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 그웬과 아이리스의 런던 미스터리 결혼상담소
앨리슨 몽클레어 저자, 장성주 역자 / 시월이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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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라니 이런 제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이 소설의 배경이 2차대전 직후의 영국이며 결혼상담소를 운영하는 두 사람이 살인사건에 연루되며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라고 하니 그 내용이 궁금했다. '로맨틱 코미디'가 있을 것 같아 피곤한 요즘 가볍게 읽기에 딱 좋은 책일 것 같은 느낌은 덤이었고.

오래전에 쓰여진 글이지만 그리 큰 괴리감 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도 이 소설의 흥미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아니, 물론 책을 읽다가 옥스포드는 안그렇지만 케임브리지는 여성에게 학위를 수여해주지 않는다,라는 글에서 백년도 안된 과거의 여성의 지위에 대해 떠올려보게 되기도 하지만말이다. 


바른만남상담소를 운영하는 그웬과 아이리스는 성격도 성장배경도 완전히 다르지만 서로 의기투합하여 가입회원들 서로에게 어울리는 짝을 찾아 연결해주는데 성공을 이뤄나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회원인 여성 틸리가 칼에 맞아 사망을 하고 그 용의자로 바른만남상담소에서 소개해 준 남편감 후보인 회계사 트로워가 체포되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듯하지만 트로워를 면회하고 온 그웬은 자신의 직감을 믿고 그가 진범이 아님을 확신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운영하는 결혼상담소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틸리를 살해한 진범을 찾기로 하는데...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뜻밖의 반전과 또 다른 반전이 이루어지는데 그 반전의 내용이 당시 영국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이루어지는 것이 좀 흥미로웠다. 특히 아이리스의 이야기는 그녀의 과거에 대한 것만으로도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을 것 같아 또 다른 기대를 하게 되기도 했다. '조국을 위해'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인지는 아마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아니 전시의 상황에서 - 우리는 식민지시대를 지나 온 과거를 떠올리면 조금 더 공감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 보는데,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아이리스의 과거가 조금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가볍게 읽고 있다가 의심스러운 등장인물의 행동에 놀라고, 그 의심스러운 등장인물의 또 다른 반전의 행동에 놀라고 결국 진범은 예상치 못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눈치를 챌 수 있어서 행동파인 두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두 탐정 콤비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고 하니 후속작품들이 기대된다. 그들의 연애가 어떻게 될지는 전혀 짐작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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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에서 살짝만, 소심하게 벗어나보는 이 습관을 통해 그웬은 조촐한 모험을 하는 기분, 이때껏 똑바로만 살아온 삶에 맞서 비밀스런 반란을 일으키는 기분을 누렸다. 117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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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파리 (Petit Paris) - 어린 여행자를 위한 파리 안내서
박영희.윤유림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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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의 여행,이라고 되어 있지만 그래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들었는데 뜻밖에 온통 아이를 위한 샵 이야기로 한가득이다. 이제 내 주위에 아이를 찾아보기가 힘든데 이 무슨 낭패인가 싶었는데 유아동 패션, 잡화, 부티숍, 장난감 가게를 지나치면 드디어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서점과 공원, 미술관, 시장이 나온다. 각각의 테마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끝나면 여행에 필요한 현지인의 꿀팁이 담겨있어서 아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정말 반가울 것이고 아이가 없다 하더라도 파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아니, 사실 지금 당장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내게는 그저 최근의 파리 풍경사진만으로도 훌륭한 느낌이 든다. 




오래전 독일 여행을 갔을 때 약속시간을 기다리느라 잠시 서 있을 때 서점이 보여 함께 있던 친구에게 들어가보자고 했다가 글자도 모르는데 서점은 뭐하러 들어가냐는 얘기에 뭐라 하지도 못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 일행 몇몇이 나오면서 구입한 책을 보여줬다. 무려 클림트와 고흐. 커다란 판형의 미술책이었는데 독일어를 모른다해도 그림을 볼 수 있었고 리퍼브책이라 정가의 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구입했다며 자랑을 했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 짧은 순간 친구의 핀잔에 마음을 접었던 것이 후회된다. 

언어를 모른다해도 그림동화책이나 미술책은 언어를 배우며 읽을 수 있기도 하고 혹은 어린왕자처럼 여러 언어로 된 책을 소장하고 싶은 책이 있는 경우 외국여행에서 서점을 찾아가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어린이 전문 서점뿐 아니라 성인을 위한 서점 안내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사진도 볼 수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 가보기도 했었는데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바로 그 근처에 있었다니. 언젠가 다시 파리에 가게 된다면 그때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는 주제에 맞게 놀이동산이나 피크닉을 할 수 있는 곳의 소개도 있지만 내게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소개가 더 눈에 들어오기는 했다. 파리라고 하면 루브르나 오르세만 떠올리는데 퐁피두센터를 포함한 현대미술관도 많고 피카소 박물관도 있다. 빅토르 위고 저택을 방문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고 이 책에는 아이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아뜨리에도 소개되고 있어서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부모에게는 정말 도움이 되는 책인 것 같다. 

