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른다. 그 말이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에게는 이해를 뛰어넘은 감각이라는 게 있다. 알고 있는지식 따위, 실제로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세계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알지 못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도 모른다, 라는 그 겸허함이 멋있게 느껴졌다. 높직이 쌓아 올린 저 책들 속에 과연 얼마나 정답이 들어 있을까. 오히려 나도 모른다, 라는 히사나의 대답 속에 진실이 잠들어 있다. 거짓 없는 정직함과 품이 넉넉한 다정함, 그리고 한없는 성의가 담겨 있다.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줘?"
렌지가 과거를 다시 떠올리며 물었다.
‘학교 친구는 없어? 나한테 와 봤자 너무 따분하잖아."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히사나는 그런 렌지를 바라보았다.
히사나, 넌 어떻게 그렇게 다정해?"
어린 시절의 렌지는 부모의 따스함이라고는 접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혈육도 아닌 히사나는 그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글쎄. 왤까? 나도 몰라."
히사나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렌지는 그 대답이 무척 마음에들었다. 나도 모른다. 그 말이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에게는 이해를 뛰어넘은 감각이라는 게 있다. 알고 있는지식 따위, 실제로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세계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알지 못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도 모른다, 라는 그 겸허함이 멋있게느껴졌다. 높직이 쌓아 올린 저 책들 속에 과연 얼마나 정답이 들어 있을까. 오히려 나도 모른다, 라는 히사나의 대답 속에 진실이잠들어 있다. 거짓 없는 정직함과 품이 넉넉한 다정함, 그리고 한없는 성의가 담겨 있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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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무엇보다 안 좋은 건 익숙해진다는 것이죠. 아동 학대에 대한 것도 업무 효율을 따져서 가장 심한 케이스부터 처리하게 되거든요. 순위를 매기는 거예요. 그나마 이 케이스는 아직 어떻게든 헤쳐나갈 것이다, 아직은 괜찮다, 라고 넘겨 버리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야겠죠. 그 아이는 강하니까 어떻게든 살아남을 힘이 있잖아요. 그러니 우리도 자꾸 뒤로 미루게 돼요.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것 같은 아이부터 먼저 살려야 하니까. 그렇게 렌지일은 뒤로 밀립니다. 변명 같지만 그게 실제 내 본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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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다 알아?
브렌던 웬젤 지음, 김지은 옮김 / 올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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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가 커다랗고 똥그란 눈을 뜨고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다. 

집 고양이는 온갖 모양과 위치의 창문을 통해 '기어다니고 궁금해하고 들여다보고 입을 쩍 벌려가면서' 세상을 본다. 


책을 받자마자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까만 눈동자가 귀여워 서둘러 책장을 넘기며 책을 읽었는데 집 고양이는 심심할 틈이 없다. 온갖 창문을 통해 세상의 온갖 모습을 보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말하는데, 같은 내용의 반복 같지만 반복은 아닌 이야기를 읽다보면 정말 고양이는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창문, 모든 세상, 그 너머에 있는 것.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모두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평소 길고양이를 자주 만난다. 내 생활패턴이 있는 것처럼 고양이들도 생활패턴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은 그렇게 마주치는 고양이를 볼때마다 느낀다. 햇살이 좋은 점심 시간에 밥을 먹다보면 옆집 담장위로 걸어가는 고양이가 보이는데 그녀석은 대문옆 담벼락위에 누워 낮잠을 즐기려고 하는 것이고 식당 앞으로 어슬렁거리고 걸어가는 녀석은 식당앞에 놓인 밥그릇을 찾아가는 것이다. 길을 걷다가 고양이와 마주치면 잠시 멈칫하고 가만히 쳐다보곤 하는데 당황스러운 건 고양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가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쳐다보다가 급하게 주차된 차 밑으로 도망가버린다. 저 뒤쪽으로 나와야 할 고양이가 모습을 안보여 살금살금 차 뒤로 가보면 차 뒤쪽 공간에 드러누워 편히 쉬고 있는 녀석을 발견할 때가 있다. 나를 보고 도망간 것이 아니라 원래 고양이가 드러누워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던 장소였나보다.


내가 보던 고양이의 모습처럼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고양이 역시 관찰자라는 것을 그림 표현으로 잘 말해주고 있는데 대충 그려넣은 것 처럼 보이는 그림이 또 귀여워 책장을 넘기는 것이 재미있다. 고양이가 보는 수많은 창문과 풍경과 이야기들처럼 그림도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처음 책장을 넘길때는 잘 몰랐는데 한번 더 펼쳐보니 그림이 훨씬 더 귀엽다. 특히 마지막 장에 그려진 찡긋 하고 웃어보이는 고양이성의 모습은 보고 또 봐도 귀여움이 넘쳐난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고양이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의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는 놀이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봤는데... 이건 내가 해봐도 재미있겠는걸? 고양이는 다 알아? 에 대한 답을 그림으로 그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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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이면 충분하다.
내가 나 자신일 수 있게 하는 사람, 나 자신.

뻔한듯하지만 뻔하지는 않은 짧은 이야기. 그런데 언제부터 중편정도의 소설책 한 권 가격이 이리 비싸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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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를 쓰는 것 역시 책 한 권을 편집하는 것과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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