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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한 조각
정진호 지음, 브러쉬씨어터 원작 / 올리 / 2022년 6월
평점 :
"해가 꽁꽁 언 호수를 지나가다 그만 미끄러져 얼음 위로 쿵! 산산조각 나 흩어졌지"
이런 글로 시작하는 해 한 조각 그림책은 이렇게 흩어진 해의 조각들이 흩어져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하게 될까,를 그려주고 있다. 책장을 넘기기 전에 잠시 생각을 해 봤다. 얼음 위로 쿵, 이라는 표현을 했지만 해가 꽁꽁 언 호수를 비친다면 반사되어 반짝이는 햇살이 빛나는 조각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일 것 같다.
이 책의 그림은 아이에게 이야기하기 쉽게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고, 책장을 바로 넘기기 전에 흩어진 조각들이 무엇을 만나게 되는지, 또 만나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산으로 간 해 한 조각은 싹을 틔우고 구름 위로 올라간 해 한조각은 - 비를 내리나 싶었는데 무지개로 피었다고 하네.
곰과 만난 해 한 조각은 ... 짧게 고민을 했지만 - 아니, 사실 길게 고민을 해 봐도 도무지 곰과 만난 해는 무엇을 하게 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림을 보면서 뭔가를 떠올릴 수 있을까?
주위에 어린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보여주면서 어떤 대답을 하는지 꼭 들어보고 싶을만큼 이 그림책의 이야기는 예상을 뒤엎고 상상에 상상을 더하는 듯 했다.
해 한 조각과 그림 한 장, 이야기를 많이 품고 있는 아이라면 분명 그 한장의 그림 안에 담겨있는 여러 모양의 그림을 보면서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그림 속에 이야기가 있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들인데다 동글동글 귀엽게 그려져 있어서 자꾸만 펼쳐보게 된다. 이것이 진짜 '그림책'이라는 것이구나, 라는 감탄을 하게 되는 그런 책이다.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라고 느껴진다.
흩어진 조각들을 찾고 남은 마지막 한 조각은...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서'라는 쉘 실버스타인의 그림동화가 떠오르는 순간이지만 잠시 더 생각을 해 보자. 그 조각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 조각은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금세 읽은 귀여운 그림책이지만 아이들과 함께라면 무한정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