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말하기 슬픈 일이지만, 그는 자기의 불행을 초래한 사회를 심판한 다음, 그 사회를 만든 섭리를 심판하였다.
그리고 섭리를 단죄하였다.
그렇게, 고문과 노예 생활로 점철된 그 십구 년 동안, 그 영혼은 상승과 추락을 병행하였다. 그 영혼 한쪽으로는 빛이 들어갔고, 다른 한쪽으로는 암흑이 들어갔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쟝 발쟝은 천성이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도형장에 처음 도착하던 무렵만 해도 그는 아직 착했다. 그곳에서 사회를 단죄하면서 자신이 냉혹해짐을 느꼈고, 섭리를 단죄하면서 자신이 반종교적으로 변함을 느꼈다.
이제 잠시 숙고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천성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렇게 완전히 변형되는가?
신에 의해 착하게 창조된 인간이 인간에 의해 악해질 수 있을까? 영혼이 운명에 의해서 통째로 개조될 수 있으며, 몹쓸 운명으로 인하여 악해질 수 있을까? 심정이, 너무 낮은 천장 밑에 사는 사람의 척추처럼, 균형 잡히지 않은 불행의 압력에 눌려, 기형으로 변하고 추함과 치유 불가능한 불구를 얻어 지닐 수 있을까? 모든 인간의 영혼속에, 특히 쟝 발쟝의 영혼 속에, 이 세상에서 부패할 수 없고 저 세상에서 영원히 죽지 않으며, 선이 감싸 되살려 불꽃이 일어나 활활타며 찬연히 빛나게 할 수 있는, 그리고 악이 결코 완전히 꺼버릴 수없는, 최초의 불티, 그 신성한 요소가 없을까?
심각하고 불가해한 질문들이다. 특히 마지막 질문에는 어느 생리학자든, 뚤롱에서, 장 발장에게는 몽상의 시간이었던 휴식 시간에,
질질 끌리지 않도록 쇠사슬의 끄트머리를 호주머니에 깊숙이 처박고, 팔짱을 낀 채 권양기의 막대 위에 걸터앉은 음울하고 심각하며 말없이 생각에 잠긴 도형수, 인간을 노한 얼굴로 바라보는 법률의 구박덩이, 하늘을 냉혹하게 바라보는 문명에 의해 단죄된 그 도형수를 보았다면, 예외 없이 부정적인 대답을 할 것이다.
분명, 또한 그 사실을 구태여 감추고 싶지 않은 바, 그를 관찰한 생리학자는 그에게서 회복할 수 없는 비참함을 보았을 것이고, 법률로부터 말미암은 병에 시달리는 그 환자를 불쌍히 여겼을 것이되,
그러나 치료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는 그 영혼에게서 언뜻 본 캄캄한 동굴로부터 시선을 돌렸을 것이다. 또한, 지옥의 문앞에 도달한 단떼처럼, 신이 모든 사람들의 이마에 써놓은 ‘소망‘
이라는 단어를, 그 도형수의 삶에서 지워버렸을 것이다. 145





무자비한 것이, 즉 사람을 멍청하게 만드는 것이 지배하는 그러한고통의 속성은, 일종의 우둔한 변모 과정을 통해, 하나의 인간을 짐승으로 서서히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때로는 사나운 짐승으로도 변화시킨다. 쟝 발쟝의탈출시도, 연속적이고 고집스러웠던 그 시도가, 인간의 영혼에 법이 야기한 그 기이한 변화 작용을 입증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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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마음을 읽는 법] 영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인 동시에 생각과 삶을 담는 그릇이기도 하다. 사전과 번역기는 independence를 독립이라고 풀이하지만 한국인의 독립과 미국인의 독립은 다를 수밖에 없다. 말의 의미는 언제나 사전 바깥에서 새롭게 구성된다. 외국어는 단지 '도구'일 수 없다. 저자는 외국어를 정복하려는 욕망을 새로운 생각과 감정의 생태계에 대한 희망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 책들 중 읽은 건 흑뢰성. 어째 책읽기는 소설과 에세이로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나마도 치우쳐져있는 듯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다. 도서관활용이나 구입을 하는 것도 그리 큰 문제는 없겠..아니, 문제라고 표현하면 공간의 문제가 떠오르니 그 표현은 맞지않는것이다.