여행을 떠나본 것이 너무 오래 되어 그저 책을 펼쳐 사진만 보고 있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바로 떠나고 싶어진다. 여행 갈 일이 없다는 생각에 여행정보책은 오랜시간 멀리했었는데 자꾸만 마음이 들뜨고 있다. 

사족처럼 한가지 덧붙이자면, '한인택배'가 있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책을 읽다가 왠만한 대형약국에는 한국인 직원이 있다는 표현에 그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간다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슬쩍 넘겼었는데 한인식당과 마트가 많이 모여있는 15구 샤를 미셸에는 한국인이 상주하는 택배가 있다고 한다. 여행을 간 현지에서 엽서 한 장 보내는 것도 대단하다 생각했었는데 택배라니.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행의 형식과 내용도 많이 바뀌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어쨌거나 10년전의 파리와 지금의 파리 풍경은 바뀌었을텐데 이 책을 보니 더 가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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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24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여행간지 너무 오래돼서 어디든 가고싶어요. ㅎㅎ

chika 2022-06-26 18:46   좋아요 0 | URL
ㅎㅎ 코로나이후 섬 밖으로 나가본적이 없어서... 항공사 마일리지도 머잖아 소멸예정인데 서울구경이라도 할 수 있으려나 싶습니다 ;;;;;;
 
작가의 산책 - 일본 유명 작가들의 산책잡담기 작가 시리즈 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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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 작가들의 산책에 관한 글을 모아서 엮은 책이다. 별 생각없이 단편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이 아닌 수필집이며 여러 작가들의 글을 하나의 책으로 출판된 글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역자가 직접 글을 선택하여 엮은 것이다. 짧게 이어지는 여러편의 글은 '산책'이라는 주제에 맞게 쓰여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산책'이라는 것이 내 생각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좋았다. 


얼마 전 티비에서 김영하 작가님을 봤는데, 글을 쓰는 사람들은 주변 관찰력이 매우 높다고 하며 흔히 지나쳐버릴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작가의 산책'이라고 했을 때 작가들은 산책에서 무엇을 보고 느낄까. 그 산책을 어떻게 글로 표현해낼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나는 이 와중에도 '산책'이라는 것을 한가롭게 내 일상의 주위를 천천히 걷는 것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 산책도 포함이지만 내 기억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야기는 도쿠토미 로카의 '어느 밤' 이야기이다. 볼 일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지만 밤 늦은 시간 문이 닫힌 집으로 들어가지 못해 숙소를 찾고 역사에서 밤을 지새워보려다 그곳도 문이 닫혀 새벽 4시가 넘어야 문을 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밤 늦은 시간 문을 연 가락국수집에서 요기를 하고 그 시간에 잠시 대기하며 쉬고 있던 인력거꾼에게 가락국수를 사 주고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가다가 그곳도 문이 닫혀 있어 절 주변을 돌다 묘지안으로 들어간다. '묘지는 영원히 잠들어야 하는 장소다. 하룻밤 죽음을 받아들이는 곳이 아니다. 묘지에서 내쫓겨'(126) 다시 혼간지 절 툇마루에 드러누워 비로소 잠이 드는 '어느 밤'의 이야기.


익숙한 이름의 작가도 있고 내게는 대부분 낯선 일본 작가들이지만 '산책'이라는 주제로 엮인 글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다자이 오사무의 글은 두 편 실려있는데 대합실에서의 이야기 '장난이 아니다'는 그저 젊은이에 대한 치기어린 장난인가, 생각하다가 마지막 문장에 순간적으로 탁, 뒤통수를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자살은 한 달 미뤄졌다"라니. 

묘지를 걷기도 하고 한적한 시골길의 풀베기도 나오지만 긴자의 도심 거리를 걷는 이야기도 있고 골목길을 거닐다 장미꽃을 산 이야기도 담겨있다. 사실 낯선 일본 작가들의 글이라 작가 이름과 수필의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이야기로만 기억을 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 속에서 삶의 진수를 깨닫게 되기도 하는 문장을 만나는 것이 나는 좋았다. 문득, 우리 작가의 산책 이야기가 엮인다면 그 책 역시 필독서가 되려니...생각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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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을 본 적 있다. 온갖 색채 대리석을 모아 세운 이 성당은 햇빛을 받으면 광물이 꽃의 살결로 바뀐다. 성당이면서 꽃, 죽음이면서 생명이다. 게다가 아름답고 짙은 향기마저 느껴진다. 심리적공감을 일으키는 이 역사상 예술의 증명을 바라보며 자신의 특이성에서 보편성을 찾아내며 삶을 견뎌내기로 다짐했다.
인간은 괴로워도 예술로 구원받으리라, 고.
153, 복숭아가 있는 풍경, 오카모토 가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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