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 특서 청소년문학 28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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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소설의 주제로 낯설지 않은 타임슬립과 관련된 청소년 대상 판타지 소설인가 싶었다. 오랫만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일까 싶었는데 의외로 내용이 전개되면서 마음 한구석을 울리는 사건들이 연계되어 나타나 판타지 타임슬립이 아니라 역사 속의 과거 이야기가 어떻게 현재가 되고 미래를 만들어나가는지 새삼 생각해보게 한다.


열일곱 소녀 박선은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생리를 하지 않아 병원을 다니고 있다. 병원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이 은근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야기의 시작이 왜 고등학생 소녀의 생리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을까 싶었는데 그 모든것이 리틀보이, 그러니까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영향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모든 것이 다 연결이 되기 시작한다. 


어느날 갑자기 박선에게 나타난 하얀고양이는 시간여행 가이드라고 소개하며 노란고양이로 변한 박선을 데리고 시간여행을 떠나기 시작한다. 시간여행은 그 의미를 알수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박선의 사촌 신해 역시 하얀고양이와 시간여행을 했었으며 분명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까지 하고 있어서 시간여행의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증을 갖게 한다. 시간여행은 가족에 한해 과거의 시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직접적인 그 사람의 시선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어느 시간에 머문 사람들과 사건을 보여주면서 의뢰인의 부탁대로 시간여행을 할 뿐이라고 한다. 시간여행 가이드인 하얀고양이의 정체와 의뢰인의 정체, 시간여행이 거듭되면서 한조각씩 따로 떼어진 시간여행이 퍼즐맞추기처럼 전체적인 과거의 역사를 그려내게 되었을 때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의 아픈 역사이고 현재진행형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나 역시 피폭피해가 3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그들의 아픔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것에 좀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원자폭탄이 터지고 조선인뿐 아니라 일본인들의 피해도 컸으며 그로인한 고통과 후유증이 크다는 것은 알았지만 일제강점기때 징용되어 끌려간 조선인들이 이중삼중으로 고통받고 지내다 살아남았지만 고향에서마저 환영받지 못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아픔일지....


모든 의문이 풀리고 박선과 신해가 화해를 하고 부모님과 할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시간여행 가이드인 하얀 고양이의 정체도 밝혀지는 것으로 이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 소설은 끝을 맺게 되지만 - 이 이야기를 읽은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원폭이 일본에 떨어졌지만 그 피해는 수많은 조선인들에게도 남아있고 그에 대한 언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의 역사인식은 거슬러올라가 제대로 알아야하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의 현재이며 미래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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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태어나면서 받아 든 인생의 지도. 출발점과 종착지를 연결하는 길 하나가 전부인 그 지도에는 축적 표시가 없다. 종착지까지 어떤 길을 그려도 내 맘, 가다 마는 것도 내 맘대로다. 돌아가도 짧아지고 질러가도 길어지는 변수 천지의 길. 그 요지경 속에서 별사람을 만나고 별별 곳에 간다. 188

차를 우릴 때처럼, 빵과 떡 역시 완성되기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맛이 날까… 문득, 답이 떠오른다. 나는 왜 요리하는가? 요리에는 기다림과 설렘이 있다. 나를 진정시키고 또 가슴 뛰게 한다.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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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은 그런 지섭의 얼굴을 한동안 쳐다보고 있었다. 묘하게도 그의 얼굴은 고양이 눈으로 보았을 때랑 인간의 눈으로 보았을 때가 다르다. 대체 뭐가 다르냐고, 자세히 말 좀 해보라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다양한 색깔이 드러나지 않았을 때, 그럴 때가 물가에 있는작은 바위처럼 그의 모습이 단아하고 단단해 보인다.
사실 고양이한테는 누군가의 잘생기고 화려한 겉모습이 중요하지 않다. 인간의 눈처럼 상대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지않고 약간 흐릿하게 보이니, 고양이는 상대의 얼굴을 보고 어떻게 대할지 판단하지 않는다. 소리나 냄새 같은 내면의 표정들을 더 신경 쓴다. 그만큼 겉모습에 휘둘릴 가능성이 적어진다. 그런 측면에서 고양이는 인간보다 훨씬 순수하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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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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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이라는 단어들에서부터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지 짐작이 된다,라는 생각을 했다. 딱히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떠올리지는 않지만 여성, 유색인종, 노동자계급을 말하고 있다면 아니, 여기에 성소수자라는 것까지 더해진다면 영락없이 저 밑바닥에서 짓밟히고 있는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떠올릴수밖에 없다. 


