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이야기의 끝이 아님을 이해하기까지 나는 몇 년이 걸렸다. 죽음은 이야기를 바꾸어놓는다. 일방적인 대화체의 오류와 통찰을 수정하고 고쳐쓴다. 우리 대부분이 서로의 삶을드나드는 건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가 아니라 거리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다 - 시공간과 마음의 권태야말로 인간관계에서 더 냉정한 사형집행인이다.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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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맨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 지음, 양혜진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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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맨,은 일명 남성대역병으로 불리는 감염병에 의해 남성의 90%가 사망하게 되는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읽기시작할 때 지금 우리 시대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대한 은유적인 이야기인가 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책장을 넘겼던 기억이있다. 그런데 금세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던 이들의 이야기는 절대 가볍지도 단순하지도 않았다. 가상의 미래세계에 대한 두려움이나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오랜시간 천천히 읽을수밖에 없었다. 


처음의 시작은 예상이 되듯 대수롭지 않을 것 같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심각한 질병에 의한 사망사고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언제나 그렇듯 강력한 전염병의 예고를 감지한 여의사 어맨더는 정신병자로 치부되어버리고 그 사이 전염병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수많은 남성이 죽어가게 된다.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격리되어 감염되지 않기만을 바랄수밖에 없다. 알수없는 이유로 면역이 된 사람들은 살아가지만 이미 세상은 많은 것이 멈춰버린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 소설은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던 인물들이 팬데믹 이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세상에서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많은 이야기를 끄집어 내어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이 소설의 줄거리를 아는 것보다는 그 흐름속에서 각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 각자의 역할과 삶의 변화,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수많은 물음과 답을 던져주고 있는데 지금의 우리 상황과 맞물려서 그런지 온갖 생각과 감정이 밀려와 이 소설을 그저 한편의 소설로만 읽을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나의 짧은 소견보다 직접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잠시 이 세상의 남성 90%가 사라지고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당장 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까? 인류의 생존은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지만 뒤이어 그럼에도 인류는 생존을 이어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하지만 그저 막연한 생각이 아니라 이 소설은 몇몇의 등장인물을 통해 구체적인 이야기로 파고들어가고 있다. 


전염병이 발생하고 패닉상태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에 빠져들고, 그럼에도 인류는 생존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것이다. 백신이 개발되며 새로운 세계의 환경에 적응해나갈 것이며 이 모든 과정은 차츰 과거의 역사로 사라져갈 것이다.

이 역사속에 구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현실을 보게 된다.


정말 놀랍게도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아진 세상에서 휴대폰의 크기가 달라진다거나 여성운전자들에게 맞는 차량의 개발이나 여성들의 질병 데이터 분석으로 여성질병의 치료가 가속화되고 아이 없이 여성끼리의 결혼이 자연스럽게 된다는 이야기들을 통해 현시대의 차별받는 여성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아마도 코로나 팬데믹이 치명적인 사망률을 높이고 있다가 백신이 개발되고 세계는 조금씩 코로나 이전과 똑같지는 않지만 그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기때문인지 내 시선을 그런곳에 가 박히고 있다. 

며칠 전 외국에 살고 있는 조카가 4년만에 귀국했다가 돌아갔다. 이 책의 기록자 캐서린의 기록에서처럼 태어나 4년만에 처음보는 할머니와 손주의 모습이 멀리있지 않은 것이다. - 이 책의 저자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는 이런 것을 어떻게 예지할 수 있었을까? 그녀의 지인들이 그녀를 '카산드라'라 불렀다는 말에 그저 농담인냥 웃어버리기에는 그녀의 통찰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이렇게 뭉뚱그려 이야기하기에는 좀 아쉬우니 내 마음에 남는 문장 하나를 언급하고 싶다. 어맨더와의 인터뷰 질문중 슬픔에는 어떻게 대처하냐는 대답에 '대처하지 않습니다'(189)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얼마 전 개훈련사 강형욱님도 반려견의 죽음을 어떻게 극복하냐는 물음에 극복하지 못했다,라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괜히 울컥했는데 모든 슬픔이 극복하거나 대처해야하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 자체가 왜 그리 위안이 되는지. 

