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는 이미 인도의 종교와 사교 관습뿐만 아니라 음식 문화에도 널리 퍼져 있었다. 무엇이든 대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는 조치에는 부작용이 따르는법이다. 서구인들에게 식민지에서 사용하는 대마 냄새는 지독한 저항의 악취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인도와 남아프리카, 그 외의 여러 식민지에서 대마초를 사용하는 갈색 피부의 식민지 주민들은 게으르고 시간을 관념을 모르는 노동자이므로, 유럽인이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논리의 한 근거가 되었다. 대마초에 씌워진 어들고 음습한 오명은 그대로 답습되었다. 243



내 친구는 커서 화가가 되었다. 학창 시절에는 주로 현금을 받는 일이 많은 서비스 직종으로 학비를 벌었는데, 업타운의 한 커피숍에서 바리스타로 일한 적이 있었다. 커피숍 길 건너에는 교도소에서 출소해 사회에 완전히 복귀하기 전까지 머무는 복지시설과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 단지가 있었다. 친구도 자신의 아버지처럼 길 건너 사는 사람들로부터 들어온 냄새나고 구겨진 돈과 출퇴근 시간대에 상업지역으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빳빳하고 좋은 냄새가 나는 돈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금전등록기에 들어간 지저분한 돈에는 독특한 인간미가 묻어 있었다.
추운 겨울 따뜻한 커피숍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기 위해 꼬깃꼬깃한 1달러짜리 지폐로 커피를 사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내 친구가 화장실 청소를 할 때나 가게 문을 열고 닫을 때 도와주기도 했다. 그들이 내미는 지폐는 지린내 나는 바지 주머니에서 땀내찌든 손으로 꺼낸, 담뱃재가 그대로 묻어 있는 돈일 때가 많았지만고달픈 인생사의 한 조각이 담겨 있는 인간적인 돈이었다.
내 친구의 일화는 그저 개인적인 경험담일 뿐, 참이냐 거짓이냐를 판별하거나 증명할 수 있는 이론이 아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돈 냄새의 어두운 이면을 들춰 보여준다. 지폐가 사람들 사는 동네로, 현금지급기를 통해 들어가는 것을 상상해본다. 그 지폐들은그 지역에서 계속 유통된다. 논리적인 이야기다. 돈이 많은 사람은현금을 잘 쓰지 않는다. 아주 소소한 물건을 살 때만 현금을 쓴다.
현금은 부자 동네에서 가난한 동네로만 흐르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소원을 비는 분수에 동전을 던진다든가, 주차미터기에 동전을 넣는다든가, 길거리 공연가들 앞에 놓인 돈통에 넣는다든가. 하지만 가난한 동네에서 부자 동네로 돈이 흐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난한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웬만해서는 부자 동네에가서 돈을 쓰지 않는다. 현금, 특히 액면가가 적은 돈은 한 동네에서만 빙글빙글 돌 뿐, 그 동네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현금 냄새는 어떤 의미로 작용하고 있을까. 내 것이 아닌 돈통 속에 가득 들어 있는 돈을 셀 때는돈 냄새가 다르다. 그 돈을 다 세고 나면, 그 돈이 그 돈통에 이르기까지 지나왔던 다양하고 폭넓은 인간 세상의 상호작용과 거기에 든 시간을 모두 세는 것과 다름없다.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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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깎은 잔디 냄새를 싱싱한 풀잎의 냄새라고 좋아하지만,
사실 잔디에게 그 냄새는 긴급 신호, SOS와 마찬가지다. 우리 인간들은 이 냄새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사실 아무 의미 없는 냄새니까. 누군가에게는 위기의 냄새지만 누군가에게는싱그럽고 상쾌한 냄새라니. 뭔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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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는 왜 세상을 구하지 못했을까? - 소녀가 소비하는 문화, 그 알려지지 않은 이면 이해하기
백설희.홍수민 지음 / 들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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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애니메이션의 내용은 알지못하더라도 귀에 익숙한 문장이다. 세일러문이 환골탈태까지는 아니지만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의 몸으로 바뀌며 외치던 그 문장때문에 내 기억속의 세일러문은 정의의 수호신일뿐이었다. 사실 지금도 검색을 해보고서야 '사랑과 정의'라는 걸 깨달은 것이지 내 기억속 세일러문은 '정의의 이름으로' 악을 무찌르는 정의의 여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마법 소녀는 왜 세상을 구하지 못했을까"라고 묻고 있다. 내 얄팍한 기억때문이었을까. 이 책을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물음이다. 


