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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값을 구하는 문제 중에 유명한 것이 있다. 비가 올 때 우산 없이 비를 가장 덜 맞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을 구하는 빗속 달리기 running In the rain 문제다.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좋은지, 뛰어서 빨리 가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중간에 비를 가장 적게 맞을 수 있는 최적의 속도가 있는지 누구나 한번쯤 궁금해했을 문제다. 천천히 걸어가면 머리 위 좁은 면적에만 비를 맞지만 도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뛰어가면 비를 맞는 시간은 줄일 수 있지만 몸 앞쪽으로 들이치는 비를 맞고 가야 한다.
이동속도에 따라서 목적함수인 ‘비 맞는 양‘을 최소화하는 조건을 찾기 위해 믿거나 말거나 그동안 많은 과학자가 여러 가지 연구를 해 왔다. 사람이 휩쓸고 간 공간의 체적을 해석한 연구, 빗방울 개별 입자의 움직임을 분석한 연구, 바람의 속도 등 변수들의 영향을 고찰한 연구, 실제 인공 비를 만들어 비를 맞은 옷의 무게를 측정한 실험 연구 등꽤 많다. 그만큼 세상에는 한가한 사람이 많고, 특히 수학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연구에 목말라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사실 바람이 부는 속도나 방향, 비가 내리는 양과 낙하 속도, 사람이 뛰는 자세와 체형 등 여러 변수에 따라서 해석 방법과 결과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는 빨리 뛰어가는 게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뛰는 속도가 어느 이상 되면 속도의 영향은 점점 줄어든다. 또 뒷바람이 부는 경우에는 바람 속도와 달리기 속도가 같을수록 비를 덜 맞는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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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은밀한 감정 - Les émotions cachées des plantes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백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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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없다면 사람은 살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이 없어도 식물은 존재할 수 있다. 

이 말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자꾸 그 사실을 잊고 식물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인지...

식물의 은밀한 감정,이라는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때문에 솔직히 이 에세이는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초자연주의적인 느낌이 더 강조되는 듯 하다. - 사실 책의 첫번째 챕터를 읽기 시작하면서 '식물이 공격자를 절대 잊지 않는다는 사실이 미국 판례로 정립되었으며 아무 증인 없는 온실 안에서 법죄가 저질러질 때 발생한 몸 싸움으로 수국들이 손상을 입었는데 오실로그래프를 통해 드러난 식물의 감정 표현이 살인자의 자백을 촉구하였고 이 식물의 증언이 법적자격이 있는 것으로 선언되었다'(14)라는 글을 읽을 때 이것이 과학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감성적으로 느껴졌다. 아니, 그보다는 며칠 전에 만개한 수국을 가까이 보고 싶어서 손으로 가지를 뚝 꺾어온 것이 기억나 더 감정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당에 피어있는 수국도 자신을 파괴하려 한 사람으로 나를 기억할까.


