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시작했고, 누가 정당한지 같은 논리적 사고는 질실할 것 같은 공포와 증오 앞에서 모든 의미를 상실했다. 모두가 복수를 원했다. 공포는 증오를, 증오는 공포를 키우고 있었다. 191



나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장애가 있는 그 아이가 뭘 하려는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갈매기 대학살이 있었던 날, 그 아이가 땅바닥으로 허리를 숙였다. 일어났던 장면이 내 눈앞에 그려졌다. 그때는 이런 행동에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았었지만, 이젠 알 것 같았다. 그 아이느 ㄴ갈매기의 알을 구하고 있던 거였다. 그 알을 아무도 모르게 닭장으로 옮겨서 닭이 품도록 했던 것이었다.

'인간이란 얼마나 묘한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되다니. 2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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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자네는 지금 게으름으로 인하여 가장 힘든 삶 속으로 이끌려 들고 있네. 아! 자네가 스스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건달이라고천명하다니! 일할 준비를 하게 무시무시한 기계 하나를 본 적이 있는가? 압연기라고 하는 기계라네. 조심해야 할 기계라네. 몹시 음흉하고 사나운 기계지. 누구든 그 기계에 옷자락 하나라도 물리는 날이면, 온몸이 기계 속으로 끌려 들어가지. 그 기계가 곧 게으름이라네.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때 자네를 단단히 붙잡아 피신하게! 그러지 않으면 끝장일세. 얼마 아니되어 자네는 톱니바퀴 속에 들어가있을 걸세. 일단 걸려들면 희망이 없네. 게으른 자들에게는 고통밖에 없네! 더 이상 휴식은 없네 무자비한 노동의 강철 손아귀가 자네를 움켜잡을 걸세. 먹을 것을 벌고, 종사할 일을 가지며, 의무를 이행하는 것 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다른 사람들처럼 사는 것이싫다는 말이지! 그럼 좋아! 자네는 다른 처지에 놓이게 될 걸세. 노동은 곧 법일세. 그것을 권태롭다고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형벌로 그것이 주어질 걸세, 자네가 노동자 되기를 원치않을경우, 자네는 노예가 될 걸세. 노동이 자네를 한 손으로 놓아주는 것은, 다른 손으로 자네를 다시 잡기 위함일세. 자네가 그것의 친구 되기를 원치 않을 경우, 그것의 검둥이 노예가 될 걸세. 아! 자네가 많은 사람들이 감당하는 정직한 피곤을 마다한 대가로, 자네는 저주받은 사람들의 땀을흘려야 할 걸세. 다른 이들이 노래할 때 자네는 헐떡거릴 걸세. 자네가 멀리에서, 까마득한 저 아래에서,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쳐다보노라면, 그들이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걸세. 밭갈이하는 사람, 수확하는 사람, 대장장이 둥이, 낙원에 들어가 지극한 복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처럼 찬연한 빛으로 감싸인 듯 보일 걸세. 대장간의간의 모루에서 작열하는 빛이 얼마나 찬연한가! 쟁기로 밭을 갈고, 곡식의 이삭을 다발로 묶는 일이 곧 기쁨이라네. 바람을 받아 자유롭게떠다니는 작은 배, 그것이 곧 축제라네! 그러는 동안 게으른 자네는곡괭이질 하고, 끌고, 구르고, 한없이 걸어야 할 걸세! 자네의 목에걸린 굴레를 끌어야 하니, 자네는 지옥의 길마 진 짐승일세! 아! 아무일도 하지 않는 것이 자네의 목표라니! 그러면 단 한 주간도, 단 하루도, 단 한 시간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할 걸세. 극도의고통을 감내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들어 올릴 수 없을 걸세. 어느 한순간도, 자네의 근육이 우지끈 소리를 내지 않고는 흐르지 않을 걸세. 다른 이들에게는 깃털에 불과한 것이 자네에게는 거대한 바위처럼 무거울 걸세. 지극히 간단한 것들이 절벽처럼 보일 걸세. 자네를둘러싸고 있는 삶이 괴물로 변할 걸세. 가고 오고 숨 쉬는 것조차 무서운 고역이 될 걸세. 자네의 허파가 일백 리브르의 중량에 짓눌린 것 같을 걸세. 15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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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잖아, 내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 못 하는 것 말이야!"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그 순간 내가 해야만 한다고 느꼈어."
실패로 막을 내린 마지막 민중항쟁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열사가내가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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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마지막달의 첫날이다.

