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르투갈은 블루다 - 느릿느릿, 걸음마다 블루가 일렁일렁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2년 6월
평점 :
얼마전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에세이를 읽었는데 스페인이 아닌 포르투갈에서 시작하는 순례길 정보가 담겨있는 책이었다. 성모발현지로 알려져 가톨릭신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파티마 역시 포르투갈의 한 지역이라는 인식도 새삼스러웠는데 그리스의 청량미(!) 넘치는 산토리니의 블루가 아니라 포르투갈의 블루라니. 이에 더해 조용준 작가의 포르투갈 여행에세이라면 두말없이 책을 펼쳐야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치는데 처음에는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포르투갈은 블루다,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온통 푸른색의 포르투갈의 사진이 한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의 수도는 마드리드이지만 이름에서부터 예상이 되듯 포르투갈의 기원은 포르투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포르투의 뜻이 항구,라고 하니 포르투갈의 역사와 맞물리며 많은 부분이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이 이야기의 여정도 포르투에서 시작되고 있는데 우리에게 유명한 관광지의 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포르투갈의 전반적인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 여행가이드북 어디를 봐도 찾아보기 힘든 도시의 모습까지 담겨있어서 포르투갈에 대한 인문학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10여 년 동안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본 경험으로 볼 때, 포르투갈은 다섯 가지 오브제로 정리된다. 파두, 정어리, 포트와인, 블루 아줄레주 그리고아프리카 식민지와 흑인다. 이 다섯 오브제가 포트투갈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이 다섯 가지를 알면 포르투갈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요소는 그냥 상징이 아니고, 포르투갈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들을 알면 포르투갈 역사를 저절로 알게 된다. 특히 아줄레주는 포르투갈 국가의 탄생부터 현대에 이르는 그 지난한 역사를 모두 담고 있는 아주 특이한 존재다. 아줄레주를 보다 보면 저절로 이 나라의 역사가 이해된다."(549)
성급한 인용이기는 하지만 포르투갈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려면 이 내용을 기억하고 있으면 될 것이다. 포르투갈에 다섯 가지 오브제를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블루 아줄레주와 포트와인, 파두에 대한 이야기를 더 중점적으로 하고 있기는 하다. 어느 곳에 가든 블루 아줄레주를 볼 수 있으며 아줄레주에 담겨있는 그림을 통해 포르투갈의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아, 물론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역사를 알게 되는 것이고 포르투갈의 구석구석을 찾아가며 사진을 찍어 책에 담았기 때문에 간접체험으로는 훌륭한 여행에세이가 된다. 책이 무거워 조금 힘들지만 반면 사진이 크고 '블루 포르투갈'을 제대로 볼 수 있어서 그닥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포트와인이 성장하게 된 역사적인 배경의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발상의 전환이라는 것은 여러모로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하게 변화를 주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와이너리에는 큰 흥미가 없으나 박물관에는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고 입장료를 내야한다는 서점은 입장료에서 멈칫하다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에 또 혹하게 된다. 파디스타들이 입는 망토에 착안해 해리포터의 마법학교 학생들도 망토를 입게 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들을 보게 되면 파두 연주를 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그들과 기념사진을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주 오래전에 들어 본 파두는 모두 여자가수뿐이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여러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 특히 책벌레를 없애는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박쥐를 키우는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놀라우면서도 가보고 싶은 도서관의 목록을 늘려나가게 되며, 가톨릭의 전교와 식민주의에 대한 종교, 정치적인 이야기는 또 관점에 따라 논란거리가 있겠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잠시 덮어두고 떠올려보는 포르투갈은 로마와는 또 다른 느낌의 성당들과 블루 아줄레주, 높은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다. 그러고보니 정말 포르투갈은 '느릿느릿, 걸음마다 블루가 일렁일렁'이 맞겠다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