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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친절한 포르투갈 순례길 안내서
김선희 지음 / 까미노랩 / 2022년 5월
평점 :
품절
얼마전에 산티아고 순례길 책을 읽었다. 코로나로 인한 봉쇄가 있기 바로 전에 산티아고를 걸었던 기록을 읽으며 언젠가 나도 이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라는 마음이었는데 이제 조금씩 코로나의 영향이 줄어들고 있고 사람들은 다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고 아마도 산티아고길도 순례자들로 채워지고 있지 않을까.
그저 길을 걷는 것 뿐일텐데 수많은 이들이 그 길을 걷고 심지어 두세번씩 계속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길이 어떨지, 그 길을 걷게 된다면 내가 느끼게 되는 것은 무엇일지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인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에세이가 나오면 한번쯤은 읽어보려고 하는데 정작 순례길의 루트 정보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언젠가 한번 친구가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다며 많은 사람들이 시작하는 길이 아니라 - 잘 알려진 프랑스 순례길과는 또 다른 프랑스의 어느 지점부터 시작하려하는데 같기 가지 않겠냐고 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시작점이 다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 친구가 프랑스에서 살았었기에 프랑스길을 조금 더 걷는 루트를 짜기는 했지만.
그리고 얼마전에 읽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처음으로 파티마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 책에서는 물론 순례길 완주를 끝내고 조금 더 걸어가 파티마까지 갔지만 파티마가 왜 유명하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천주교 신자인 내게는 산티아고 길뿐만 아니라 파티마까지 갈 수 있다는 것으로 인해 더 순례길을 걸어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우연이 있을까. 포르투, 파티마를 슬쩍 가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티마, 포르투를 거쳐 스페인의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아주 친절한 포르투갈 순례길 안내서'가 내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두루 오래 포르투갈을 걸은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구글에서 찾을 수 있는 인문학적인 지식이나 여행으로 깨닫는 대단한 통찰은 없다. 그저 실제를 담으려 애썼다"라는 저자의 말에서부터 심상치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 실제를 담는다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싶어서.
사실 50일간의 리스보아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640km의 길을 걸은 여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일수도 있고 어쩌보면 특별한 일이 아닐수도 있다. 그 길을 나도 따라 걸어보고 싶기도하지만 과연 내가 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길을 헤매뻔했지만 저자는 무사히 그 길을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도착하기 바로 전, 한국인 순례자가 길을 잃어 결국 사망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순례길의 표지판을 바꿔놓고 외딴 집으로 향하게 한 후 길을 잘못찾은 여성순례자를 살해했고 또 누군가는 끝내 행방불명상태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들은 기억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제주 올레길에서 일어났던 여성사망사건도 비슷한 맥락이겠지만 이걸 내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라고 할수는 없는 것이어서 여러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파티마 순례길을 걷는 신자들과의 에피소드가 좋았다. 그들처럼 여기서도 순례길을 걷는데 짐을 이동시켜주고 구간별 낙오자를 태워주는 버스와 단체 알베르게를 미리 예약해주는 단체 순례자들도 있다고 알고 있다. 체력이나 안전이나 준비면에서 그런 방법을 외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순례길을 걷는 지침은 변경불가의 원칙이 아니겠기에.
이 책의 말미에 있는 여러순례자들의 인터뷰가 흥미로웠는데 한국의 다양한 순례길에 대한 긍정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반응이 재미있었다. 큐알코드로 영상과 배경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좋기는 했지만 그래도 컬러사진 한 장 없는 것은 왠지 섭섭한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