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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 수업
정구학 지음 / 헤이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을 제대로 떠올려보지 못하고 있다. 그저 생각나는 것은 '산책'뿐.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수업이라는 부제가 오히려 더 어울리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을 읽다보니 역시 핵심 키워드는 '산책'같다. 특히 뇌과학자인 조장희 선생님은 머리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어서 더 마음에 남는다. 머리를 좋게하는 음식도 있을 수 없다며 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오로지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늘 피곤하다고 틈만 나면 드러누워 있으려는 나보다 오히려 연로하신 어머니가 더 체력이 좋다고 느꼈었는데 정말 어머니는 쉼없이 몸을 움직이시는 분이시라는 걸 깨닫는다. 요즘은 가끔 덧셈이 틀리기도 하지만 한달 생활비 지출을 기록해놓고 암산으로 덧셈을 하시는 걸 보면 대단하다 싶었는데 비밀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었는가보다. 이것이 이 인생 수업의 핵심 주제는 아니지만 아무튼.
문학평론가 이어령 선생님을 빼면, 아니 최근들어 한번쯤 들어본 것 같은 천문학자 이시우 선생님도 빼면 다른 분들의 이름은 좀 낯설다. 천문학 역시 그리 낯설지는 않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책에서 인터뷰를 한 선생님들은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거의 처음 길을 개척하며 인생을 살아오신 분들임을 알 수 있고 그것은 전문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애안에서 배움과 삶이 일치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칸트철학자 백종현 선생님의 이야기이다. 늘 한결같다,는 느낌보다는 너무 시곗바늘같은 규칙에 나와는 정반대야 라는 생각뿐이었던 칸트에 대해 한결같음의 의미가 더 커졌다. 이성적인 시대가 가고 니체 이후로 감섬시대가 되었다,라는 말만 들으면 오히려 더 나은 시대가 된 것이려나 싶었었는데 - 철학을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그렇다 - 자신의 주관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갖고 인간에 대해서는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지녔다는 칸트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려니 정말 칸트가 궁금해진다.
늘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산책한 칸트로 인해 칸트의 철학길이 생겼다고 하는데 그 철학길을 걸어보고 싶은 것은 그냥 여행에 대한 호기심일 뿐이고 이 책에서 인터뷰한 천문학자, 뇌과학자, 의철학자, 칸트철학자, 경영과학자, 문학평론가 선생님들과의 산책길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다. 물리적으로 동행하는 산책도 있지만 6분의 선생님들이 자신의 인생산책길을 꿋꿋이 걸어오신 그 길을 살펴본 것이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세상을 더 넓혀보게 된다. 사실 경영과학자,라는 말은 쉽게 와닿지 않았는데 내가 백,만큼의 일만 하고 백을 받으려고 할 것인지 백 이상의 일을 하고 신뢰를 받으면 그에 대한 백 이상의 보상이 올 것이라는 것은 최근 내가 그러한 보상을 받아서 그런지 부정할수가 없어서 더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제는 나 역시 내가 걸어 온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이 '한결같음'으로 올곧게 나아갈 수 있기를. 비교하거나 비교되어지는 삶이 아니라 나 그 자체로 인정하고 존엄을 가질 수 있으며 타인에게도 또 그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