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 다니기 딱 좋은 날,인데 사랑들에 치여 그대로 스킵하고 결국은 스타벅스.
그래도 요맘때쯤만 마실 수 있는 슈크림 라떼가 있어 목적지가 원래 스벅인 느낌이랄까.

운동한다고 집에서 걸어나와서 수많은 인파를 지나 결국 사무실에 들려 택배 찾고 중앙로 중심에 있는 까페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ㅡ 아, 내가 양치만 하고 세수는 안했다고 밝혔던가? 암튼 이런 꼴로도 활보할 수 있는건 마스크가 있어서. 라기보다는 사실. 세수를 하나 안하나 그 모냥이 그 모냥이서긴하지만.

그냥 지나치면 아쉬우니 그래도 사진을 찍어보기는했다. 차량통제된 곳은 사람에 꽃이 묻힐 지경이었고 그나마 길의 끄트머리에서.

하귤과 동백과 벚꽃의 조화는 사무실 앞마당 풍경.
사무실 근처 사진전도 보고.
사려니 같은 숲길을 걷는 할망의 모습이 내겐 일상처럼보이는데 그 뒷모습을 찍은 풍경은 너무 초록이다. 나도 먹고살기편해졌나보다. 그저 초록이 아름답기만하다.

그리고 화단의 저 화사한 꽃들. 꽃이 이뻐서 찍은 것도 있지만 그걸 보며 먼저 떠오른 생각은. 가난한 우리동네 화단에는 도로공사할때 심은 나무와 꽃외에 새로운 것이 등장하는 일이 없지만 그 길을 지나쳐 오분만 내려가면 철마다 꽃들이 화려함을 뽐낸다. 그뿐인가. 보도블럭마저 다르다. 움푹 패인 도로에 물벼락을 맞고 동사무소에 전화도 걸어봤지만 몇년째 그 도로는 국가 사업이라며 그상태 그대로다.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제주도는 일년내내 도로공사중인데 우리동네는 왜?

커다란 고무대야를 찍은 사진 속 주인공은 고양이. 점심 먹고 평소보다 빨리 집을 나섰더니 녀석이 예상못하고 현관옆을 기웃거리다 놀라 도망가고는 내 눈치를 보느라 틈새사이로 엿보는 중.

일상의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하면 많은 말 속에 현실이 보이고 역사가 보일텐데. 잊고 살았다. 하긴 일상을 끄적일 여유도 없고.
사실 오늘도 집에 있었다면 어머니 수발에, 세탁기돌리고 티비 보고 앉아있다보면 바로 저녁밥 할 시간이었을텐데 운동을 핑계로 점심먹고 바로 나왔으니 여유롭게 이 시간을 즐기는것이겠지.

심심하니 사진 한장 더.
새로생긴 가게라해서 갔더니 우리동네. 오징어와 게 한마리가 통으로 들어갔는데, 왜 국물맛을 못내니...쩌업.

그러고보니 오는 길에 신호등 앞에 서 있었는데 어리게봐도 이십대후반으로 보이는 콧수염을 기른 양복입은 남자가 편의점봉투를 옆에끼고 진지한 표정으로 손에든것을 보고있었어. 무심코 보다가 웃음터질빤.
손에 든 소시지를 뜯느라 그 끝을 찾으며 심각히 보고있었...
괜히 묻고싶어지긴하더라. 소시지에 진심이신가요?


가만히 앉아있으려니 슬슬 찬바람이 느껴진다. 에어컨을 벌써 틀어놨어?
이제 슬슬 마무리하고 나가봐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온, 우리가 꼭 캔디 인간을 색출해서 살인 투표장의 주인공이 되자.˝
˝주인공이 어떤 존재를 말하는지 알아?˝
˝제일 똑똑한 사람.˝
˝아닐걸 적어도 내가 본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찌그러진 사다리꼴 같았어. 반듯한 마름모가 아니고, 예쁜 정사각형도 아닌 녀석들 말이야. 여기저기 부딪히고, 수없이 파이면서 끝내 용기를 터득한 후에는……….‘
˝완벽한 사각형이 되는 거지?˝
˝원이 되지. 마침내 부드러운 원.˝
˝뭐야. 밋밋한데.˝
˝부모님이 해주신 말이야. 어디서든 공처럼 둥글게 살라고그러시더라. 난 그 말대로 살아보고 싶어.˝
˝주인공‘도 공이야!˝

"시온, 우리가 꼭 캔디 인간을 색출해서 살인 투표장의 주인공이 되자."
"주인공이 어떤 존재를 말하는지 알아?"
"제일 똑똑한 사람."
"아닐걸 적어도 내가 본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찌그러진 사다리꼴 같았어. 반듯한 마름모가 아니고, 예쁜 정사각형도 아닌 녀석들 말이야. 여기저기 부딪히고, 수없이 파이면서 끝내 용기를 터득한 후에는……….‘
"완벽한 사각형이 되는 거지?"
"원이 되지. 마침내 부드러운 원."
"뭐야. 밋밋한데."
"부모님이 해주신 말이야. 어디서든 공처럼 둥글게 살라고그러시더라. 난 그 말대로 살아보고 싶어."
"주인공‘도 공이야!" - P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 걸 배드 걸 스토리콜렉터 106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번역작품인 경우 가끔 원제가 무엇인지 궁금할때가 있다. 책을 다 읽고 제목부터 찾아봤는데 원제 역시 굿 걸 배드 걸임을 알고 이 소설의 중점이 굿과 배드를 찾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 봤다.


