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10여 년 동안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본 경험으로 볼 때, 포르투갈은 다섯 가지 오브제로 정리된다. 파두, 정어리, 포트와인, 블루 아줄레주 그리고아프리카 식민지와 흑인다. 이 다섯 오브제가 포트투갈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이 다섯 가지를 알면 포르투갈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요소는 그냥 상징이 아니고, 포르투갈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들을 알면 포르투갈 역사를 저절로 알게 된다. 특히 아줄레주는 포르투갈 국가의 탄생부터 현대에 이르는 그 지난한 역사를 모두 담고 있는 아주 특이한 존재다. 아줄레주를 보다 보면 저절로 이 나라의 역사가 이해된다.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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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프라 도서관과 코임브라 도서관은 매우 독특한 공통점도 있다. 두 도서관모두 박쥐를 키운다. 박쥐를 일부러 사육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쥐가 도서관에서 번식하고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방치한다.
박쥐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낮에는 서가나 벽 틈의 좁은 공간에서 잠을 자다가 밤이 되면 넓은 공간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닌다. 수백 년도 더 된 낡은 도서관의 박쥐들. 왠지 좀 으스스하다.
그러나 이들 도서관에서 박쥐를 없애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박쥐가 책을 갉아먹는 책벌레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낡은 고서나 고문서의 가장 치명적인 적은 습기도 먼지도 아닌 책벌레다. 한번 갉아먹은 책은 복원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박쥐들은 밤중에 서가 사이를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책벌레를 잡아먹는다. 인간과 박쥐의 참 기묘한 동거요, 협력관계다.
물론 약품 처리로 현대식 방제를 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약품 성분이 책을 훼손할 수도 있다. 그러니 책 보존 역시 천적 관계를 활용한 자연 그대로가 가장 좋은 방법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장미의 이름을 쓴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도 이곳을 다녀간뒤 고서가 많은 자신의 서재에 박쥐를 키우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물론 귀찮은 점도 있다. 바로 박쥐의 배설물이다. 이 때문에 코임브라 주아니나도서관의 진귀한 목재로 만든 탁자들은 밤이면 천으로 꼭 덮어놓는다.
배설물이 탁자를 버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매일 이를 반복해야 하니 이것도 예삿일은 아니다.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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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의 목격자
E. V. 애덤슨 지음, 신혜연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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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관광지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자살한 남자, 그리고 현장을 목격한 5명의 이방인"

이 문구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이 궁금한 내용이었는데 이에 더하여 그 현장 목격자 중 한명에게 과연 그 사건의 진범이 자살한 남자인가,라는 메시지가 날아든다. 사건의 진범, 5인의 목격자... 남자의 자살로 사건 종료가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다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야하는 것이다. 


소설의 화자는 5인의 목격자 중 한명인 젠과 그녀의 친구 벡스의 관점이 교차되며 등장하고 직접 목격자인 젠의 이야기로 사건을 보게 되고 벡스의 이야기로 사건을 객관화시켜보게 된다. 이후 독백처럼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드러나는데...


가장 흥미로운 시작은 여자친구의 배신으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자살을 한 남자를 목격한 이들이 있고 남자의 위협에서 여자를 구하려고 뛰어들고 응급처치를 하기도 한든 이, 위험을 무릅쓰고 두 사람을 살리려고 응급처치를 한 의사의 목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자를 살해한 진범이 따로 있음을 암시하는 메시지가 그 현장에 있던 또 다른 목격자인 젠에게 전해지면서부터이다. 

사실 전개되어가는 과정에서 이미 그 범인이 누구인지는 너무 쉽게 드러내고 있어서 순간적으로 책읽기의 흥미는 떨어졌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난 후 이 책에 대한 정리를 하려고 보니 가스라이팅에 대해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가스라이팅과 스토킹 같은 범죄는 내가 범죄자다, 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엄청난 위험을 안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마지막에 뭔가 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죄의 댓가가 죽음이라는 것 이전에 사적복수의 느낌이 들어서인데 엄청난 기대를 한 것과는 조금 다른 전개와 예상외의 결말이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아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에 이 소설의 재미와 의의를 두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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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상징 사전 - 56가지 덱으로 알아보는 타로의 역사와 상징
사라 바틀렛 지음, 윤태이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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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라고 하면 점성술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예전이었다면 타로 카드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을텐데 몇달 전 동네 작은 전시회에 갔다가 커다란 타로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난 후 타로 카드에 담겨있는 점성술이 아닌 예술을 살펴보게 되었다. 타로의 상징과 의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그림을 보듯 둘러보고 왔었는데 그 이후 타로에 관심을 갖고 보게 되니 정말 많은 타로 덱이 존재하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타로 상징 사전'이라고 되어있지만 좀 더 명확한 표현은 부제인 '56가지 덱으로 알아보는 타로의 역사와 상징'에 더 가깝다. 사실 몇가지 덱은 좀 더 많은 카드의 그림을 보고 싶기도 했는데 한장에서 많게는 대여섯장의 카드밖에 볼 수 없어서 그게 가장 아쉽다. 