책 읽을 시간에 책 사고싶은 마음이 더 커 장바구니를 뒤적거리다 결국 잠시 멈췄다.
책을 읽기 위해 사려는걸까, 습관적인걸까, 굿즈를 사려는걸까.
적립금때문에 책 한 권 고르려다가 연말이라 굿즈 생각이 나서 또 책바구니 뒤적거리다 이 지경에 이르렀다. 책을 들일수있으려나. ...

12월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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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2-02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2월이 위험하다. ㅎㅎ 소개된 책들 보니 저도 위험요.

chika 2022-12-03 07:35   좋아요 0 | URL
굿즈를 들일 생각에 책 배분을 하는 중입니다. 집에서 에스프레소 안마시는데 어느색이 나은가 고민하고 있는게 좀 웃깁니다마는. ㅎ

2022-12-02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3 0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래하는 한국사 - 시와 노래로 만나는 우리 역사 푸른들녘 인문교양 40
조혜영 지음 / 푸른들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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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 윗집 사이에 울타리는 있지만

기쁜 일 슬픈 일 모두 내일처럼 여기며

서로서로 도와가며 한 집처럼 지내자

우리는 한겨레다 단군의 자손이다


이 가사를 보며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는 사람은 이 노래의 의미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노래 제목이 뭐였더라? 하며 찾아보니 노래 제목은 '서로서로 도와가며'이다. 제목이 놀랍지는 않은데 이 글에 누군가 달아놓은 댓글이 놀랍다. 아랫집 윗집 사이에 울타리가 어떻게 있냐고 묻고 있었는데 이 노래의 의미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이 분명하다. 울타리는 38선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마지막 줄 가사의 의미가 더 뚜렷해질텐데 통일의 당위성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그 의미마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시작하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한두가지의 설명만으로 이 노래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노래하는 한국사'는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대의 노래와 현대사는 없지만 고대의 공무도하부터 시작해서 해방이후의 노래까지 노랫말을 통한 당대의 역사이야기를 하나의 연극무대처럼 풀어설명해주고 있는데 각 무대의 마지막에 '커튼콜' 코너에서 생각해볼만한 토론주제를 제기해주고 있다. 각 무대마다 중고등학교의 교과과정 부분과 연결하여 함께 보면 좋다는 언급도 있는데, 교사나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읽어나가며 역사를 배우고 역사속 사실을 분석하는 관점을 갖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은 것 같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노래와는 달리 뜻밖의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는 <정읍사>는 특별히 끄집어내고 싶다. '어긔야 어강도리 아으 아롱디리'라는 후렴구때문에 익숙한 느낌이지만 이 노래가 담고 있는 것은 남편만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어버린 여인의 이야기라 수동적인 여성의 삶에서 무엇을 이야기할까 싶었는데 왕비가 새로운 왕을 결정한 고구려 고국천왕의 왕비 우씨,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한 평강공주, 신라의 선덕,진덕,진성여왕 그리고 백제의 평범한 백성 도미의 아내가 왕권에도 굴하지 않고 지혜롭게 가정을 지켜낸 이야기를 말하며 고대의 여성이 순종적인 삶만을 살지는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노래가 그 시대성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그 시대의 모든것을 말해주지는 않는 것임을 또한 기억해야할 것 같다.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는 여러 단서들 - 이 책에서는 노래를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인데 내용자체가 어렵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고대의 노래는 학창시절 고전문학수업을 통해 익숙한 노래들이고 (또한 가수 이상은의 '공무도하'앨범을 통해 더 익숙하기도 한 가락이기도 해서) 조선시대의 시조 역시 익숙한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근현대로 오면서 오히려 더 모르는 노래가 많다. 근현대사를 배울 기회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일제강점기 이후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정치 이념과 사상으로 인해 현대사는 더더구나 개인적인 관심없이는 역사적 사실에 접근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그러니 한국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거나 역사적 사실과 의미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부모에게는 이 책이 접근하기 좋을 것이라 추천하고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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