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동굴 속에서
도적이 나온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그는 돈지갑을 쫓는다.
그리고 그는 더 중요한 것을 보았다.
그는, 헛된 싸움을
혼미한 지식을
찢어진 깃발을
겁에 질린 사람들을 보았다.

가는 곳마다, 그는 보았다.
이 보잘것 없는 시대의 공허감을,
그리하여 그는 부끄럼 없이 활보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예언자가 된다.
쓰레기 더미 위로 그는
그의 사악한 발자욱을 올려 놓는다.
그리고 이런 기막힌 세상에 대하여
안녕을 속삭인다.

마치 먹구름처럼
비열함으로 뒤덮인
민중들 앞에 선 위선자,
곧 그의 권력은 강대하게 솟아오른다.
누구나 할 것 없이
기회를 엿보면서
그의 선거에 제공한
숫자놀음의 도움으로.

그들은 그의 공약을 나눠 갖는다.
언젠가 신의 사자가
다섯 개의 빵을 나눠 주었듯이.
공약은 점점 더 주위를 더럽힌다!
처음엔 개들만 거짓말했으나
지금은 모두가 거짓으로 말한다.
그리고 마치 폭풍이 몰아치듯
지금 그들의 재능은 한껏 부푼다.

싹은 높이 높이 솟아 오르고
땅은 변했다.
민중은 치욕 속에 살며
비열함을 비웃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깨달았다.
최초에 무엇이 꾸며졌던가를.
선은 사라지고
악만 위세를 떨친다!

언젠가 이 위기가
빙벽이 녹아내리듯 천천히 사라지면,
사람들은 마치 어두운 죽음에 대해 얘기하듯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황야 위에
허수아비를 세운다.
슬픔 속에서 기쁨을 불태우기 위해서,
그리고 다시 오는 새벽의 빛을 위하여.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 시는 아주 훌륭하구나"
크리스토프가 놀란 듯이 말했다.
"아주 굉장하구나. 한스, 넌 그 시를 총통에게 바쳐야겠다. 그것은 국민적인 통찰자에게 전해야 한다"
알렉스는 시의 이중적 의미에 매료된 듯이 외쳤다.
그 시는 누구의 것일까?
"이 시는 이백 년 전에 고트프리트 켈러에 의해 씌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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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미네르바의 올빼미 4
잉에 아이허 숄 지음, 유미영 옮김, 정종훈 그림 / 푸른나무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엄밀히 따져 제가 읽은 책은 알라딘에 있는 이 책이 아니라 사진에 찍혀 있는 바로 이 책입니다.
수십년(?)이 지나도 책의 제목은 바뀌지 않았군요.
제 기억에 오빠에게 처음 받아 본 선물이 이 책입니다. 그래서 더욱 더 기억에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당시에 이 책을 읽은 또래 친구들은 없었지요. 저만 혼자 이상한 책을 읽는 것 같아 이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혼자 그들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며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쓰는 리뷰가 리뷰같지 않지만... 그래도 그냥 씁니다.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서입니다.

어제, 오늘 이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매우 얄팍한 책이지만 그들의 삶의 무게에 여전히 내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지금도 세상의 어딘가에서 이들처럼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그 누군가가 폭압에, 독재에, 전쟁에..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너무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많은이들이 고통받고 있음을 외면하며 살아왔구나...생각하니 내 삶이 많이 부끄러워져버립니다. 정말 한없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

이 책의 후기를 보니 47년에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수업교재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합니다. 45년 전쟁이 끝나고 히틀러 독재와 나치의 만행을 그들은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지금 일본에서 행해지는 신사참배의 미친짓거리들과 손으로 태양을 막겠다고 우기는 교과서 왜곡 같은 어이없는 짓들이 떠오릅니다.
삶을 내던질 용기가 내게는 없지만, 잊지않기 위해 외면하지 않기 위해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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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04-08-18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잘 느껴집니다. 꼭 읽도록 하겠습니다.

chika 2004-08-18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맙습니다.

2005-02-01 0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도 살아 남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우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강하게 살아 남아라.