타로 덱은 15세기 중반,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이전에 이탈리아의 놀이용 카드에서 진화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흔히 타로점을 본다고 표현하는데 그렇게 단순하게 이해해서는 안될 것 같기도 하다. "현재 타로는 자기 개발, 인생의 방향 설정, 명상, 그외 여러 영적 치유 문제에 관련해 쓰이나 타로는 그 무엇보다도 점술이나 카드의 해석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모든 것에 대한 상징 그 자체일지 모른다"(30)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타로 덱을 받았었는데 그때는 말 그대로 카드라고만 생각을 했다가 상징과 의미에 대해 모르는 내게는 그저 책갈피로 쓰기 좋은 카드였을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갖고 있는 디즈니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카드를 보면서 기본적인 그림의 의미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니 기본적인 상징은 변함이 없는 것이고 그 기본을 작가가 자신만의 개성으로 다시 그리면서 여러가지의 타로 덱이 생겨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영향력있는 덱, 초보자의 덱, 예술작품과 수집가의 덱, 난해하고 오컬트적인 덱, 현대의 덱으로 구분하여 타로 덱이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고 상징적인 그림들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달리와 클림트의 덱이었는데 처음 본 달리의 타로카드는 예술 작품이라기보다는 좀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더 컸다. 클림트의 카드는 누가 봐도 클림트구나 하는 느낌이었고. 

전체적인 타로 덱의 그림들을 살펴봤을 때 인상적인 그림들이 몇가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78장의 카드, 타로 덱 전체를 보고 싶은 것 하나를 꼽아보라고 하면 '디비언트 문 타로'를 택하겠다. 완드의 에이스와 마법사, 두 장의 카드 그림만을 봤는데도 자꾸만 보게 되는 매력이 느껴진다. 뭔가 신비로우면서 기괴하고 또 아름다움이 느껴지는데 시선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는 타로카드다. 


타로 점술이나 카드의 해석이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한 상징 그 자체일지 모른다,라고 했는데 깊이 들어가는 상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더라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타로 덱을 보고 있으려니 타로 덱 수집가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원본은 못보더라도 복사본 타로 덱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에만 빠져들어가고 있다. 이러니 나만의 스프레드를 만들고 타로 카드를 보며 리딩을 할 수 있는 날이 올지는.... 

아무튼 타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무척 흥미로울 것이며 타로 덱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대하려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궁금증을 갖게 되는 그런 책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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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22-07-12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치카님은 여전히 다양한 책을 폭식하고 계시네요. ^^
지난 봄에 명동성당에서 이콘 전시회를 봤는데, 치카님이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뒤늦게 댓글 남겨 봅니다.
https://gallery1898.catholic.or.kr/gallery1898/exhibits_view.asp?num=1710&sub=2022

chika 2022-07-13 06:33   좋아요 0 | URL
오랫만이네요! ㅎ
언제나 맘놓고 즐길수있는게 책읽기뿐이라서 되는대로 읽고있어요 ^^
이콘은 좋아하는거 맞아요! 댓글남겨주시니 고맙습니다요. 함 살펴볼께요 ^^
 


작은 도서관을 한번 찾아가 봤고 책이 많지는 않았지만 나름 신간도서를 갖추고 있어서 좋았더랬다. 하지만 뭐. 눈에 띄는 책들은 이미 읽었거나 소장하고 있는 책. 그래서 도서 신청을 했는데 아무런 피드백이 없다. 한달에 한 번 도서 구매를 하는데 개관한지 얼마 안됐기때문에 아마도 도서신청이 들어오면 백퍼센트 승인이 되지 않겠나,라고 했었는데 말이다. 도서신청 권수제한도 없다고 했고. 그래도 나름 자제를 하고 3권만 신청을 했는데도.

도서관까지 가는 것도 여름 땡볕에는 쉬운 일이 아니어서 가을까지는 그냥 이러고 지나가야할듯.


오늘은 장바구니를 뒤져보다가 묵혀두었던 책을 발견했다. 

물론 이건 새발의 피,같은 느낌이지만 어쨌거나 묵혀두었다가 잊어버리면 사라져가는 것이고. 전혀 생각이 없다가도 굿즈를 사기 위해 장바구니를 뒤지다 끄집어낼지도 모를일이다. - 사실 지금이 그런 상황인것이겠지.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저자는 자신의 관심 주제라면 분야를 막론하고 정보를 모아 엮어내는 여행작가. 인류의 기억에서 잊힌 장소들을 찾아 사진과 지도, 역사를 곁들여 펴낸 여행안내서. 

조선의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이번 픽은 이 책.

[사랑하는 이모들] "2021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한 근하 작가의 첫 장편만화. 중학생 효신이 갑작스러운 상실을 겪은 후, 이모와 이모의 연인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품 안에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성장담이다. 한국 사회가 ‘비정상’이라고 여기는 울타리 안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얻어 가는 청소년의 모습을 세세하게 그리며,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라고 소개되어 있다. 일단 관심을 둘 그래픽노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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