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테러리스트 - 소년은 왜 테러리스트가 되었나?
마츠무라 료야 지음, 김난주 옮김 / 할배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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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왜 테러리스트가 되었나?'라는 부제가 이 소설의 핵심이다. 미스터리 소설로 호기심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수록 사회파소설로 읽게 된다. 책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이 소설은 최근 우리 사회에도 이슈가 되고 있는 '촉법소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해법을 위한 폭넓고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신주쿠 역에 폭탄을 설치하고 다 날려버리겠다는 폭파예고 선언이 담긴 동영상이 공유사이트에 올라왔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린 소년의 장난인 줄 알았지만 실제 신주쿠 역에서 폭탄 사고가 일어나고 영상을 본 기자 안도는 그 소년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소년의 행동에 의문을 품게 되는데...

 

테러를 예고한 소년은 와타나베 아쓰토, 소년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그는 소년범죄의 피해자로 자신의 생일날 할머니와 여동생을 잃었다. 소년범죄의 피해자인 그가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아쓰토의 행방을 찾는 기자 안도 역시 소년범죄의 피해자이다. 그의 여자친구가 소년범죄자의 손에 살해 당하고 난 후 자신은 고통속에 살아가는데 가해자는 소년법의 보호를 받으며 짧은 형을 살고 나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견딜 수 없어 기자의 신분을 이용해 평범한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가해자가 과거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임을 폭로해버린다. 그리고 그 사건은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또 다른 진실이 드러나게 되는 이야기는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면서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는 순환이 게속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촉법소년에 대한 법 제정을 단순히 연령을 낮추는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며 죄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죄없는 자가 누구인지 - 우리 모두를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물론 끝 마무리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배후가 등장한다기보다는 중반부터 이미 예상이 되는 배후가 드러나기 시작하지만 그 결론을 확인하기 전까지 강조되는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더해야할 것이다. 


가해자 가족과 피해자 가족을 떠올릴 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불행해져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잘못을 그 가족이 그대로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촉법소년임을 악용하여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범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린마음에 어리석게도 범죄에 빠졌다가 진심으로 뉘우쳐 범죄와 관계없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는 청소년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 맞는것인가, 라는 것 역시 되새겨봐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 역시 촉법소년을 악용하는 범죄가 늘어나며 그에 대한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엇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많은이들이 수긍할만한 법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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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판매원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2
호시 신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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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 신이치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지만 1926년생이고 50년대 작품활동을 시작한 것 같아 관심이 줄어들었는데 상업지에 데뷔하게 된 것이 그의 작품 섹스트라가 에도가와 란포의 눈에 띄어서라는 것에 또 이 작가의 작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SF 장르 단편을 읽을 때 그 작품을 이해하게 되면 너무 흥미롭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도대체 내가 뭘 읽은 거지?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단편소설을 읽는 것은 좀 망설여지게 되는데 호시 신이치는 단편보다 더 짧은 쇼트-쇼트(short-short)라는 장르를 개척했다고 하니 괜한 호기심에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일본소설이고 50년도 더 이전에 쓰여진 작품이라 솔직히 별 기대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소설의 내용들이 풍자코미디에서 많이 봤던 것 같은 웃음을 담고 있으면서도 현 사회를 적나라하게 통찰하고 있는 것 같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수가 없다. 