이 책은 미국의 인권운동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앤절라 데이비스의 "개인의 정체성은 다양한 사회적 측면들이 중첩되고 상호작용하여 규정된다는 '상호교차성 개념을 다룬 책으로 미국의 노예제 반대와 흑인여성 인권 운동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노예제 반대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여성의 참정권에 대한 언급을 할 때 노예제 반대와 상충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앤절라 데이비스가 말하는 상호교차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급투쟁과 인권을 위해 앞장서는 이들이 성소수자들과는 거리를 두었던 20세기의 이야기가 19세기에는 노예제 반대운동과 맞물리는 남성흑인들의 투표권이 여성 투표권 쟁취 - 흑인뿐만 아니라 백인여성의 투표권까지 포함한 권리를 얻기 위한 투쟁이 똑같을 수 없었던 것을 말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인권운동의 역사를 읽는 느낌이기도 했고, 노예에서 벗어난 흑인 여성들의 삶이 산업화 시기에 공장노동자 - 이들 역시 최하위층이기는 했지만, 그들보다도 더 밑에 자리하고 있는 가사노동자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던 시기의 이야기는 유독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처럼 읽히기도 했다. 

변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성에 비해 차별받는 여성, 같은 여성이지만 백인여성에 비해 차별받는 흑인여성, 같은 흑인여성이지만 부유한 흑인여성에 비해 차별받는 가난한 노동자계급의 흑인 여성을 생각하면 차별의 강도가 똑같다고 할수는 없을 것이다. 

여성 인권 운동에 대해 노예제 반대의 역사에서부터 계급과 인종으로 확대되며 흑인 여성의 클럽운동, 공산주의와 참정권 운동의 역사까지 아우르고 있는데 출산통제와 재생산, 가사노동과 노동자계급에 대한 언급까지 현재진행형으로 볼 수 있는 쟁점들에 대해서는 여럿이 함께 토론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전에 학생운동을 하던 선배가 회의에 가면 유일하게 여성참가자일때가 많은데, 진보적인 친구들 사이에서도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의를 위한다며 그런 추문은 소리소문없이 묻히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물론 지금이라면 결코 그럴 수 없겠지만 민주화투쟁이 우선이라는 것에 여성인권이 미뤄졌다는 것은 앤절라 데이비스의 글을 통해 반복되는 역사를 보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또한 앤절라 데이비스의 상호교차성 개념을 시작으로 우리가 그에 대한 인식을 하고 인종과 계급에 따라, 각자의 위치와 처한 환경에 따라서도 차별에 대한 논의는 달라질 수 있고 무엇이 진정한 자유와 평등인지 생각하고 그를 위해 실천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 또한 과정이며 역사의 흐름이지 않을까. 그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흘러가게 할지는 또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일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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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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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린왕자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어린 내면아이를 만나 어린시절의 상처를 치유하고 잊고 있었던 좋은 기억들도 떠올릴 수 있게 해 주는 정여울작가의 에세이이다. 

몸에 밴 어린시절에 대한 성인자아와 내면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심리상담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낯설지않은 이야기인데다 몇번씩이나 읽어 익숙한 어린왕자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으니 더 친근하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조금은 가볍게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의 이야기라는 생각에 타인을 바라보듯 읽기 시작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읽어나갈수록 내 안의 내면아이가 꼬물거리며 같이 놀자고 나오는 느낌이었다.


정여울 작가는 자신의 내면아이에게 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성인 자아에게는 루나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두 자아의 대화를 통해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고 있다. 작가가 직접 번역한 어린왕자 이야기가 실려있고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는 물음과 각 장의 마무리를 해 주는 이야기로 구성된 열개의 주제가 담겨있다. 가족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왕따를 당한 기억, 어린시절의 불쾌한 기억이 지금 돌이켜보면 성추행과 같은 것을 당했음에도 가족이나 주위의 어른들이 그것을 방관했음을 이해할수도 없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 모든것들이 어린 시절에 겪은 것이며 오랜 시간이 지나며 기억이 흐릿해진다고 해도 그 상처들은 내면 아이에게는 전혀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니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잘못을 바로잡고 화를 내야하는 것에는 화를 낼수도 있어야하고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진다면 상처가 치유될 수 있고, '찬란하게 빛나는 내면아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서로의 기억이 다르고 같은 경험을 한 일이라해도 각자가 떠올리는 기억과 감정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괜히 서로의 상처를 헤집어 꺼내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내 안의 내면아이는 어린시절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니 상처의 치유가 필요하다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나도 조금씩 어린시절의 감정을 털어놓기도 하는데 언젠가부터 어머니가 어린시절 상처받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면 미안하게 됐다,는 말씀을 해 주시니 내 마음도 좀 풀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어린 왕자'를 읽으며 잊고 있었던 나의 내면아이를 만나게 되고 잊고 있었던 상처들도 떠올리게 되었지만 또한 좋았던 추억을 가진 내면아이를 만날수도 있었고 치유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어릴적의 나는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었지만 또 어쩌면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종종 내면아이와의 만남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구나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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