"나쁜 일과 좋은 일은 공존하는 법"이니 "우리는 열심히 좋은 것을 찾아내야"(350) 한다는 것은 늘 기억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팬데믹을 겪으며 저마다의 힘듦과 고통과 슬픔이 있었을 것이고 면역체계를 가진 누군가처럼 아무것도 잃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과연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는 사람이 있는지... 

훗날 우리의 후손이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데?" 라고 묻는다면 과거를 이해할 수 있는 기록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영영 되찾을 수 없고, 되찾을 수 없는 것을 비통해하겠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애도하고, 새로운 존재 방식을 찾아야 한다. ... 역병의 공포는 우리 대부분을 혼자라고 느끼게 만들었지만 우리가 가장 흔히 겪은 일들 - 과부의 삶, 자녀, 부모, 형제의 죽음- 은 가히 보편적이다"(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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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아지는 책
워리 라인스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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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아지는 책'이라고 해서 책의 첫 장을 펼치면서부터 마냥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이라는 기대를 했다. 그런데 조금 당황스럽게도 대충 그린 그림에 '걱정' 이야기를 정말 길게 하고 있다. 노란 희망이와 파란 걱정이, 그리고 저자 워리 라인스가 등장하는데 이 이야기의 시작은 워리 라인스가 드디어 종이책을 출판하게 되면서 느끼는 감정 - 떠오르는 생각을 포함해서 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걱정이와 함께(?) 걱정하는 이야기이다. 

피곤함에 나른함이 더해져 조금 멍한 상태로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 24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여러분은 지금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혼잣말 FM을 청취 중'이며 '오늘 가장 핫한 주제인 "내 인생은 왜 이모양일까"와 "배가 고픈 건가, 마음이 허한 건가"까지 연속으로 들려드립니다"(60)라는 부분에서 작가의 통찰을 느껴버렸다. 


책을 만들기 위한 작가의 그림과 글, 구성의 시작에서부터 매우 현실적인 걱정과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을 생각, 감정, 걱정에 대한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마치 내 일인 듯 고개를 까딱거리며 책장을 쓱쓱 넘기게 된다. 잠깐 짬을 내어 훑어보려고만 하다가 첫 장을 열고난 후 이 다음엔 무슨 말을 하려는걸까,라는 궁금증에 책장을 넘기다 보니 금세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이 아니라 공감에 관한 그림을 보면서부터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기분이 좋아지는' 책의 이야기임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어려운 상황인데도 이만하면 너는 진짜 아주자주 훌륭하게 잘해나가고 있는거야!"(138) 라는 무지개색 메시지를 읽을때만해도 그냥 그런가 싶었는데 그림과 글이 단순명료하게 공감과 사랑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처음 책을 펼칠 때는 솔직히 조금 성의없어 보이는 일러스트때문에 실망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지금 다시 펼쳐보려고 하니 나를 위한 책, 내가 바로 따라그리며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림인 것 같아 좋아지고 있다. 

"저의 내면을 끊임없이 뒤흔드는 불안과 걱정에 대해 들으셨잖아요. 그러니까 독자님도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조금은 쉬워졌으면 좋겠어요"(202)라고 말하는 워리 라인스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인것만 같다는 것이다. 


"가끔씩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저 몇 페이지 뒤에 가 있는 것 뿐이란 걸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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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자들 2 - 자연 발견자들 2
대니얼 J. 부어스틴 지음, 이경희 옮김 / EBS 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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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결코 잘못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경험의 능력 밖에 있는 것을 기대하는 우리의 판단력이 오류를 범할 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여러 의미로 이 말이 다가오고 있다. '발견자들' - 세계를 발견하고 인류를 발전시킨 탐구와 창조의 역사,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무의식중에 '발견'에 더 중점을 둬버렸던 것 같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야 '발견자들'에 대한 이야기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는데 그것이 한편으로는 이 책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키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탐구와 창조에 대한 새로움의 역사를 보게 되어 흥미롭기도 했다. 