한 치의 타협도 없이-.

- 한스 숄, 1918. 9. 22 울름 출생, 의과대학생, 1943. 2.22 처형당함.

****************************************************************************

시바이쩌 책을 꺼내다 같이 꺼냄.

뮌헨의 백장미...로 알려졌고, 오래 전 TV에서 영화로 상영하기도 한 것으로 기억함.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 생각했는데 ... 선뜻 다시 손이 가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는 역사의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하고 싶어서인지도.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그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방관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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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우리 안으로 밀어넣거나 화에 이해 폭발하는 대신에, 그 화를 잘 활용하여 우리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사람을 멀리하고 나의 내면으로부터 그를 몰아 내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방법은 그리스도인이 취할만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일은 용서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용서는 화의 끝 부분에 있는 것이지 첫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아직도 내 마음속에 있는데도 벌써 용서하는 것은 자신을 학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행위는 나 자신을 스스로 다치게 할 수도 있다. 내가 그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나서야, 내가 그를 나로부터 밖으로 내던져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도 역시 상처입은 한 영혼에 지나지 않는 존재란 사실을 깨닫고 그를 참으로 용서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내 안에서 밖으로 몰아내는 것은 내 안에 들어있는 고요한 공간을 인지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것은 이 공간 안으로 힘을 동원하여 억지로 들어오려고 시도하는 모든 것들을 상대로 방어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방어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나는 나의 마음을 점령하고 있는 사람들과 나 자신의 생각들과 계획들을 묵상을 통해서 나의 내면으로부터 몰아 내야 한다. 나는 내면의 참된 고요를 확보하여 내 안으로 들어가서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내 안에는 나를 넘어서는 신비가 들어있다. 내가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면, 나는 나의 삶의 역사와 문제들만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존재하는 층보다 더 깊은 곳에는 고요의 공간, 신비이신 하느님께서 내 안에 거주하시는 장소가 있다. 바로 이곳, 신비이신 하느님께서 내 안에 계시는 장소에서 나는 참으로 안식을 누릴 수 있다. 내 안에 들어있는 그곳에서 나는 깊은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일상의 소동들과 내적인 무질서들 아래 놓여있는 그곳에는 고요의 공간이 있다.

- 안셀름 그륀, 참 소중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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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7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인정할 수 있는 사람,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 옆에 서 있는 사람,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자신의 가치에 대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고, 자신의 부족한 면들, 편안하지 않은 면들까지도 다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융에 의하면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그림자까지도 다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항상 양극, 즉 두려움과 믿음, 이성과 감성, 사랑과 공격성, 규칙과 불규칙 사이에서 살아간다. 언제나 자기 확신에 찬 자세로 행동하는 사람은 양면중에 한 면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확신에 찬 사람은 자시의 입장은 논리 정연하게 말하지만 자신의 느낌은 잘 표현하지 못한다. 화제가 감정부분으로 옮겨지면 그는 당황해 하거나 입을 다문다. 그는 자신의 가치에 대하여 진정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는 한쪽면만 느끼고 있을 뿐이다. 오직 한면만을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른 면은 그림자 속으로 억압한다. 그림자 속으로 억압된 것은 그속에서 부정적인 작용을 한다. 억압된 감정들은 감상적 자세로 표출되어 나온다.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 있는 사람은 다른 부분의 조절능력까지도 완전히 상실하고 만다.
그림자는 자기 안에 감춰진 약한 부분이 들춰지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신에 대해 늘 강하게 학신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던 사람이 어는 날 갑자기 자신에 대한 조절능력을 완전히 잃고 마는 경우 바로 그래서이다. 늘 자신감에 넘쳐 보이는 사람은 느닷없이 폭삭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그림자를 받아들인 사라은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거나 맹렬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있을 때에도 침착성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반응한다. 그는 자신을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수용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말해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두 발을 발판 위에 단단히 올려놓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닥쳐도 흔들리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 안셀름 그륀, 참 소중한 나, 전헌호옮김, 성바오로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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