아마도. 김영하북클럽이달의 도서가 심윤경작가의 나의 아름다운할머니,일 것이다. 이 책 사야하는데,하고 있다가 급 망설이고 있다. 북클럽을 함께 하는 것도 아닌데 그에 맞춰 내 독서계획을 수정할 생각은 별로 없는데 무턱대고 책부터 구입했다가 읽지않고 쌓아둔 책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지금 책상정리를 하다가 쌓아둔 주간지를 꺼내들고 신간소개를 보면서 이렇게 읽어볼책을 뒤적거리며 찾아내고 있으니 이 가당찮은 욕심을 어찌할 것인가. 









[고전의 쓸모]

인의를 해치는 자는 왕이 아니라 하찮은 놈이니 죽여라. - 맹자


[쇼아] 

1985년 클로드 란츠만 감독은 영화 쇼아를 발표한다. 9시간이 넘는 러닝타임동안 독일 나치가 유대인을 끌고 와 집단으로 몰살시켰던 수용소에서 일했던 사람, 목격했던 사람, 살아남은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트레블링카 집단처형장에서 이발사로 일했던 생존자 아브라함 봄바는 자신의 고향에서 끌려온 이웃들을 마주한 장면에서 말을 끊는다. 너무 잔인해서 더이상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는 그에게 감독은 여러차례 부탁한다.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꼭 필요한 이야기예요. 부탁드려요. 힘들어도 해야하는 일이라는 거 아시잖아요" 556분에 걸친 대화가 고스란히 활자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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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뮤지컬 - 전율의 기억, 명작 뮤지컬 속 명언 방구석 시리즈 1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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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에서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은 쉽지 않다. 뮤지컬을 본 것 자체가 손에 꼽을만하며 오래전에 그 유명한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버전이 공연된다고 해 일부러 휴가를 받고 관람을 갔던 기억이 있다. 무려 비행기를 타고 갔으니 티켓값보다 더 비싼 교통비를 들이기는 했지만 예약을 받아주던 직원이 정말 친절하게 좌석의 위치를 설명하면서 내가 원하는 뮤지컬 관람에 최적의 자리를 찾아주려고 하고 있는데 통화하는 사이 마침 vip석 바로 옆자리가 예약취소됐다며 그 자리를 권해줘서 한단계 낮은 좌석등급으로 브이아이피 기분을 느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자리가 왜 그리 비싼것인지는 현장에 가서 알 수 있었는데 오페라의 유령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첫장면에서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그 샹들리에가 우리 머리 위를 지나쳐 무대로 떨어졌는데 관람객에서 터져나오는 찐 비명소리와 놀람이 무대의 현장과 더해져 실감나는 관람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경험은 실제 관람을 하지 않고는 체험할 수 없는 것일것이다.


하지만 뮤지컬 공연이 있다고 늘 관람을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한국어 버전도 많이 공연된다고는 하지만 외국공연팀의 공연을 볼 기회가 생길수도 있으니 뮤지컬의 내용을 미리 알고 있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방구석 뮤지컬은 나중을 기약하며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에 좋은 책이지 않을까.

뮤지컬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설명하고 그 내용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주고 있다. 사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뮤지컬에 삽입된 노랫말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 찾아보면 우리말 번역을 알수도 있겠지만 뮤지컬의 내용과 흐름에 맞게 적절히 배치되어있는 노랫말을 읽고 있으면 한편의 드라마나 연극과는 달리 온갖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노래의 선율이 울리는 것 같아 한편의 뮤지컬이 그려지고 있어 좋았다. 


