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세계사 인물사전
야마사키 케이치 지음, 이유라 옮김 / 로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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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인물 사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책에는 231명이나 되는 세계사에 영향을 미친 인물들이 실려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책의 내용이 가십정도 수준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짐작했다. 별 기대없이 관심있는 인물부터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을 때는 딱 내가 기대한만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짬짬이 관심있는 인물을 살펴보고 처음으로 돌아가 순서대로 읽다가 심심하면 다시 내가 궁금했던 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읽는 것을 반복하다보니 처음에 제대로 보지 않고 지나쳐버렸던 각 인물의 특징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인물사전의 요약정리처럼 생존연도와 그 인물의 역사적 업적에 대해알려주고 본문의 설명에는 인물의 성격이나 기존의 역사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화들이 담겨있다. 이 일화라는 것이 어떤 인물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역사적인 배경과 인물의 특징에 대해 알 수 있게 해 주기도 하지만 가끔은 역사공부에 시달린 머리를 식히기 위한 가벼운 이야기가 담겨있기도 해서 조금은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이기도 했다. - 어쩌면 이런 느낌은 중국 인물에 대해 과감히 넘겨버려서 더 그런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이 책에 나온 세계사 인물들의 이야기는 전후 관계의 맥락이 이해되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찌된 일인지 내가 관심있어서 펼쳐본 인물들에 대해서는 더 가볍게 다루고 있어서 이렇다 할 역사적 사실을 떠올려볼수가 없다. '역사적'이라는 것이 정치적인 인물만을 뜻하는 것이 아님에도 이 책에 예술가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 역시 처음에는 좀 어설픈 역사책이라고만 생각하게 되기도 했는데 역시 내가 이 책을 너무 허술하게 읽기 시작하며 생겨버린 선입견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목차를 보고 제일 먼저 펼쳐 본 인물이 '예수'였다는 것을 떠올리면 단지 나의 선입견만은 아니지 않을까 라는 미련을 버리기도 힘들긴 하지만.


한번 읽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세계사 교과서,라는 원제와 달리 '모두를 위한' 세계사 인물 사전이라는 우리말 제목이 조금 더 이 책의 설명에 가까운 것 같은데 역사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모두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을 부인할 마음은 없으나 내 취향의 세계사 책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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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손 컬렉션의 네 번째 주인공은 딱히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그를 바닥에 눕혀놓고 그의 내장을 꺼낼 때, 나는 그의 파란 눈에서 그 사실을 읽을 수 있었다. 그의 눈에서 그가 착한 소년이고, 착한 아들이며, 여자를 알기엔 너무 어렸지만, 틀림없이 미래의 좋은 남편감이 될 수 있는 인물이었음을 보았다. 그런 그에게, 나란 존재가 불행처럼,
무고한 죽음처럼 닥쳤다. 그게 바로, 전쟁이다. 인간이 연주하는 음악에 신이 너무 늦게 당도한 경우, 신이 너무 많은 운명에 얽매인 아들을 구할 수 없는 경우,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신을 원망할 순 없다. 신이 이 소년 병사를 전쟁통에 나의 검은 손으로 죽게 만들면서, 혹여 그의 부모를 벌하려 한 것은 아닌지누가 알겠는가? 신이 그의 조부모들의 잘못을 그들의 자녀들에게 벌할 시간이 없어서, 그 손자에게 벌 내린 건 아닌지 또 누가 알겠는가? 누가 아는가?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신은 그 어린 소년 병사 가족에 대한 형벌을 뒤늦게 내린 것일 수도 있다.
신은 그들의 손자 혹은 그들의 아들을 통해서 인간들에게 엄한 벌을 내려왔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 어린 적군은 내가 자기내장을 꺼내, 여전히 살아있는 그의 옆에 쌓아 놓았을 때, 다른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몹시도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아주 잠깐 그를 동정했다. 나는 그의 부모 혹은 그의 조부모들이 받을 형벌을 완화해 주고자 했다. 그를 처치하기 전, 그가 눈물 고인 눈으로 내게 단 한 번 애원하도록 했을 뿐이다. 나의 절친 마뎀바디옵의 내장을 들어낸 적군이 그 소년 병사일 리 없었다. 좋은향기가 나던 편지로 절망에 빠져버린 내 익살꾼 친구, 장 바티스트의 머리를 한 발의 포탄으로 날려버린 것도 역시 그일 수 없었다. 93