여러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식물과 인간의 소통'이다. 저자의 어린시절을 함께 한 호두나무가 사라지고 없는 악몽을 꾸고난 후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집을 찾아갔는데 그가 악몽을 꾼 바로 그 날, 이웃집의 새로운 주인에 의해 호두나무는 베어여 사라지고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진짜 식물이 인간에게 보내는 소통의 이야기일까? 멸종해가는 제비꽃의 구해달라는 꿈속의 몸짓은 정말 누군가의 상상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인데 놀랍게도 실제 멸종위기종인 크리의 제비꽃은 결국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렸지만 그 제비꽃의 꿈은 나치 수용소에서 공포와 인간의 야만 행위에 맞설 힘을 내는 원천이 되었다고 하며 이 이야기 역시 실화라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식물이 반응을 보이는 음악이나 인간의 손길에 대한 이야기는 낯설지 않지만 사실 식물을 애지중지 키우던 주인이 사망 후 식물 역시 시들어 죽음에 이른다는 이야기는 흔하지 않은 특별한 우연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만큼 신비롭고 초자연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저자는 이에 대한 여러 데이터와 과학적인 연구 결과로 증명해 보인다고 하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표현한다고 해서 내가 이 책의 이야기들을 하나의 우연이나 초현실적인 이야기로만 치부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명백하게 증명하지 못하고 있을 뿐 분명 식물은 자신들의 언어로 소통을 시도하고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의 어루만짐이 식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며, 쾌락이 아니라 경계를 갖게 하지만 위험에 대한 인식이 방어 체계를 작동시켜 더 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172)이라고 하니 내일부터 화초에 물을 줄 때 슬며시 이파리들을 어루만져봐야겠다는 생각뿐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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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 - 거친 세상에서 나를 부드럽게 만드는 삶의 기술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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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만 보고 유아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랜트 스나이더의 카툰에세이라니.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작가 이름을 보고서도 잘 몰랐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한가지쯤은 분명 공감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책 좀 빌려줄래?'의 작가가 바로 그랜트 스나이더이고 이 책은 '거친 세상에서 나를 부드럽게 만드는 삶의 기술'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 하지만 여전히 왜 이 책의 원제 The art or living이 '샤워를 아주아주 오래하지'라는 어린이용 제목이 붙어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 의문은 책의 내용에 있었다. '지나친 몰두에서 벗어나는 법'(63)의 8가지 컷 만화 중 한 컷이 '샤워를 오랫동안 한다'이다. 편집자에게는 이 말이 가장 마음에 남은것이었을까?


'깨어있는 삶을 위한 선언' 9개는 바로 이 책의 목차이다. 특별한 것이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나의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는 글과 그림이다. 카툰에세이 대부분은 짧은 컷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많은데 이 책은 생략되거나 축약하는 것 없이 보여지는 그대로 알기 쉽게 작가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짧은 글로 설명해주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읽고난 후 생각날 때마다 한번씩 펼쳐보고 있는데 색감과 그림의 형태가 내 취향이라 그저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글을 같이 읽으면 또 좋아서 더 많은 에피소드를 찾아 책장을 자꾸만 넘겨보게 된다.


그런데 몇 번 보다보니 이 책에 나의 아이디어를 덧붙여 나만의 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저자가 다른 작가의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거나 재해석해 자신의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기도 한 것처럼말이다. 

'존재의 방식'에는 끈기있게 나아가기, 하늘 높이 날기, 어둠 속에서 깜박거리기, 느릿느릿 미끄러지기, 하룻밤 사이에 돋아나기, 산들바람에 떠다니기, 물 밑에서 헤엄치기, 고개 높이 쳐들기, 큰 꿈 꾸기가 담겨있는데 여기에 나의 글을 더하면 그때는 그랜트 스나이더의 글에 아이디어를 얻어,라는 말을 덧붙여 내 이야기 책이 되는 것이겠지. 지금 내가 이루고 싶은 존재의 방식 하나는 '큰 소리로 웃기'이다. 행복과 즐거움은 커다란 웃음에서 시작된다는 삶의 단순한 진리라고나 할까...

단순명료한 삶의 일상이 어쩌면 삶에 대한 성찰과 깊이의 동일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보게 된다. 그래서 샤워를 아주아주 오래하다보면 뭔가 스치듯 나의 일상에서 삶의 깨달음을 얻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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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식물, 광물 세계의 감수성과 지성을 재발견해야 합니다. 우리의 허영심, 우리네 가부장적 종교들, 우리의 철학, 우리의산업, 우리네 학문의 부추김으로 우리가 이 행성 위에 생명을 탄생시킨 끊이지 않는 대화를 무시한 채 지배하고, 경멸하고,
몰살해온 그 형제자매들, 수없이 많은 그 존재들을 재발견해야 합니다.˝* 133


* 이 책이 인쇄될 무렵에 나는 키토에서 숲의 지위를 ‘의식 있고, 권리를 갖춘 생명체로 공식적으로 선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에콰도르 헌법에 ‘자연의 권리‘
가 명시되리라는 걸 알리는 서곡 같은 사건이다. 키츄와 부족이 이뤄낸 놀라운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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