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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 ㅣ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평점 :
[여성, 인종, 계급]이라는 단어들에서부터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지 짐작이 된다,라는 생각을 했다. 딱히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떠올리지는 않지만 여성, 유색인종, 노동자계급을 말하고 있다면 아니, 여기에 성소수자라는 것까지 더해진다면 영락없이 저 밑바닥에서 짓밟히고 있는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떠올릴수밖에 없다.
이 책은 미국의 인권운동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앤절라 데이비스의 "개인의 정체성은 다양한 사회적 측면들이 중첩되고 상호작용하여 규정된다는 '상호교차성 개념을 다룬 책으로 미국의 노예제 반대와 흑인여성 인권 운동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노예제 반대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여성의 참정권에 대한 언급을 할 때 노예제 반대와 상충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앤절라 데이비스가 말하는 상호교차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급투쟁과 인권을 위해 앞장서는 이들이 성소수자들과는 거리를 두었던 20세기의 이야기가 19세기에는 노예제 반대운동과 맞물리는 남성흑인들의 투표권이 여성 투표권 쟁취 - 흑인뿐만 아니라 백인여성의 투표권까지 포함한 권리를 얻기 위한 투쟁이 똑같을 수 없었던 것을 말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인권운동의 역사를 읽는 느낌이기도 했고, 노예에서 벗어난 흑인 여성들의 삶이 산업화 시기에 공장노동자 - 이들 역시 최하위층이기는 했지만, 그들보다도 더 밑에 자리하고 있는 가사노동자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던 시기의 이야기는 유독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처럼 읽히기도 했다.
변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성에 비해 차별받는 여성, 같은 여성이지만 백인여성에 비해 차별받는 흑인여성, 같은 흑인여성이지만 부유한 흑인여성에 비해 차별받는 가난한 노동자계급의 흑인 여성을 생각하면 차별의 강도가 똑같다고 할수는 없을 것이다.
여성 인권 운동에 대해 노예제 반대의 역사에서부터 계급과 인종으로 확대되며 흑인 여성의 클럽운동, 공산주의와 참정권 운동의 역사까지 아우르고 있는데 출산통제와 재생산, 가사노동과 노동자계급에 대한 언급까지 현재진행형으로 볼 수 있는 쟁점들에 대해서는 여럿이 함께 토론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전에 학생운동을 하던 선배가 회의에 가면 유일하게 여성참가자일때가 많은데, 진보적인 친구들 사이에서도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의를 위한다며 그런 추문은 소리소문없이 묻히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물론 지금이라면 결코 그럴 수 없겠지만 민주화투쟁이 우선이라는 것에 여성인권이 미뤄졌다는 것은 앤절라 데이비스의 글을 통해 반복되는 역사를 보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또한 앤절라 데이비스의 상호교차성 개념을 시작으로 우리가 그에 대한 인식을 하고 인종과 계급에 따라, 각자의 위치와 처한 환경에 따라서도 차별에 대한 논의는 달라질 수 있고 무엇이 진정한 자유와 평등인지 생각하고 그를 위해 실천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 또한 과정이며 역사의 흐름이지 않을까. 그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흘러가게 할지는 또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일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