세 번째 손까지 나는 전쟁 영웅이었지만, 네 번째 손부터 나는 위험한 미치광이이자 피에 굶주린 야만인이 되었다.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일은 이렇게 번져간다. 세상은 이렇게 굴러간다. 모든 일엔 양면이 있다....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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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하는 엄마 - 불평등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를 행복한 인간으로 기르는 법
파라 알렉산더 지음, 최다인 옮김 / 아고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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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빈둥거리며 누워있는 주말이었다. 일없이 티비채널을 돌리다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예비아빠가 이제 태어날 아기를 위해 천기저귀를 만드는 모습이 나왔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리를 키워내신 부모님을 생각하게 되는 감사와 감동의 시간...이 지나고 천기저귀를 빨기 위해 천연 세탁세제를 꺼내어 설명서를 읽다가 예비아빠 제이슨이 투덜거린다. 구연산, 과탄산소다를 집어들었는데 '엄마의 선택'이라고 되어있다면서 이건 엄마만 선택하는 것이냐고. 

그리고 이어서 부부가 선물받은 출산용품들을 살펴보는데 그중에 아빠의 모유수유기가 나왔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오로지 엄마의 몫이라거나 아빠의 도움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키우는 것이며 이 책의 저자인 파라 알렉산더가 말하듯이 온 마을의 사람들이 육아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뜻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아무 생각없이 무심코 책을 읽다가 저자의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파라 알렉산더. 우리나라에 살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닌 것이 확실한데 어떻게 이웃 엄마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 이 책의 내용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아이를 위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에 대한 방향제시에 공감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아이가 어릴때 아이의 온 세상은 부모가 되며, 세상에 대한 온갖 궁금증을 갖고 부모에게 물음을 던질 때 엄마가 편견없는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깨달았다 말한다. 그러니까 내가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직접 식사를 챙겨드시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이었기에 사회생활을 하며 밥상머리에 앉아있기만 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비정상적인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던 것처럼 아이들의 어린 시절부터 차별과 편견이 없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중요한 것임을 새삼 일깨우게 된다. '페미니즘 하는 엄마'의 의미란 그런것일터이다.


