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트하우젠 나치 강제수용소는 가스실마저 아끼기 위해 수감자들에게 고된 노동을 시켜죽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저를 살린 건 한 송이 제비꽃이었습니다˝라고 그는 편지에 썼다. 이 부르고뉴 출신의 90세 노인은 터키 문자처럼 삐뚤삐뚤 떨리는 글씨로 이렇게 밝혔다.
˝그렇지만 선생님과 호두나무처럼 저는 그 꽃의 부름에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꽃을 구하지 못했어요. 아니 어쩌면 꽃은 그저 내게 작별인사를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자기를 기억하도록 작은 신호를 보낸 건지도요.˝
그가 내게 들려준 감동적인 이야기는 이러하다. 1930년에이본 지역에 배속된 젊은 경찰관인 그는 초현실적인 악몽을꾸고 깨어난다. 작은 제비꽃 하나가 돌더미 한가운데에서 잎사귀와 꽃잎을 흔들며 구해달라고 그를 부르더니 이내 바위더미와 함께 폭발해버린다. 그는 그 꿈을 거의 매일 밤 꾸는데, 풍경이 점점 더 선명해진다. 그래서 어느 날 아침, 알 것 같은 그 장소를 찾는다. 크리라는 마을 부근의 채석장이다.
그곳, 돌더미 틈에서 그는 꿈속에서 본 꽃과 닮은 제비꽃을여럿 발견한다. 어쩌면 어린 시절의 소풍 때 그 꽃들을 눈여겨보고 기억했다가 잊었는데, 그의 무의식이 다시 떠올려 반복되는 꿈으로 만들어낸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의미로, 무슨 목적에서일까?
경찰관은 꽃의 상징에 몰두해본 적이 없었기에 정보를 수집해본다. 그리하여 크리 채석장의 확장 계획이 곧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악몽이 계속되었기에 그는 어느 범죄를수사하던 중에 만난 적 있는, 식물의 독 전문가인 디종의 어느 교수에게 문의한다. 그 식물학자는 즉각 경찰서로 달려와 연락해준 그에게 고마워하며 꽃을 구하러 나선다. 크리의제비꽃은 멸종위기에 놓인 종으로 그 지역의 석회질 돌더미에서만 겨우 살 수 있어서 토양이 조금만 달라져도 위험했는데, 특히 채석장의 확장에 필연적인 바위 폭발은 더더욱 위험했다.
경찰관과 식물학자는 한 달 동안 그들의 상부와 공권력과채석장 주인과 싸운다. 소용없었다. 그들은 분쟁을 일으키는두 사람의 열정을 가라앉히려고 철석같은 약속을 해주었지만결국 청년의 꿈은 예지몽이었음이 밝혀지고 만다. 크리의 마지막 남은 기념비적 제비꽃 군집은 폭발로 몰살된다. 식물학자와 경찰관을 무력한 분노와 슬픔에 빠뜨린 채.
나의 독자는 이렇게 썼다.
˝그런데 이 나쁜 기억이 13년 뒤에 제 목숨을 살렸습니다.
이 기억이 마우트하우젠에서 버티게 해주었어요. 감히 말하자면 나는 한 송이 꽃을 떠올리며 공포에 버틸 힘을, 인간의 야만 행위에 맞설 힘을 냈지요. 죽을 처지에 놓여 내게 도움을 청해온 작은 꽃 한송이 덕에 말입니다.˝
고백하건대 처음에 나는 이 이야기의 진실성을 의심했다. ‘식물의 부름‘이 내가 3년 전에 『이중 정체성」에서 지어낸 상황과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마리 펠트는 크리의 제비꽃 이야기와 그 종이 다이너마이트 폭발로 프랑스의 식물군에서 사라진 것이 사실이며, 그 꽃을 구하려고 시도한 경찰관이 누구였는지를 확인해주었다. 8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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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과도하게 산림을 벌채해 자살과 다름없는 광기를 저질렀어도 식물계는 아직 지구 생물 총량의 99%가 넘는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식물없이는, 식물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산소와 식량없이는 우리는 죽은 목숨이다. 그러나 식물은 우리가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이 살 수 있다. 58


