에이~ 호어스트는 나보다 더 심하던걸? 이정도야 뭐~" 따위의 생각이지요)
- 이거.. 중증 맞지요? ㅡㅡ;;;

숨은아이 2004-10-11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는 것을 슬쩍 흘려놓으면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 그동안 애써 들어넘기고 있었는데, 안 되겠어요. 보관함으로! ^^

chika 2004-10-1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저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리숙해 보이는 것이 싫거나 남보다 앞질러 가야한다, 는 그런 강박이 사라져서 말이지요. 어쨋든 좋더라니깐요~ ^^;;;
 
거창한 꿈
장 자끄 상뻬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거창한 꿈, 은 무엇을 뜻하고 있을까?

단편으로 된 이야기책인줄 알았는데 그림책이었다. 그래서 싫었냐고? 아니.. 그래서 알듯말듯 어려웠다. 첫장을 넘기며 '풋!'하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다. 물론 간간이 그리 웃음짓기는 했지만 한번 쓰윽 읽고서 내 어찌 샹뻬의 거창한 꿈을 이해하겠는가. 아직 나의 거창한 꿈조차 이해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특별한 것.. 왜 자꾸 이런 말들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내 일상의 모든 꿈들이 가장 위대한 꿈이 되리라 생각하고 있는건가?
일상의 무료함이 아니라 일상의 위대함이다.
솔직히 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한장의 그림에서도 그가 담고자 하는 일상의 아름다움과 웃음, 행복...그래, '인생 뭐 별거 있겠어? 멋지게 살아보자고!' 외치는 나의 모습을 본다. 나를 발견하였으니 좋은거다.
암~ 그렇구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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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cat in Paris 파리의 스노우캣
권윤주 지음 / 안그라픽스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에서 멋들어지게 소개한 이쁜 책을 보게 된 며칠 후, 마침 누군가 책선물을 해 주겠다고 하길래 원하는 목록에 슬쩍 집어넣었다. 그리하여 받게 된 이 책은 조금씩 아껴가며 책장을 넘겨도 결국 허겁지겁 다 읽어버리게 되었고 온갖 상상과 꿈에 부풀어 맘 속에 뭔가 뭉툭한것을 느끼며 다시 뒤적거리게 만들어버린다.

사실 스노우캣의 이 책에 대한 도움이 되는 리뷰를 쓰지는 못하겠다. 여행 에세이라는 것이 여행정보책은 아니기에 오로지 자신의 느낌일뿐이고, 그것을 읽으며 받아들이는 느낌도 오로지 나만의 것이다. 특히 이 책이 내게는 더욱더 그렇다. 그냥 이 책은 파리에서 겨우 하루, 이틀을 보낸 나에게  '오옷, 오오옷!!' 하는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는 얘기 외에는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  배낭 짊어지고 길을 찾아 헤매다 까페에 앉아 차 한잔 마실 여유를 못가졌던 내게 수많은 까페 이야기들은 주먹 불끈 쥐고 '파리로 가리라~!'는 결심을 하게 만들고, 키스자렛과 특히 팻과 찰리의 공연 이야기는 뭐라 말할수없는 감동이 담겨 있어 공연장의 열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오옷~ 난 스노우캣이 부럽다...

파리시내의 어느곳에서 버스를 타도 멀리 보이던 에펠탑, 낮의 쓸쓸한 철조물만 바라보다 반짝거리는 조명으로 화사해진 에펠탑도 보고싶고 생전 첨으로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는 기쁨을 느꼈던 오르세미술관에도 가고 싶고 세느강변에 앉아 책도 읽어보고 싶고, 또 스노우캣이 즐겼던 손흔들기... 강변에 앉아 유람선에 탄 사람들에게 손도 흔들어주고 싶다.

이 책은 그녀의 여행일지이면서 또한 내 찰나같은 짧은 추억여행의 일지이다. 그리고 또... 언젠가 파리의 그 아름다운 까페에 앉아 맛있는 쇼콜라를 마시고 세느강변에서 석양을 바라보리라는 미래에 대한 부푼 꿈의 불씨이다.
오오~ 난 스노우캣이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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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1-18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의 스노우캣 읽고 갑니다.
예전에 읽었던 거네요.
어쩌면 추천 중 한 개는 제가 눌렀을지도......
스노우캣의 그림이나 글은 비교적 괜찮았는데요.
제가 좀 배가 아파서 그렇게 썼어요.
전 앞으로도 꿈도 못 꿀 그런 여행기니까.^^
호호, 어쩌면 가능할지도......암요, =3 사람은 희망을 가져야죠.
 
떠돌이 개 - 가브리엘 뱅상의 그림 이야기
가브리엘 벵상 지음 / 열린책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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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함께 살기 최종규의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읽다가 가브리엘 뱅상의 떠돌이 개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고, 책이 도착한 날 한번 넘겨보고,

며칠이 지나 다시 넘겨보고... 얼마전에 또 천.천.히 개의 흔적을 따라 뛰기도 하고 움츠리기도 하고..

그러다가 나 자신의 생각속으로 뛰어들어가 버렸다.

어린시절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외톨이라는 느낌, 이유도 없이 친구가 나를 혼자 두고 집으로 가버렸던

그 끔찍한 기억들....

나는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때 선뜻 그 손을 잡지 못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미는 손 뒤에

무엇이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해야할 것이다.

집에 같이 가기 위해 운동장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보고서도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가버렸던, 나를 외면하던 그 어린시절의 친구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었는데.

그 이후에, 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 방구석을 뒹굴며 노는 것도 좋아하긴 하지만,

만나자는 친구들의 말에 가끔씩 거짓말을 하며 혼자 방에 처박혀 있게 된 버릇이 생겼다고 믿었다.

그런데 가브리엘 뱅상의 그림을 보고, 보고, 보고.... 내 생각에 빠져들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사랑을 배우기 위해 함께 어울렸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기 위해 나만의 시간을 가졌고,

이러한 느낌을 나누기 위해 누군가를 기다리고, 누군가에게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어? 아니,,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깨달았다는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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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4-09-26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방을 울러매고 해가 뉘엇뉘엇 지는 텅빈 운동장을 터덜터덜 빠져나가는 어린 치카님이 보여요.. 누구에게나 그런 기억의 순간들이 있는 게 아닐까요.. 사람은 누구나 혼자니까요..

chika 2004-09-28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혼자이면서 또한 혼자이지 않은...
그래서 저는 정말 많은 것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슬프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기억될 이 떠돌이 개의 이야기처럼 나의 삶도 그러하리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