이 책은 디즈니의 프린세스 브랜드에서 시작해 게임으로까지 확장된 공주 역할, 소녀로서의 여성성이 마케팅으로 이용되며 사회적으로 규정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문학 속 소녀에 대한 이야기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린게이블스의 앤이 빨강머리 앤으로 한정짓거나 작은아씨들, 키다리 아저씨 등을 단순한 소녀문학으로만 이야기하고 있으며 해리포터에서 헤르미온느의 역할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들 중 한명이라기보다 이야기가 이어져가며 등장인물들과의 로맨스에 치중되는 것으로만 묘사되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선이었다. 

이런 이야기는 사실 제인 오스틴의 여러 소설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누군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을 그저 '로맨스 소설일뿐'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정말 단순하게 받아들인다면 연애소설이 맞는거 같다 싶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문학작품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한낱 여성의 로맨스를 이야기할 뿐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책 읽어주는 서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담겨있는 심리학적인 묘사와 남성중심의 문학에서 여성이 주체가 되는 문학의 등장이라며 제인 오스틴의 문학을 높이 평가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나 역시 많은 부분에서 무의식적으로 사회적으로 교육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어린시절을 떠올리면 여자아이의 놀이와 상관없이 총싸움의 적이 되어야했고 바둑, 장기 등을 배우고 옷조차 3년터울인 오빠의 옷을 물려받아입어서 여성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환경, 더구나 '여자가' 라는 말을 집안에서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내가 사회화되면서 바뀌어간것일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여성아이돌에 대한 실제 이야기를 언급하는 글을 읽으며 대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여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데 순수한 소녀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원하지만 그들에게 동시에 성적인 이미지를 덮어 소비하려고 하는 아이러니함 속에 희생양이 되는 것은 소녀들뿐이지 않을까.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 알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며 설렁설렁 읽기 시작했지만 그리 길지 않은 이 책을 통해 많은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소녀가 소비하는 문화의 이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소녀문화의 이후 행보를 응원하고 싶은 어른이라면 우리는 이제 인정해야 합니다. 소녀문화가 안전하려면 성인들의 문화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197) 라는 저자의 말은 또 다른 의미에서 새삼스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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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후각 수용기의 3분의 1은 내 옆 사람이 가진 후각 수용기와 다르고, 본인이 자각하든 자각하지 못하든 사람은 제각각 특정 냄새를 느끼지못하는 무후각증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어떤 냄새를 맡았을 때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나 그 냄새를 똑같이 경험했다고 자신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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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man 2022-05-04 0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궁금합니다 ^^

chika 2022-05-04 07:25   좋아요 0 | URL
실수로 책 넣기전에 등록되어버렸어요 ^^;;;
 

하지만 얻은 것도 하나 있어. 난 아이가 평범하게 남자랑 연애해서 결혼했을 줄 알았어. 그게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생각했거든. 근데 아이는 나를 찾아냈고, 다시 돌아와 곁을 지켜주고 있어. 최근에야 겨우 깨달았어. 내 괴로움의 원인은 널 믿지 못했던 내약한 마음이었다는 걸.˝
˝누구 잘못도 아냐.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어.˝
˝예전에는 우리 둘 다 어렸으니까 젊음으로 해결했던 부분도 있어. 하지만 앞으로는 점점 삶의 방향도 바뀔 테고, 돌이키기 어려워질 거야. 우리가 아직 같이 산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뒤에서 손가락질할지도 몰라.˝
˝아무리 성실하게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려 해도 ‘정상‘에 필요한 조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나 절대 따라잡을 수 없어 남들 보란 듯이 멋지게 살고 싶지도, 남들 눈치 보며 살고 싶지도 않아.˝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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