이 책은 선택, 자기돌봄, 본보기 보이기, 정치의 주체로 서기 라는 네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삶의 방향은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겠지만 의와 불의를 나눌 수 있는 것처럼 편견과 혐오가 없는 세상을 위한 선택이 필요하다. 올바른 삶의 방향을 위한 선택을 시작하며 자존감을 갖기 위한 자기돌봄은 당연히 따라오지 않을까.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이 따르고 있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의 인식속에 페미니즘은 진취적이고 급진적인 행동파 페미니스트들의 전투적인 선언과 행동이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공감하고 연대하며 더 나아가 정치적인 행동까지 나아가게 되는 것이 나와 동떨어진 페미니스트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나 역시 페미니스트로서 함께 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쓰여진 이 책을 읽다가 잠시 멈춰 생각해보면 저자의 행보 역시 늘 쉬운것만은 아닐 것이다. 차별받는 흑인을 위한 시위에 참가하는 중산층 백인 여성의 입장과 똑같은 시위에 참가하는 흑인 여성의 입장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들을 대하는 경찰의 태도는 분명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도 있고 그런 시위에 참가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웃들의 차가운 시선도 이겨내야한다. 개인적으로는 친하게 지내지만 정치적 성향이 다른 친구와의 유대감을 이어가기는 힘들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런 어색함과 관계의 깨짐, 은연중에 친구들로부터 내쳐지는 것까지 현실 페미니스트의 모습에 역시 어려운 선택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세상의 수많은 불의를 그대로 넘기려는 자신과의 타협이 더 어려운 것임을 깨닫게 해주고 있기도 하다. 가감없는 그대로의 이야기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 저자의 글의 매력이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을 가르치면 아이들은 악을 넘어서는 법을 배울 것이다. 인류의 미래는 아이들에게 달려있기에 엄마의 육아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사회운동이 된다. 세상을 구하고 싶다면 미래를 키워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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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슈퍼 에디션 : 블루스타의 예언 (양장) 전사들 슈퍼 에디션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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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은 읽어보고 싶었던 이야기지만 시리즈가 너무 많이 진행되어 선뜻 시작을 못하고 있었는데 슈퍼에디션으로 책을 읽을 기회가 생기니 놓칠수가 없었다. 이야기의 시작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 그러니까 스타워즈의 시리즈 역시 영화가 나온 후 그 이전의 에피소드가 다시 시리즈로 만들어진 것처럼 이책 전사들 슈퍼에디션 - 블루스타의 예언은 전체 이야기의 줄기에서 새로이 뻗은 이야기 줄기일 것이라 생각해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어린이 대상의 도서라 그런지 전사들의 탄생이라거나 시작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내가 읽기에는 그리 큰 무리가 없었다. 천둥족 고양이 지도자인 블루스타의 예언 내용에 대한 독립된 에피소드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집고양이, 골목고양이, 길고양이 정도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사냥을 하며 자급자족을 하는 야생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의인화되어 나타나기는 하지만 사냥을 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라거나 종족을 이뤄 살아가는 고양이들에 대한 묘사는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기도 한다. 더구나 더 나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하거나 보름달이 뜨는 기간에는 종족간회의를 통해 싸움이 중지되고 서로 토론을 하는 것, 종족간 전쟁에 전사들끼리의 싸움을 피할 수 없더라도 죽이기 위한 싸움은 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야기들은 인간사회를 빗대어 정말 여러시각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어서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루스타의 예언,은 천둥족으로 태어난 블루가 성장하면서 전사가 되고 지도자가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도자가 된다는 것이 스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이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이름에서부터 그 결론을 알아채고 있을터이니 그리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사 블루퍼가 별족과 만나 아홉개의 생명을 받고 블루스타가 되는 것인데 그렇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속에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시기와 질투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체험할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다만 이 책을 읽고나니 천둥족의 지도자였다가 애완고양이 영역으로 돌아간 파인스타의 이야기, 블루스타의 아이들이 성장한 이후의 이야기, 파이어스타의 이야기 등 이번 에피소드로 알게 된 또 다른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있어서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오늘 전투는 이겼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해 드는 바위를 차지하도록 강족이 내버려 둘 리 없어. 머지않아 다시 싸움이 벌어질 거다"

블루포는 당황한 얼굴로 전사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번 싸움도 헛된 싸움이었다는 걸까? 오래된 다툼 때문에 끝없이 되풀이되는 싸움과 복수를 위해 전사의 목숨은 희생해도 된다는 걸까? 263


전사의 규약은 그들에게 자기 종족을 보호하고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이 그저 경계 밖의 모든 고양이들을 미워하라는 뜻일까? 블루퍼는 황무지를 바라보며, 바람족 진영과 엄마가 목숨을 잃은 곳을 눈으로 찾아보았다. 어쩌면 정말로 그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블루퍼는 영원히 바람을 미워할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을 해치는 종족은 누구든 미워하게 될 테고, 지금까지 본 대로라면 다른 종족들은 그저 미움의 대상일 뿐이었다. 328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때문일까.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 전투에 대한 이야기에 더 시선이 머물고 있다. 사랑하는 엄마와 자매를 잃은 블루퍼는 경계밖의 모든 고양이를 미워하게 될 것 같았지만 결코 그러지 않는다. 그 누군가처럼 블루퍼는 쥐대가리가 아니기 때문이며 - 고양이들에게 쥐대가리는 최악의 욕(!)인 듯 하다 - 결국 블루퍼는 블루스타가 된 것이리라.

블루스타의 예언속에 몇번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은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였다. 죽음과 패배앞에서도, 이별과 슬픔, 고통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라는 것은 고양이 세계에서든 인간세계에서든 그 어디에서든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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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부딪히기

벽에 부딪히는 일을 반복하면
음악이 된다.
벽의 기울기를 측정하고
사고의 틀을 바꿔보라.영원할 것 같던 벽이
허상인 경우가 있다.
어떤 이는 내가 벽을 넘을 수 있게 도와주거나
혹은 정상에서 더 멀어지게 한다.
어떤 벽은 힘이 아닌
즉흥성을 통해야만 정복된다.
벽이 상징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 벽은 문으로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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