둘째권은 '자연'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데 솔직히 왜 '자연'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동설의 시작과 그에 관한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의 이야기를 하며 갈릴레오의 망원경이 예수회 사제들을 통해 중국으로 전해지고 한국을 거쳐 일본에까지 전달되었다는 것으로 첫번째 장을 열고 있는데 갈릴레오의 망원경이 아시아로 넘어오면서 중국의 천문학을 발전시켰다는 듯한 암시는 '발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사실 망원경이 마테오 리치 신부에 의해 전해졌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에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천체관측이 미개한 수준은 아니었지 않은가. 나의 괜한 과민반응인지는 모르겠지만.


두번째 장에서는 의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1300년 이후에야 비로소 신학과 의학의 분리가 시도되고 있는데 파라셀수스, 갈레노스 등의 인물을 통해 약물치료나 신체의 각 부분에 대한 실질적인 상처와 해부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한빛비즈)를 통해 간략하지만 더 상세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인체해부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베살리우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과학의 대중화, 만물을 분류하다 라는 장에서는 이미 짐작할 수 있듯 근대과학이라 부를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과중의 하나인 뉴턴의 만유인력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뉴턴의 인성, 당대 대중과학 무대에서 과학의 발전보다는 본인의 명성과 우선권 분쟁에 더 관심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발견자들'을 통해 위대한 과학의 역사, 위대한 발견자들에 대한 무한긍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식물학과 동물학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지고 있는데 사실 글의 내용에 집중을 못해서인지 내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인지 재미와 흥미만을 갖고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현대 과학문명의 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들의 시도는 말도 안되는 것일지 모르지만 그 첫걸음이 있기에 오늘날의 과학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면, '위대한 발견자들'인 것은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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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愛 물들다 -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
밥 햄블리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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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채로운 이야기로 색을 읽는다,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깊이 있게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색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올해의 색이 발표될 때, 색이 트렌드를 쫓는 것인지 트렌드가 되면서 올해의 색이 되는 것인지 궁금했었는데 역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색들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며 꽃이나 식물에서 염료색을 추출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곤충이나 - 지금은 추출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오래전에는 미이라에서도 색을 추출했다고 하니 지금 보고 있는 색들이 좀 색달라보이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신기했던 것은 자연속에서 볼 수 있는 색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에도 사진이 실려있기는 하지만 이거 실화인가, 싶은 마음에 검색하며 더 많은 사진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다리가 파란 부비새, 빨간눈청개구리, 파란 새우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면서도 신기하게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실물을 봤던 공작새 역시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지만.


굳이 색에 대한 관심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대부분 국가의 깃발이 빨강, 하양, 파랑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유가 다량으로 보급할 수 있는 색감이기 때문이라는 시선은 색에 대한 사회 문화적인 관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이 책을 통해 명확히 알 수 있었던 것은 무지개깃발에 대한 것이다. 여행을 갔을 때 창문밖으로 드리워진 깃발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고 누군가는 동성애의 상징이라 하고 또 누군가는 평화의 상징이라고 했었는데 깃발의 유래와 의미를 알게 되니 두가지 의미 모두 틀린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무지개색이라고 했지만 실제 검은색과 흰색이 들어가기도 하고 아프리카계와 라틴계의 상징으로 검은색과 갈색이 포함되기도하며 다양성을 나타내기 위한 연보라가 포함되기도 한다는 설명은 이 깃발의 색이야말로 정말 '무지개'색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지개색 이야기가 나와서 한가지 덧붙이자면 유칼립투스 나무의 표피가 벗겨지면서 성장하는데 그 표피가 무지개색이라니 그 역시 자연의 신비로움을 보여주는 것 같아 신기했다.


전체적으로 책의 구성은 빨강, 노랑, 주황, 파랑, 보라, 녹색으로 장을 구분하여 그에 포함되는 여러 자연의 색과 사회적인 의미까지 다양하게 언급하고 있는데 굳이 순서와 색을 따라가지 않더라도 목차를 보고 흥미로운 주제를 펼쳐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는만큼 수많은 이야기가 다 떠오르지만 특별히 한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분홍을 여성의 색이라며 던져놓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분홍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폭력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우리 모두 세상을 분홍분홍하게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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