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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어딨어? - 아이디어를 찾아 밤을 지새우는 창작자들에게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평점 :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탄생한다던가? 책 제목을 보고 이런 글이나 떠올리는 나는 역시 평범한 사람일 것이다. 책 제목만 보고는 별 관심이 안생기는데 이 책이 그랜트 스나이더의 만화라는 것을 아는 순간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이디어를 찾아 밤을 지새우는 창작자들에게'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원제는 The Shape of Ideas 이다. 사실 작가의 다른 작품 번역서 제목도 그렇지만 오히려 조금 더 직설적인 은유가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인지...
그랜트 스나이더 작가는 이 책이 아이디어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준다거나 바닥모를 창의력의 우물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7)고 말하고 있다. 작가의 이 책에 나오는 만화 역시 백지로 시작되었으며 이 책에서 통찰력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만화를 읽다보면 이책의 내용이 정말 특별한 아이디어가 담겨있거나 남들은 쉽게 보지 못하는 것을 끄집어내는 독창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상에서 스쳐지나가는 것들을 그림 하나로 표현해낸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것 아니겠는가. 특별한 천재적 영감을 가진 만화가가 아니라 치과 의사로 생활하며 날마다 하루 한 장씩의 만화를 그렸으니 아이디어라는 것은 어느 순간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늘 준비하고 있을 때 어느 순간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벽에 부딪히기,라는 그림을 보면 영원할 것 같던 벽이 허상인 경우가 있고 벽을 넘게 돕거나 정상에서 더 멀어지게 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벽을 넘으려는 사람들 옆에 그려진 담쟁이를 보니 벽이 가로막혀 있을 때 벽을 무너뜨리지 않고 벽을 넘어가는 담쟁이를 표현한 시가 떠오르기도 한다. 벽이 상징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 벽은 문으로 변할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팔레스타인 장벽에 파란 하늘을 그려넣은 뱅크시의 그래피티가 떠오른다. 모두 벽에 부딪히는 이야기지만 만화가와 시인, 화가가 표현하는 것이 모두 다 다르지만 그 의미가 통하는 것을 보면 역시 통찰력이라는 것은 세계 공통인가보다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인생을 표현하거나 계절의 변화와 산책하는 풍경을 그리는것도 좋은데 일단 나는 빈종이를 앞에 두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한동안 그림을 잘 그려보려고 아침에 일어나면 내 손을 그려보곤 했었는데 이것 역시 꾸준히 하지 못하고 자꾸만 끊기곤했다. 그림을 잘 그리거나 특별한 영감과 아이디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날마다 하나씩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리기 시작하면 나도 내가 그린 한 권의 만화책을 갖게 되지 않을까?
그림을 못그리고 형편없어보여도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다. 그랜트 스나이더가 실패라는 종이를 고이 접어 비행기를 만들어 날려버리고 다시 빈종이를 앞에 두는 것처럼 나 역시 늘 빈종이가 준비되어 있을것이라 믿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