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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닐 올리버 지음, 이진옥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죽음에 관한 철학적 사유가 담겨있는 에세이,라고 짐작만 하면서 이해를 할 수 있는 만큼만 사유를 해 보자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고고학자이며 역사가, 작가, 교양프로그램의 진행도 맡고 있는 다방면의 활동이 많다는 저자의 글이 그렇게 어렵게 쓰여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깔려있기는 했지만 이 책은 기대이상이었다.
기록되어 있는 역사를 해석하는데도 수많은 의견이 있는데 하물며 선사시대의 인류의 역사라는 것은 여러 정황들에 대해 미루어 짐작할수밖에 없는 것이 많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과학적인 분석으로 보편타당한 고고학적 사실에 접근을 하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의 저자 닐 올리버는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에 더 집중을 한다.
조류의 흐름이 바뀌는 우연으로 고대 인류의 발자국이 바닷물에 쓸려 사라지지 않고 남아 화석처럼 굳어 남겨졌다가 또다시 흐름이 바뀐 조류에 퇴적물이 휩쓸리며 발견되어 지금의 우리에게 그 의미를 남겨주고 있는데 그것이 그저 두 발로 걸어다니며 집단생활을 이룬 인류의 진화과정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아이의 손을 잡고 바닷가를 걸어가는 부모의 모습, 갑작스러운 외부의 위험이 느껴졌을 때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급박한 발걸음에 대한 저자의 상상은 그냥 떠올려보는 그저그런 상상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 티비뉴스에 죽은 아내의 시신을 매장하지 않고 집안에 그대로 두고 살아있을 때처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다. 지금 우리의 시선으로는 엽기적인 행동이지만 고대에는 죽음을 애도하며 시신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죽음과 멀찍이 떨어지려 한다'(324)는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추모공원조차 가까이 있는 것을 싫어하는데 이제는 정말 죽음과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부패되는 시신을 가까이 둘수도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죽음이 삶과 별개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늘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기억에 남는 이야기 중 하나는 네안데르탈인 낸디의 이야기이다. 동굴에 남아있는 뼈를 분석한 결과 그는 선천적인 신체장애를 가졌을 것이며 오른손을 사용하지 못하고 한쪽 눈마저 멀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네안데르탈인으로서는 꽤 장수를 한 40대까지 살아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그가 무리의 다른 이들에게 보살핌을 받았을 것이며 그의 시신 역시 방치되지 않고 매장되었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역사적 사실 안에 담겨있는 수많은 의미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기적이고 차별과 폭력을 서슴지 않는 현대의 인류가 고대의 인류에서 '진화'되었음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인지...
"땅속에서 찾아낸 화석들은 우리에게 여러 역사적 사실과 지식을 들려주지만,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왜 그토록 소중한 존재였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곁에 있는 서로를 배려하고 보살피자. 우리 옆의 누군가가 사실은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르니 말이다"(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