소설은 이비 코맥과 사이러스 헤이븐의 관점에서 서로 교차되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년원에 있는 이비 코맥은 상대방의 말이 진실인지를 판독할 수 있는 거짓말 탐지기처럼 진실을 알아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숨겨진 또 하나의 이야기는 과거가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다.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숨진 남자의 시신과 함께 생활하던 소녀가 바로 이비 코맥이며 이비의 존재에 대한 기록은 그 누구도 찾을 수 없고 그녀가 몇살인지조차 확인할수가 없다. 

사이러스 헤이븐은 심리학자이며 그 역시 범상치않은 과거를 갖고 있다. 친구 거스리의 부탁으로 이비 코맥을 찾아 온 사이러스는 그녀의 후견인이 되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는데...

경찰의 수사를 돕는 심리학자 사이러스는 피겨스케이팅 유망주로 기대를 받던 소녀 조디가 살해된 사건에 협력하게 되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다 흠결하나 없어보이던 조디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끝내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과 살인범이 밝혀지고 그 과정에서 사이러스와 이비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유대감이 커지고 신뢰를 쌓아가게 된다. 


소설은 미스테리한 소녀 이비와 충격적인 가족사를 가진 사이러스의 이야기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심리 스릴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주인공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과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이 소설 읽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난 후 자꾸만 소설의 제목이 마음에 걸린다. 단순히 두 소녀 이비와 조디에 대해 굿 걸과 배드 걸이라는 굴레를 씌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면 내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하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이 여러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는 것과는 또 별개로 뒷 이야기가 궁금해 쉼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흥미로운 이야기 구성을 갖고 있다. 단숨에 읽어버렸으니 책읽기의 즐거움은 느낀것이고 이제 조금 깊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삶이 보여주고 있는 진실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다.......


"뭐가 진실이고 현실인지 어떻게 알지? 우리가 한때 사실로 받아들였던 것들이 이제는 거짓이 돼버렸다. 지구는 평평하지않고, 흡연은 건강에 좋지 않고, 명왕성은 더 이상 행성이 아니며, 마녀들은 세일럼에서 화형에 처해지지 않았고, 인간에게는 다섯 개 이상의 감각이 있다. 모든 것은 반감기를 가지고 있다. 진실마저도."(67)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집 2023-03-25 0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재밌게 읽고 있어요. 박찬욱 감독 추천이라 해서 구입 하고 읽고 있는데 솔직히 최근 읽은 미스터리 중에서 가장 맘에 들어요~

chika 2023-03-25 22:41   좋아요 0 | URL
밀레니엄 시리즈도 생각나고...단숨에 읽히는 책이기는해요 ^^
 

˝조부모님은 내가 외과 의사가 되기를 바라셨지만 난 심리학을 선택했어. 그게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거든.˝
˝왜죠?˝
˝외과 수술엔 규칙이 있어. 풀어야 할 문제는 기술적이고 분명히 실재해. 반면 심리학은 그보다 본능과 공감에 많이 의지하지. 의사는 작업의 결과를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어. 수술후 모든 답이 풀리거든. 자신이 내린 결정이 옳았는지, 아니면틀렸는지. 앞을 내다보고, 뒤를 이해하면서. 그게 바로 우리 인간이 사는 방식 아니겠어? 하지만 심리학자는 확신이란 게 없어. 뇌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필요한 부분을 재배열할 수도 없고 손끝으로 구멍을 찾아볼 수도 없지, 설령 찾는다 해도 봉합선과 죔쇠로는 고쳐지지도 않아. 그래도 난 그래보려고 무던히애를 써. 하다못해 종잇조각이라도 끼워 구멍을 메워보려고 하지 고치고, 보상하고. 내가 쓸 수 있는 도구는 오로지 말과 아이디어와 생각뿐이야.˝
˝세상을 치유하고 싶어요?˝ 나는 말한다.
˝어쩌면 나 자신을 구제하고 싶은 건지도 몰라.˝
너무나도 깔끔하고 완벽한 답변이다.
5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뭐가 진실이고 현실인지 어떻게 알지? 우리가 한때 사실로받아들였던 것들이 이제는 거짓이 돼버렸다. 지구는 평평하지않고, 흡연은 건강에 좋지 않고, 명왕성은 더 이상 행성이 아니며, 마녀들은 세일럼에서 화형에 처해지지 않았고, 인간에게는다섯 개 이상의 감각이 있다. 모든 것은 반감기를 가지고 있다.
진실마저도.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