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오리를 낳았어요
몹시 배고픈 여우가 먹이를 찾다가 강가의 수풀에서 커다란 오리 알 하나를 찾았어요. 여우는 얼른 달려가서 오리알을 집어 들고 잠시 생각했어요. ‘이 오리알을 그냥 먹어? 아니지. 조금만 참았다가 통통하게 살찐 오리를 먹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여우는 곧바로 투실투실한 엉덩이를 오리 알 위에 내려놓으려다 깜짝 놀랐어요.
“이런, 이렇게 깔고 앉으면 오리 알이 깨질 거야.”
여우는 다시 생각에 잠겼고, 잠시 후 풀밭에 열심히 구덩이를 팠어요. 그리곤 구덩이에다가 바싹 마른 풀을 수북이 채우고 그 풀더미 위에 오리 알을 조심조심 내려놓았지요. 그런 다음 오리 알 위에 살며시 엎드렸고요. 어찌나 조심을 했는지 자신도 모른 채 앞발과 뒷발에 잔뜩 힘이 들어갔죠. 잠시 후 여우는 자신의 보드라운 배로 오리 알을 살짝 덮었어요. 이렇게 하면 오리 알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고, 깨뜨릴 염려도 없어 보였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여우는 다리가 저리고 아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다시 생각에 빠진 여우는 잠시 후, 길고 질긴 나무껍질로 오리 알을 꽁꽁 감쌌어요. 그리고 다시 자신의 배에 칭칭 동여맸지요. 하지만 그 순간. 여우의 눈앞으로 먹잇감 토끼가 달려가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여우는 ‘이게 웬 떡이냐’ 하며 열심히 쫓아가는데 그만 배에다 묶은 나무껍질이 풀어지고 오리 알이 언덕 아래로 데구루루…
겨우 겨우 알을 잡은 여우는 “에이! 짜증나 그냥 콱 먹어버릴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리 알을 입에 쏙 집어넣었구요. 그런데 “그래, 바로 이거야! 입으로 오리 알을 품으면 되겠구나. 난 정말 똑똑해. 하하하!” 하는 거였어요. 이제 여우는 마른 풀을 가지런히 깔아 둥지를 만들고 그 위에 암탉처럼 얌전히 앉았어요. 입에는 오이 알을 품고서요.
하지만 그렇게 하루 종일 오리 알을 물고 있으니, 다른 먹잇감은 사냥할 수 없었고, 그저 나무 열매와 산딸기, 무 같은 걸로 배고픈 배를 채워야 했어요. “이런 맛없는 식물이나 뜯어먹어야 하나? 나 참 어이가 없군. 맛있는 오리 알을 입에 넣고도 먹지 못하다니… 슬퍼!”
여우는 혀끝으로 오리 알을 요리조리 굴리면서 배고픔을 달래보았어요.
혀끝을 도르르 말아 오리 알을 톡 쳐서 굴려 올리고, 다시 톡톡 쳐서 굴려 보내고…… 한참 놀이에 빠진 여우는 배고픔도 잊어버렸죠.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신나게 놀이에 빠져있는데, 입 안에서 톡, 톡, 톡!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거예요. 여우는 깜짝 놀라 얼른 오리 알을 뱉어냈어요. 그랬더니 오리 알에 가느다란 금이 짝짝 가 있지 뭐예요? 그리곤 조금 있으니까 껍질을 톡톡 깨면서 미끌미끌 젖은 아기 오리가 바깥으로 나오는 거예요. ‘아, 드디어 배부르게 오리를 먹겠구나’. 감격에 겨운 여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그런 여우를 본 아기 오리가 여우 코앞으로 아장아장 걸어오더니 “엄마! 엄마!” 하고 부르지 뭐예요.
“뭐? 난, 난, 네 엄마가 아니야. 그러니까 … 나 … 나는, 가만있자… 난 남자거든. 그러니까 난 아빠인 거지.”
“아빠! 아빠!” 아기 오리는 좋아라 폴짝 뛰었어요. 그리곤 여우의 머리 위로 뒤뚱뒤뚱 기어 올라와서 “아빠! 우리 아빠!” 부르며 여우의 귀를 앙 깨물며 재롱을 피웠어요. “아빠, 나 배고파요!” 아기 오리가 말하자 “나도 무척 배가 고프단다” 군침을 삼키며 여우가 말했지요. 그리곤 아기 오리를 번쩍 들어 올려 단숨에 입속에 넣었어요. 아! 드디어…… 그런데 그때였어요. 아기 오리가 여우의 혓바닥을 콕콕 쪼아댔어요. 여우는 너무 따가워 입을 딱 벌리고 말았죠. “아빠! 아빠! 내가 껍질 속에 있을 때 아빠가 이 혀로 날 굴리면서 재워주셨죠? 저 그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오리는 다시 칭얼거렸어요. “아빠, 나 많이 배고파요!” 그러자 여우는 한숨을 푹 쉬고는 아기 오리에게 산딸기를 따다 먹여주었어요. 배불리 먹은 아기 오리는 여우 발치에 포근히 머리를 묻고 잠에 겨운 목소리로 속삭였어요. “아빠, 고마워요. 사랑해요.”
어느 새 잠든 아기 오리를 바라보고 여우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이렇게 말했어요. “쳇, 난 이제 고기는 질렸어. 나무 열매도 이렇게 맛있는데 뭐.”
그 후로 여우는 진짜 다정한 아빠처럼 날마다 아기 오리를 보살폈어요. 가끔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리면서요. “아, 기다리던 먹이는 없어지고 아들만 하나 생겼어. 이게 도대체 행복해진 거야? 불행해진 거야?”
쑨칭펑 지음, 박지민 옮김, ‘여우가 오리를 낳았어요’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