에도가와 란포를 사로잡은 '섹스트라'는 처음 생각할 때 정말 일본스러운 발상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다. 성적 쾌감을 실제처럼 느낄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하면서 청소년들의 폭력성이 줄어들고 관심사가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분야로 옮겨가기 시작하게되며 점차 기계가 정밀하게 발전하면서 세상이 평화로워진다는 것 까지는 그저 어디선가 한번은 들어봤던 이야기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바로 아무렇지도 않게 부부 역시 육체적 관계에 관심이 없어지게 되지만 섹스트라에 대한 일부 긍정적인 평가는 '인공수정으로 우수한 자손만 계획 출산'할 수 있다는 문장에서는 멈칫 하게 된다. 이것이 진정 좋은 것인가? 이런 의문은 섹스트라로 인해 세계의 평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또한 웃기는 소리네,하고 넘겨버리기에는 인류의 역사에서 성폭력의 범죄를 가벼이 여길 수 없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이없는 발상에 웃다가 마지막에 피식하고 웃어넘기기에는 왠지 이 짧은 소설들 안에 담겨있는 잔혹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 잔혹함이 인간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면 또 섬뜩하다. 지구를 떠나 정착할 수 있는 먼 우주의 행성을 찾아나서는데 화면에 비친 열악한 환경을 보고 그 행성으로의 이주를 포기하면 행성에서는 지구에서 다시 찾아오기까지 시간을 벌었다며 연기하던 모습을 버리고 본 모습을 찾을 때는 유머처럼 느낄 수 있지만 그와 반대로 지구보다 더 훌륭한 지상낙원같은 행성을 발견하지만 이 소식을 지구로 전하면 그 행성은 일부의 휴양지로 사용되어버릴 수 있다며 지구로의 귀환을 거부하고 생활하는 이들이 있음을 할게 되고 많은 이들이 그 행성에 머무르기를 원하는데... 그 전의 단편과는 달리 이들은 오히려 외계인들에 의해 꾸며진 지상낙원의 행성의 덫에 걸려 동물원의 동물같은 처지가 되어버린다. 


이처럼 뒤바뀌는 운명과 거짓속에서 드러나는 반전의 재미와 인간성에 대한 통찰은 짧고 짧은 소설 읽기의 재미를 더해주고 풍자와 해학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피식거리는 웃음을 자아내는 짧은 소설이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읽어도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호시 신이치의 글을 다시 찾아 읽어보게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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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집을 점령하기 시작한지 몇년 된 듯 합니다. 책장 속 문학동네 책 찾기는 정말 식은 죽 먹기입니다만 이쁘게 혹은 멋지게 아니, 폼나게 사진을 찍고 싶지만 점령당한 책장은 절대 그럴수가 없는 상태일뿐.


문동세문을 가지런히 꽂아놓고 싶었지만 안보이는 공간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고 색색의 미스테리아와 시인선 역시 그나마 한번쯤 정리를 해 요만큼 모아뒀어요. 





사실 7단의 이중책장의 극히 일부만 - 요런 책장이 두세개쯤 더...? ㅠㅠ - 보여드리는 것이지만 그 어느 곳을 찍어봐도 곳곳에 문학동네의 책이 담겨있군요. 


굳이 이곳저곳을 뒤적거리지 않아도 최근에 받은 이 한 권의 책만으로도 책장 속 문학동네 책 자랑은 끝일 것 같은 사진 한 장 투척하고 이만 자러갑니다;;;





'사랑의 꿈' 글자가 무지개빛으로 빛나게 사진 찍은거, 눈치 채주시길.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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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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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작가의 신간소식에 무조건 읽겠다고 해 놓고보니 정작 이 소설이 장편인지 단편 소설집인지도 모른채 책을 선택했고,과거미래시제가 책 제목이라 생각했는데 미래과거시제라는 것도 이제야 다시 확인하고있다. 사실 배명훈 작가의 SF라면 곽재식, 김초엽, 이다혜, 정세랑 등등등 대단하신 작가님들의 추천이 아니더라도 책 먼저 펼쳐 읽기 시작할만큼 기본 이상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데 이 책은 그 이상이다. 무려 7년만의 신작 소설집이라는데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으면서도 고작 역사 따위를 연구하러 온 야심없는 미래인'(122)처럼 가볍게 차곡차곡 쌓아놓은 소설들을 툭 던져 놓고 있는 느낌인데 이 모든 소설들이 놀랍다. - 아니, 사실 매 단편마다 담겨있는 '작가노트'가 없었다면 이 놀라운 소설들이 담고 있는 내용과 의미를 알지 못한 채 그저 글읽기만 하고 있었을테지만.