각 꼭지마다 큐알코드가 있어 소개하고 있는 뮤지컬의 넘버곡을 바로 링크시켜주고 있는데 그걸 핑계로 뮤지컬 곡들을 이어서 들어보게 되기도 해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래도 큐알코드를 넣는다면 기본적인 뮤지컬의 공연 정보도 넣어주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맘마미아가 영화장면으로 연결이 되면 레미제라블도 영화일까 싶었는데 25주년 기념 공연 장면으로 연결이 되었다. 뮤지컬공연은 똑같은 공연이 있을 수 없겠지만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공연이라거나 배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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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동네책방들의 숨겨진 스토리를 알아가다 보니, 언젠가 책방을 열고 싶다며 쉽게 말하고 다닌 나의 얄팍한 꿈이 부끄러워졌다. 책방을 여는 일은 생각보다 쉬울지 모르지만 책방 문을 열린 상태로 계속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수익을 내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동이 끝도 없이 이어져야 한다. 이 무거운 현실을 등에 진 동네책방 주인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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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 : 어둠의 날 기묘한 이야기
애덤 크리스토퍼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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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 어둠의 날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의 공식 소설버전이다. 넷플릭스의 이야기를 본적은 없지만 '기묘하 이야기'라는 것에 관심이 발동한다. 부제 '어둠의 날'은 부정적인 의미의 어둠을 떠올렸는데 실제 1977년 7월 14일 뉴욕의 대정전 사태가 배경이 된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기묘한 이야기는 80년대 인디애나주 호킨스 마을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건들을 다룬 드라마,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소설버전은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쓴 글이 아니라 드라만와 이어지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호킨스마을의 경찰서장 짐 호퍼가 한때 마을을 떠나 뉴욕에서 강력팀 형사로 재직하고 있는 시절 겪은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했던 경험을 양녀 엘에게 이야기해주는 형식을 띄고 있다. 염력을 가진 소녀 엘과의 기이한 체험 이야기가 나오려나 했는데 예상치 않은 강력범죄 사건의 시작이었는데 그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어린 딸에게 크리스마스 전날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연쇄살인의 이야기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지만 왠지 경찰서장과 염력소녀와의 대화에서는 그리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 84년의 크리스마스 시점에서 나누는 이야기에서는 어른으로서 또 아빠로서 어린아이에게 들려줘도 될 이야기인지 고민하는 부분도 나오는데, 나는 드라마에서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한다면 정말 훌륭한 드라마이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어린 딸을 안심시키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호퍼는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무사하며 또한 그의 동료인 파트너 델가도 역시 잘 지내고 있다는 결말의 스포일러가 있다는 것은 살짝 김새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지만.


강한 호기심을 가진 어린 엘의 물음에 대해 답을 찾다보면 어느새 77년의 뉴욕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문제들을 떠올리게 된다. 

제이콥 휠러 살인사건의 현장에서 발견된 카드 한 장으로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연쇄살인 사건으로 전환되는데 재정난으로 인한 인원감축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정의감에 불타는 뉴욕의 형사들은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통보를 받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경찰서내 제이콥 휠러 사건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갖고 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 제이콥 휠러가 갱단에 잠입한 국가기밀 특수요원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신변보호를 요청하며 경찰서로 찾아 온 소년 리로이를 통해 뉴욕의 갱단 내 수상한 움직임이 있음을 감지하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


리로이와 마사의 등장이 좀 작위적인 느낌이기도 하지만 나른한 오후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부담없는 소설로는 딱 어울린다. 84년의 이야기라면 그리 나쁘지 않은데 21세기에 읽는 범죄 이야기로는 좀 옛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에 대한 정의와 필요는 21세기에도 여전할테니. 

˝그래, 내 직업은 위험할 수도 있어. 하지만 내가 경찰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건 그게 위험한 일이기 때문만은 아니야. 나는 사람들을 돕고, 보호하고 싶어서 경찰이 됐어.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도 있거든. 좋은 사람들은 진심으로 원하면 좋은 일을 할수가 있어. 그러다 약간 위험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말이야. 내가 경찰이 되고 싶었던 건 그래서였어. 위험을 다룰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 살고 싶어서.˝(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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