진화 초기부터 인간은 식물의 향기와 맛, 색채와 아름다움에 끌렸다. (그런데 이게 바로 식물의 목적이 아니던가?) 스테파노 만쿠소는 2013년에 이렇게 썼다. "식물이 우리에게 기분 좋은 꽃을, 열매를, 냄새를, 맛을, 향을, 색깔을 만들면서 인간을 상대로 조종 능력을 발휘했으리라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쩌면 식물은 오직 인간의 마음에 들려는 목적에서 그 모든 걸 만들었고, 인간은 그 반대급부로 전 세계에 꽃을 퍼뜨리고 가꾸고  보호하는지도 모른다. (…)
자연에서는 누구도 아무 대가 없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우리가 적어도 일부 식물 종에게는 최고 동맹이 될 수 있을 행성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그렇다. 하지만... 동맹인 인간이 배신해서 갑자기 최악의 포식자로 돌변한다면 식물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산림파괴에 공해 피해까지, 유전자 조작에 몰수 특허 취득까지 인간은 한세기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식물에게 공공의적 1호가 되었다. 그렇다면 식물이 노린재를 상대로 실행했던 퇴치법을 인간에게 실행할 위험은 없을까?
식물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1990년대 초, 대추야자나무의 꽃가루 속 에스트론이나 감자 속의 프로게스테론처럼 다양한 식물 종에서 여성 호르몬이 발견되었다. 장-마리 펠트는 1996년에 『자연의 비밀 언어에서 이렇게 말한다. "식물은 곤충의 호르몬만 흉내 내는 데그치지 않는다. 여성의 특정한 성호르몬도 만들 줄 안다." 그것도 피임약의 용량을 연상시키는 용량으로….
그것은 자연의 ‘실수‘일까 아니면 인간이 초래할 위험에 대한 식물의 결연한 대응일까? 펠트는 "곤충의 출생 제한은 다양한 식물 종들이 실행하는 활동이고, 인간이 채택하기 훨씬 전부터 자연에서 쓰이던 전략이다"라고 말한다. 55-57

*스테파노 만쿠소.알렉산드라 비올라, 매혹하는 식물의 뇌 - P56

우리가 과도하게 산림을 벌채해 자살과 다름없는 광기를 저질렀어도 식물계는 아직 지구 생물 총량의 99%가 넘는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식물없이는, 식물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산소와 식량없이는 우리는 죽은 목숨이다. 그러나 식물은 우리가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이 살 수 있다.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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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쌩뚱맞다고 생각했는데.
지나친 몰두에서 벗어나라는 겐지.
그래도 너무 가벼워보이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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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한 조각
정진호 지음, 브러쉬씨어터 원작 / 올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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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꽁꽁 언 호수를 지나가다 그만 미끄러져 얼음 위로 쿵! 산산조각 나 흩어졌지"


이런 글로 시작하는 해 한 조각 그림책은 이렇게 흩어진 해의 조각들이 흩어져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하게 될까,를 그려주고 있다. 책장을 넘기기 전에 잠시 생각을 해 봤다. 얼음 위로 쿵, 이라는 표현을 했지만 해가 꽁꽁 언 호수를 비친다면 반사되어 반짝이는 햇살이 빛나는 조각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일 것 같다. 


이 책의 그림은 아이에게 이야기하기 쉽게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고, 책장을 바로 넘기기 전에 흩어진 조각들이 무엇을 만나게 되는지, 또 만나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산으로 간 해 한 조각은 싹을 틔우고 구름 위로 올라간 해 한조각은 - 비를 내리나 싶었는데 무지개로 피었다고 하네.

곰과 만난 해 한 조각은 ... 짧게 고민을 했지만 - 아니, 사실 길게 고민을 해 봐도 도무지 곰과 만난 해는 무엇을 하게 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림을 보면서 뭔가를 떠올릴 수 있을까?

주위에 어린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보여주면서 어떤 대답을 하는지 꼭 들어보고 싶을만큼 이 그림책의 이야기는 예상을 뒤엎고 상상에 상상을 더하는 듯 했다. 


해 한 조각과 그림 한 장, 이야기를 많이 품고 있는 아이라면 분명 그 한장의 그림 안에 담겨있는 여러 모양의 그림을 보면서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그림 속에 이야기가 있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들인데다 동글동글 귀엽게 그려져 있어서 자꾸만 펼쳐보게 된다. 이것이 진짜 '그림책'이라는 것이구나, 라는 감탄을 하게 되는 그런 책이다.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라고 느껴진다. 


흩어진 조각들을 찾고 남은 마지막 한 조각은...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서'라는 쉘 실버스타인의 그림동화가 떠오르는 순간이지만 잠시 더 생각을 해 보자. 그 조각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 조각은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금세 읽은 귀여운 그림책이지만 아이들과 함께라면 무한정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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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땅을 보고 있으면, ˝ 아지즈 아저씨가 마지못해 풍경에서 눈을 떼고 말했다. ˝그리움이 몰려온다오. 너무 순수하고 밝아서 그래.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아프지도 않고 늙지도 않을 것 같아. 그들은 만족해하고 지혜를 찾으면서 살 것 같아.˝
모하메드 압달라가 껄껄 웃었다. ˝지상에 낙원이 있다면 바로 여기야. 바로 여기야, 바로 여기라네.˝ 그가 노래하듯 비꼬자 아지즈 아저씨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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