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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평점 :
건담 싸부,는 화교 요리사 두위광의 일대기라고 말할 수 있다.
오랫만에 짱짱한 짜임새가 있는 소설을 읽고 그 느낌을 담아두고 나 혼자만 알 수 있는 포인트에서 감동을 느끼고 잠시 머리를 식혔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도록 그 뒷문장이 따라오지 않아 큰일이다. 이 좋은 느낌을 잘 정리해 전달하고 싶은데 내 능력으로는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우리가 알고 있는 로봇 건담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대식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건담은 두위광의 아명이기도 하고 그의 중국요리집 상호이기도 하다. 한때 화려한 명성을 얻으며 요리를 선보이던 건담은 두위광이 갖고 있는 요리철학만을 고수하며 주방을 장악하고 손님들에게도 자신의 요리철학만을 강요하다보니 차츰 쇠락의 길을 걸으며, 숨은 고수 주방장이 있다는 소문이 돌지만 옛단골들만 가끔 찾는 동네 작은 중국음식점이 되었다.
하지만 두위광의 요리는 최고라 할 수 있어서 그의 요리를 배우려는 부주방장 원신을 비롯하여 여러 등장인물들 각자의 사연이 나오고 건담의 성패와 폐업, 변화와 재건을 하는 과정에서 건담에서 일하는 인물들 각자의 이야기들이 쌓여 '건담 싸부'를 이야기하고 있다.
뭔가 치매에 걸린 듯 넋을 놓고 주방에서 자꾸만 웍을 놓치고 주문마저 까먹는 싸부, 4년이 넘게 싸부를 모셨지만 절대 요리 비법을 배우지 못한 원신의 반발, 요리를 배워보겠다고 왔다가 홀매니저가 된 엘리트 창모, 요리계의 엘리트 본경과 나희의 이야기까지 등장인물 각자의 인생역경이 건담과 두위광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싸부 두위광은 꼰대처럼 되어가고 있을뿐이었다. 그래서 결국 미슐렝의 별을 받고도 폐점으로까지 가게 된다. 이후 건담의 운명은...
반전의 반전의 반전같은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데 그 모든 이야기가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요리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성장을 이뤄나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 더하여 음식에 진심인 이 소설은 재료에 대한 설명과 음식에 대한 설명, 맛표현이 요리과정을 직접 보며 완성된 요리를 직접 맛보는 듯한 섬세함이 있다.
요리는 그 기본바탕이 그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사람을 위한 것이며, 요리에는 기본과 설레임이 있으며 요리를 한 노동의 결과는 맛있는 음식으로 늘 보상을 받는다고 말한다.
건담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지만 이들 모두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치매에 걸리고 음식맛과 향조차 못느끼게 된 두위광 싸부가 과연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지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누구나 태어나면서 받아 든 인생의 지도. 출발점과 종착지를 연결하는 길 하나가 전부인 그 지도에는 축적 표시가 없다. 종착지까지 어떤 길을 그려도 내 맘. 가다 마는 것도 내 맘대로다. 돌아가도 짧아지고 질러가도 길어지는 변수 천지의 길. 그 요지경 속에서 별사람을 만나고 별별 곳에 간다."(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