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딸의 기억은 잎이 달린 당근과 딸기 아이스크림이 전부일것이다. 할머니가 우리를 들여보낸 그 흙이 고운 밭은 전쟁이 끝난 후 할머니가 다시금 일구어낸 보금자리다. 그것을 딸에게 어떻게 가르쳐 주면 좋을지 생각하다 결국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지형이 바뀔 만큼 폭탄이 쏟아지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하나둘씩 죽어 가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아이와 자신은 늘 함께 있을 거라고 말한 뒤 죽은 엄마가 있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굶주림과 공포로 인해 생리가 멎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할머니는 그 모든 일을 경험한 뒤 다시 한번 그곳에서 땅을 일구어 살아왔다는 것을 딸에게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눈을 부릅뜨는 딸에게 전쟁은 까마득히 먼 옛날에일어났고 이것은 옛날 옛적 이야기라고 나는 언제쯤 딸에게 말해줄 수 있을까.
딸과 함께 반짝이는 수면 위를 나는 물총새를 보러 가서 이곳은 매우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이고 지금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자연호 속에서는 물이 끊임없이 솟아나고 있을 테니 후카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 없다고 나는 언제쯤 딸에게 말해 줄 수 있을까. 6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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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역사에서 우리의 역사를 보게되는일이 많기는하지만. 알고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그걸 느낄때마다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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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잘 모르겠어.

서시 일부,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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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 알림이 오지 않는다.
처음엔 댓글 알림이 없어 뭔가 좀 이상하다..,라고만 생각했는데 독보적 알림설정이 되어있는데도 아무런 알림이 오지않고있다.
혹시나싶어 설정을 확인했는데 하루 두번의 알림설정이 되어있는게 맞고.
요즘 뭔가 새로운 앱이 나왔던데 이제 북플의 시대를 꺾는것인지.
기술만 나아가고 제자리는 이제 도태되는것으로 느껴지고있으니. 오호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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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18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와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3-01-1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와서, 처음엔 드디어 핸드폰을 교체할 때가 온 것인가? 오해했어요ㅋㅋㅋ
곧 개선되겠거니~~ 기다려 봅니다.^^

2023-01-19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4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탄생하는 나의 분인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런나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당신을 나는 사랑한다. 그렇다면 우리가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이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지도 이해할 수있다. 그를 잃는다는 것은 그를 통해 생성된 나의 분인까지 잃는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그 사람과만 가능했던 관계도 끝난다.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은 다시는 그때의 나로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탄생하는 나의 분인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런나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당신을 나는 사랑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이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지도 이해할 수있다. 그를 잃는다는 것은 그를 통해 생성된 나의 분인까지 잃는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그 사람과만 가능했던 관계도 끝난다.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은 다시는 그때의 나로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그가 나의 모든시공간적 좌표, 즉 내 삶에 안정성과 방향성을 부여하는 틀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내 속에는 많은 내가 있다. 고통과 환멸만을 안기는 다른 관계들 속의 나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신과 함께있을 때의 내가 나를 버텨주기 때문이었다. 단 하나의 분인의 힘으로 여러 다른 분인으로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나에게 가장중요한 사람이 죽을 때 나중에 가장 중요한 나도 죽는다. 너의 장례식은 언제나 나의 장례식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탄생하는 나의 분인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런나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당신을 나는 사랑한다. 그렇다면 우리가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이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지도 이해할 수있다. 그를 잃는다는 것은 그를 통해 생성된 나의 분인까지 잃는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그 사람과만 가능했던 관계도 끝난다.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은 다시는 그때의 나로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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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의 눈 문학인 산문선 1
서정 지음 / 소명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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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의 초원에서 어린 낙타의 눈만큼 예쁜 것은 없다고 한다. 까맣고 동그란, 반짝이는 눈. 가장 빛나는 아이가 되리라는 부모의 염원이 담긴, 시원적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이름, 탄생의 빛과 죽음의 통곡이 묻어나는 이름. 뜨겁게 머물다 차갑게 떠나가는 방랑자의 이름. 이제 다시 찾은 오래된 새 이름"(33)


낙타의 눈,이라는 뜻을 가진 카자흐스탄의 그 이름은 '보타고즈'. 소비에트 시대의 마지막 세대이며 미국 가정을 꾸리고 사는 그녀는 "가족 구성원 사이에 흐르는 암묵적 가치 또한 소련과 미국 사이에서 널을 뛴다(32)고 하는데 사실 딱히 와 닿지는 않는다. 조선족이나 고려인을 보면 그저 낯설기만 할 뿐인데 내가 소련을 안다고 해도 그 시대를 살아간 소련인들의 삶을 어찌 알 것인가. 그런 생각의 한편으로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글 중 하나가 자장가이다. "어떤 세대 혹은 시대를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김윤식 선생이 정지용의 예를 들어 '그것이 일본 것이니까 삼가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지적 폭력인지 모른다. 자장가를 불러야 될 자리에 저도 모르게 일본 군가를 불러버리는 경우도 사정은 같다. 그의 세대엔 유년기에 부른 노래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80) 라는 글을 읽으며 어머니가 살아왔던 시대속에서 어머니를 이해하려 하지 않은 내 모습에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낙타의 눈을 읽으며 가벼운 여행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단면을 통해 사유한 느낌을 적어내려간 글이다. 그래서 순간 멈칫 하게 되지만 낯선 듯 낯설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이 또 다른 사유를 하게 만들어 좋다. 

러시아 연방과 그 국경지역의 독립국가, 유럽뿐 아니라 남미의 곳곳을 다니며 우리에게는 낯선 미술가의 이야기도 좋았는데 특히 핀란드의 화가 헬레네 쉐르벡의 그림들은 인상적이었다. <성모마리아 엘 그레코를 기리며> 라는 작품은 간결해보이지만 자꾸 눈길이 간다. "슬픔에 빠져 있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삶을 수놓는 여인들의 모습이 그녀의 그림 속에서 빛난다"(134)

핀란드는 화가 이야기만이 아니라 공공건축가 등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있지만 그래도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는 공공도서관, 특히 동네 도서관이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서일 것이라며 여러 언어로 된 외국어 도서가 상당수 비치되어 있다는 것은 살짝 부러운 이야기이다. 

그러고보니 벨라루스인가 카자흐스탄에서인가, 러시아인가. 한국에서는 공무원의 비리가 횡령을 통해 형편없는 화장실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그곳에서는 화장실을 만든다고 돈을 받지만 화장실의 실체는 없다던가. 어디를 가나 물질적인 욕심과 그에 희생당하는 것은 힘없는 이들뿐임을. 그런데 실체조차 없는 것보다는 형편없지만 그래도 화장실이 있는 것이 나으려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기는 하네.


벨라루스에서 시작해 러시아, 핀란드를 지나 남미에서의 여행은 문화유산뿐만이 아니라 역사와 경제와 문화가 맞물리는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쿠스코의 검은 예수 이야기. 볼리비아의 마녀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원주민의 신년축제 알라시타, 완전한 물질의 축제에 대한 이야기들 역시 체 게바라가 추구한 이상향과는 상관없이 자본주의 사회에 시장논리로 이용되고 있는 것과 같이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여행 산문집 낙타의 눈은 한꼭지 한꼭지 읽다보면 많은 생각에 빠져들지 않더라도 또 다른 그곳의 모습과 사람들의 삶과 그들을 바라보는 저자와 그를 통해 보게 되는 또 다른 나 자신의 모습이 슬며시 나오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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