표제작인 미래과거시제는 언어를 통한 시간과 세계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지만 솔직히 그런 내용은 잘 모르겠고 작가가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결국 사랑이야기로 읽히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SF가 마래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결국 현실의 반영'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될 때 가장 적나라하게 그것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수요곡선의 수호자'는 작가의 발상의 전환이 흥미로웠는데 이 역시 작가의 노트를 읽으며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은 과학기술의 현살에 앞서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인공지능을 가진 챗봇의 기능은 점점 더 인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이제 너무 익숙한 인간을 대신하는 인공지능로봇의 이야기를 지나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마음을 가진 마사로 - 물건처럼 유희의 옆구리에 끼이게 된 마사로가 '아, 내 존엄'(28)이라 외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놀랍지 않은가 - 에게 "다시 가서 세상을 구해"(55)라고 말하고 있는 단계로까지 나아가버리고 있다. 어쩌면 배명훈 작가가 미래에서 온 미래인일지 모르겠다. 


판소리SF라고 하는 임시조종사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 미래과거시제 등의 작품은 '언어'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히는데 언어에 대한 새로운 느낌이 재미이기도 했다. 물론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를 읽기 시작했을 때 '오타'라고 생각하는 글이 예상보다 많이 나와 이게 오타가 아니었나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동시에 제대로 된(!) 문장으로 다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한가지 덧붙이지면 파찰음을 내며 튀는 침방울의 묘사에서 자연스럽게 코로나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 좀 씁쓸하지만. 


소설집에 실려있는 소설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다 하지는 못하겠지만 아무튼 내게 있어 배명훈 작가의 7년만의 신작 소설집 미래과거시제,는 흥미롭고 새롭게 읽히는 추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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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비
청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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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비,는 무분별한 핵실험으로 인해 발상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내리는 오색찬란한 우박을 일컫는다. 아름답고 달콤한 느낌을 갖게 하는 사탕비는 그 이름과는 달리 방사능 물질이라 사탕비를 맞는 즉시 사람은 죽게 되어버린다. 

세상은 점점 멸망해가고 있고, 유일하게 사탕비가 내리지 않는 서해의 한 지역에 소수의 살아남은 사람들은 청백성을 세우고 그곳에서 사탕비를 정제해 먹으며 생존해가고 있다. 방사능을 정제해 먹고 몸 안에 축적되는 방사능을 제거하기 위한 알약을 또 섭취하고. 사탕비로 죽음을 맞게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탕비를 수거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사탕비를 수거하기 위해 사람을 대신할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기 시작하고...


이런 배경속에서 사탕수거의 임무와 죽음이라는 갈등 상황에서 인간적인 감정이입으로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게 되는데 청백성에서는 인간들 사이에 숨어든 캔디 인간을 찾아 내기 위한 주민투표를 시행하고 있다. 나, 시안은 사탕비로 부모를 잃고 정신을 잃은지 1년만에 깨어나 투표에 참가하고 있는데 첫 투표는 기권을 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판단 기준도 없이 인간과 캔디인간을 구분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첫번째 투표가 끝난 후 시안은 캔디 인간을 찾기 위해 나름의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려하는데....


소설 사탕비는 사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시작과 흐름은 좋았지만 촘촘한 짜임새가 느껴지지는 않아 놀라움과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결국 밝혀지는 캔디 인간에 대한 궁금증은 이미 예상되어지는 결말이어서 이야기의 흥미로움보다는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순간 이어지는 마지막 결말은 또 다른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휴머노이드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선택에 수긍하려 하지만 또한 인간적인 마음으로 그 결과에 불복하게 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자신의 세계는 직접 결정하는 거예요. 아무리 힘이 들고 괴로워도요"(228)


이 문장 자체로도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겠지만, 소설을 다 읽고난 후 - 에필로그까지 다 읽고나면, 내게는 왠지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위로의 말과 희망을 건네주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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